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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장 일기] 7월 5일~7월 7일 건물주의 용역 고용 강제철거 협박, 생일, 그리고 혁명기도원 분들의 방문

 

*이 글은 피해 노동자 분과 함께 여성가족부 앞에서 농성 중인 대리인 분이 작성하신 것입니다. 

 

7월5일 화요일 농성34일차

 

1. 언니 교회 목사님이 신도분들과 오셔서 점심을 함께 먹었다. 지난 겨울 아산공장 앞에서 농성할 때는 아직 뜨거운 김이 나는 김치찌개며 밥을 챙겨오시기도 하시고 자주 들르셔서 기도해주시고 가셨는데, 서울 올라오면서 걱정은 더 많이 하실터인데 자주 연락드리지 못해 미안하고 죄송하다. 싸오신 도시락을 앞에두고 기도를 했다.

 

“여기 계신분들이 모두 포기하지 않고 힘을 내서 하나님의 뜻으로 아름답게 마무리되게 해주시고...”

 

하나님의 뜻으로 아름답게!

 

2. 5시 40분쯤 여성가족부 권익지원과 행정사무관이라는 사람이 내려왔다. 말인즉슨 건물주가 직접 여성가족부 장관님에게 항의를 했다는 거다. 자기네 건물인데 시위를 하면서 사용물이 침해를 당하고 있으니 여성가족부가 나서서 원만하게 자진철수 하도록 협의해 달라고 했다고. 만약 자진철수 하지 않으면 건물주가 직접 용역을 고용해서 강제철거 하겠다고 했다는 말을 전한다.

 

“그래서요?” 하고 물었더니 입장이 뭐냐고 물어본다.

 

바로 며칠 전에 농성장을 방문해서 선심 쓰듯 커피나 마시자고 해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 사람이다. 당시 언제까지 여기 있을거냐고 물어서 복직할 때까지 있을거고, 다른 데 갈 곳도 없다고 말했었다. 구구절절이 성희롱 당한 후 지금까지 아산공장 앞에서 폭행당한 것도 말하고 현대자동차 본사가 있는 양재동으로 가지 못하는 이유도 말했다. 국가인권위에서 성희롱이 맞다고 판단이 나왔지만 복직은 안되고 그래서 어쩔수 없이 여가부 앞으로 왔다고 말했다.

 

“그래서 달리 갈곳이 없어요. 우리가 복직하기 위해서 더 좋은곳이 어디 있는지 혹시 아시면 가르쳐 주세요.”

 

그랬더니 아무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뭐라고, 자진철거하지 않으면 건물주인이 용역고용해서 강제 철거할건데 입장이 뭐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포기하지 못하는지도 말했었다.

 

현대자동차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가 성희롱 당하고 살 수밖에 없는 현실을 그냥 받아들일수 없는 이유, 우리도 사람이니까.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도 사람이니까. 아무리 우리가 가난하고 배운것이 없어도 먹고살기 위해 일하는 일터에서 관리자가 몸을 달라하면 주어야 하는 사람이 아니니까. 우리가 아무리 힘이 없어도 "야. 이년아 이리와봐.“ 이런 소리를 들으면서 일할수는 없으니까. 우리도 사람이라고. 그래서 포기할수 없다고 말했엇다. 그런데 뭐. 그렇게 말한지 불과 1주일도 안지났는데 뭐라고? 자진철거하지 않으면 용역을 고용해서 강체 철거하겠다는 말을 겨우 그깟 건물주의 사주를 받아와서 우리에게 협박을 해?

 

이것들이 미친것들 아니야! 입에서 거친소리 나올까봐 점쟎게 “공문으로 보내시죠.” 얘기를 마무리 하고 나서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그 잘난 여가부 장관은 금속노조가 몇 번이나 공문과 전화로 면담요청을 해도 면담은 커녕 직접 대화한번 못해봤는데 건물주인이 얘기하면 그 항의를 직접 몸소 들을 시간은 있나 부지. 여가부가 힘이 없어서 할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더니 건물주인을 대신해서 천막 철수하지 않으면 용역 고용해 밀어버린다는 협박은 하는구나. 여성가족부가 왜 힘이 없는지 알겠다. 마땅히 해야할 성희롱 당한 여성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을 하지 않으면서 건물주의 말을 빌어 피해자를 협박하니 세금 축내는 식충이들이 아니고 뭔가. 무능력하면 양심이라도 있어야지. 지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 뭔지 모르면서 심지어 피해자를 협박하고 있으니 저따위 공무원들을 믿고 여가부앞 길거리에 앉아있는 언니와 내가 스스로 한심하였다.

