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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렘과 긴장

열등감을 느끼는 존재나 분야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난 웬만해서는 열등감을 느끼지 않지만

(내가 그만한 능력이 있어 열등감을 느끼지 않는 게 아니라, 근사한 것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이다. 대단한 사람이나 작품을 보면 '오, 멋진 걸', '히야 근사한데', '재밌다'하며 즐기면 된다. 뛰어난 음악도 일처리 능력도 그림도 드라마도 소설도...)

시에 있어서는 그렇지 않다.

 

시를 읽으면 필요 이상으로 오만해지거나(이 뭐야~ 요것밖에 안 되는데 책을 내나?)

행복해지거나(슬프고 찌릿해도 행복하다)

열등감을 느낀다.

아 따라갈 수 없어, 감조차 오지 않아. 너무 멀리 있고 너무 근사해. 근데 내 맘을 찔러!

 

내겐 황지우가 그랬고(근데 이 이는 유쾌하지 않은 개인사가 많이 들려, 시에 대한 감탄마저 사그러들게 된다. 차라리 어떤 사람인지를 듣지 않았으면..), 김수영이 그렇다.

요즘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며'에 엄청 공감을 하는데 그런 마음을 달리 표현할 방법이 도통 생각나지 않는다. 김수영의 거침없음과 솔직함은 느무 부럽다.

또 이성복이 그렇다. 아니 그랬다. 왜 과거형인가 하면 다시 본 지가 너무 오래됐기 때문에 지금은 어떤지 알 수가 없어서.

 

그래서 이성복의 시집을 챙겨 나왔다. 어떨까 살짝 설렌다.

 

전과 같은 수도 , 그렇지 않을 수도.

 

열 세 살 때 전율했던 데미안이 지금도 내게 그런 찌릿함을 줄 수는 없다.

이성복도 그러할까?

그렇다면 하도 시를 안 읽어서 내가 감상력을 잃었기 때문일까, 내가 그 단계를 지났기 때문일까.

지금도 나를 찌릿하게 한다면 그 느낌은 어떤 느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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