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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가기 싫어하던 아가 토끼 이야기

 

홍아가 요즘 아팠다. 열이 41도 가까이 올라 병원에 갔더니 독감이란다. 약을 바리바리 타 와서 한참을 먹었다.

집에서 이 이야기를 했더니 아주 좋아하면서 자꾸 해 달란다. 나는 목이 타들어가는데도 또 하란다.

히유. 그래도 작년과 다르게 홍아가 병원 가는 걸 안 무서워해서 다행이다. 작년처럼 병원 가길 무서워하고 바깥 구경을 못 한다면 나는 집에서 멀미를 느끼다 삐꾸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 ) 안은 홍아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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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가기 무서워하고, 약 먹기 싫어하는 아가 토끼가 있었어.

(아가 토끼 처음 두 살이야?)

응, 처음 두 살이야.

 

그런데 어느 날 앞집 언니 토끼가 놀러왔어.

그런데 앞집 언니 토끼가 무얼 쪽쪽 빨아 먹는 거야!

아가 토끼가 물었어.

"언니 그거 뭐야?"

"응, 이거 약이야."

"그거 맛있어?"

"응, 맛있어."

"그럼 나도 좀 줘 봐."

"안 돼, 약은 아픈 어린이만 먹는 거야."

"그래?"

 

아가 토끼가 좀 컸어.
(아가 토끼 좀 큰 두 살이야?)

응, 좀 큰 두 살이야.

아가 토끼가 어린이집에 다녔거든.

그런데 아침에 어린이집에 갈 때는 날씨가 맑았는데, 저녁에 아빠가 데리러 와서 집에 가는데,

(아침에는 엄마가 데려다줬어?)

응, 아침에는 엄마가 데려다주고, 저녁에는 아빠가 데리러 왔어.

갑자기 먹구름이 끼고 하늘이 꾸물꾸물해지더니 비가 주륵주륵 오는 거야!

그래서 아가 토끼가 머리랑 겨드랑이랑 똥꼬랑 발바닥까지 다 젖었어.

(홍아는 겨드랑이, 똥꼬 이런 거 되게 좋아한다! 까득까득 웃는다.)

(아빠도 젖었어?)

응 아빠도 홀딱 젖었어.

 

그래서 집에 와서 목욕을 했어.

따뜻한 물로 머리도 감고 몸도 다 씻었대.

그런데 아가 토끼 몸이 으슬으슬 춥더니 기침을 콜록콜록 하는 거야!

(아빠는 괜찮아?)

응, 아빠는 괜찮아.

 

그랬더니 아가 토끼가 엄마, 아빠에게 '나 병원 갈래요!'그랬대.

엄마랑 아빠가 깜짝 놀랐대!!!!!

(홍아 깜짝 놀랐대, 하면 막 웃는다.)

'아니 병원을 싫어하던 우리 아가 토끼가 병원에 가자고 그러네? 이야~ 우리 아가 토끼 많이 컸구나!!!'

 

그래서 병원에 갔대.

(의사 선생님이 누구야?)

응 오늘은 기린이 아줌마 의사 선생님이래.

기린이 아줌마 의사 선생님도 깜짝 놀란 거야!!!!

(홍아 또 막 웃는다.)

'아니 병원에 오면 진찰도 안 받고 울기만 하던 아가 토끼가 병원에 다 오다니!'

그런데 의사 선생님이 청진기를 들면 아가 토끼가 옷을 올리고, 체온계를 들면 귀를 대고, 입 보는 거 갖으면 입을 크게 벌리고 그랬대.

(전에는 어떻게 했어?)

막 옷 내리고 귀 막고 울고 그랬지, 뭐. 근데 이젠 안 그래.

 

의사 선생님이 아가 토끼 감기 걸렸다고 처방전 줘서 약 타왔대.

 

이제 집에 와서 약을 먹는데,

(잠방 문이 열렸어?)

응! 잠방 문이 끼익 열리더니(홍아 막 웃는다!!!!) 아가 토끼 동생이 엉금엉금 나와서!

'모? 모?'하고 뭐냐고 묻더래.

약이라고 하니까 '줘!, 줘!' 그러면서 약을 달라고 하더래.

'안 돼, 안 돼. 이건 아픈 어린이만 먹는 거야.'라고 말을 해도

아가 토끼 동생은 너~무 어려서 약을 달라고 막 떼를 썼대.

 

그래서 아가 토끼 엄마가(아가 토끼 동생 엄마라고 하면, 홍아는 '아가 토끼 엄마'라고 정정을 한다.) 아가 토끼가 안 먹는 빈 약병에 사과물을 따라 줬대.

 

(이만~~~~큼 있었는데, 요만큼 준 거야? 나머지는 아가 토끼 먹으려고?)

응, 근데 너무 조금 준다. 손가락 이만큼 더 벌려 봐. 이만큼은 동생 줘야지.  근데 사과물을 다 먹은 아가 토끼 동생이

'또, 또!' 그러는 거야.

그래서 이번에는 귤물을 따라 줬대.

 

(이만~~~~큼 있었는데, 요만큼 준 거야? 나머지는 아가 토끼 먹으려고?)

응, 그만큼 줬대.  근데 귤물을 다 먹은 아가 토끼 동생이

'또, 또!' 그러는 거야.

그래서 이번에는 우유를 따라 줬대.

 

(이만~~~~큼 있었는데, 요만큼 준 거야? 나머지는 아가 토끼 먹으려고?)

그만큼은 약병에 안 차지. 좀 더 줘야지.  근데 우유를 다 먹은 아가 토끼 동생이

'또, 또!' 그러는 거야.

 

그런데 이제는 먹을 게 없어! 그래서 뭘 더 주지? 했더니 아가 토끼 동생이 엄마 젖을 가리키면서

'엄마 으긍!' 그러더래!

(홍아는 엄마 젖을 '으긍'이라고 한다. '으긍'은 애초에는 무언가를 가리키는 말이었는데, 그게 젖을 자주 가리키다 보니 '젖'의 의미만 남은 듯. 이 장면에서 홍아는 까드득까드득 너무 재미있어 하며 웃는다.)

 

그래서 엄마가 '오잉! 어쩌지?' 하다가 젖을 짜서 약병에 담아 줬대.

아가 토끼 동생은 맛나게 먹고 '또또' 했대.

그래서 또 젖 짜 줬대.

아가 토끼 동생이 먹을 것을 맛있게 많이 먹으니

(졸려서 잠이 들었대!)

응, 졸려서 잠이 들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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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의 홍아와 놀고 있는 홍아

 

 

 

슈크레와 함께 노래 부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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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내리기는 재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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