 

 

7월 6일 수요일 농성 35일차

 

1.

 

가해자들이 보내온 소설같은 민사소송 답변서에 일일이 맞대응하는 문서를 만드느라 하루종일 언니와 씨름을 했는데 1/3밖에 못했다.

 

그들의 답변서를 보면 논리도 맥락도 없이 언니를 ‘헤픈 년’으로 몰아간다. 이 남자, 저 남자와 부적절한 관계였다고 하면서 근거는 없다. 잘 읽어보면 오히려 그들이 스스로 사업장에서 얼마나 성평등의 관점없이 언제든 성희롱 사건이 발생할수 있는 환경으로 막관리했는지 알 수 있고, 그들이 얼마나 천박한 것들인지 증명하는 내용들이다. 그래도, 불쾌하다. 어처구니없지만 그러면서도 불쾌하다.

 

성폭력 상담소 동지들에게 하소연하면서 가해자들이 이따위 것을 보내왔다고 상담했더니 토리 동지가 표정하나 변화없이 대답한다.

 

“음--, 가해자들의 매우 일반적인 대응법이예요.”

 

저런, 가해자들의 법률대응 매뉴얼이 따로 있는 모양이다. 하나같이 어쩌면 이렇게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 자신들의 행위로 인해 상처받은 상대 여성의 고통에 대해 몰염치 할 수있는걸까. 아직도 나는 번번히 가해자들의 뻔뻔함에 놀랍고 화난다.

 

2.

 

민주노총 여성위원장 동지가 또 점심 도시락을 싸오셨다. 말이 도시락이지 밥이며 반찬이며 바리바리 옮겨오셨다. ‘밥심연대’라고 이름도 붙이고 박승희동지 스스로 즐거워하셔서 더욱 고맙다. 나누어먹는 밥이 사회주의라더니, 문득 평화롭다.

 

3.

 

금속노조 여성위원들이 세로로 새워놓는 길다란 현수막을 제작해 보내주셨다. 큼지막한 현수막이 깃발처럼 바람에 펄럭이며 멀리서도 잘보인다. 농성장 간판을 달았다.

 

 

7월 7일 목요일 농성 36일차

 

1.

 

언니 생일이다.

 

금속노조 사무처 여성동지들이 점심 삽겹살을 사주셨다. 조그만 케익에 촛불도 붙이고. 언니의 기도와 바람이 이루어지길.

 

2.

 

민주노총 여성위에서 주관하는 촛불문화제를 하는 날인데 비가 와서 못했다. 민주노총 충남본부 서부지부 재보동지 사무장 동지가 오셨고, 지영동지가 추리소설을 두권 들고 오셨다. 오래간만에 원문숙 동지와 홍성의료원지부 진락희 동지도 왔다. 학생행진 동지들도 많이 오셔서 인도 양쪽으로 서서 피켓선정을 했다. 촛불을 못해 아쉽다.

 

7월 8일 금요일 농성 37일차

 

1.

 

저녁 7시에 혁명기도원 동지들이 오셔서 촛불켜서 기도를 했다. 젊고 발랄하고 재밌는 동지들이다. 성서의 뜻대로 이땅에 하나님 나라를 만들기 위해 농성장과 투쟁사업장에 연대하고 있는 동지들이 새롭고 반갑다. 기독교의 이미지는 십자가 앞세운 정복자들의 이미지인데

 

이런 찬송가를 불렀다. 우와! 엄청 놀랍다.

 

< 뜻없이 무릎 꿇는 >

 

1.

뜻 없이 무릎 꿇는 그 복종아니요

운명에 맡겨사는 그 생활 아니라

우리의 믿음 치솟아 독수리 날듯이

주 뜻이 이뤄지이다 외치며 사나니

 

2.

 

약한자 힘 주시고 강한자 바르게

추한자 정케함이 주님의 뜻이라

해 아래 압박 있는 곳 주 거기 계셔서

그 팔로 막아 주시어 정의가 사나니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언니는 사실 목요일마다 향린교회에서 함께 기도하는것들 무지 부러워하셨었는데 혁명기도원 동지들에게 부탁해서 우리도 기도하는 하루를 조직해야 겠다. 언니가 아시면 좋아하실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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