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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과 학생을 위한 기본 교양서


  
세상을 바꾼 법정 | 원제 And the Walls Came Tumbling Down: Greatest Closing Arguments Protecting Civil Libertie (2004)

 

 

1. 올해 초였던가 작년 말이었던가, 한겨레 신문에 왠 검사가 '(경찰, 검찰) 조사받는 법'을 총4회에 나누어 연재하려다가 딱 한회만 쓰고 그만둔 일이 있다.

 

그 검사는 경찰이나 검사에게 조사받는 사람에게 원래 있는 권리인데 사람들이 모르고 있거나 알고도 실천하지 못하는 권리들을 가르쳐 주는것으로 첫회의 연재를 시작했었다. 그랬더니 대한민국 검찰이라는 동네가 난리가 나서 한마디로 말하면

 

"너, 미쳤냐? 너도 검사쟎아. 너도 우리편이라구. 그만둬. 안그만두면 너 이바닥에서 밥 먹고 살기 힘들어질걸." 하고 협박을 했고,

 

더러우면 그 바닥 뜨면 된다고 생각할 줄 모르겠지만, 뜨면 변호사 해야 하는데 그 바닥과 사이가 좋아야 전관예우 받고 먹고살지, 실은 변호사도 그바닥이거든. 그래서 꼬리내리고 얼마후 변호사로 개업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실은 나는 궁금하다. 아마도 그는 변호라로도 밥먹고 살기 쉽지 않을거다. 잘난척한 새파란 후배를 그바닥의 검사출신인 판사들이 예뻐하겠어. 오히려 판사들이 약속이나 한듯이 그 변호사의 사건이라면 무조건 형을 세게 하는 치사한짓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어도 나는 놀라지 않을 것이다.



하여튼 그때

"아니, 세상물정 모르고 감히 '상식'적으로 법을 얘기해놓고, 곰방 이렇게 꼬리내리는 이 검사는 누굴까?"하는 생각을 했는데 그가 이책의 옮긴이 금태섭이다.

음---, 세상물정 모르고 잘난척한 댓가로 고생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후회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처럼 후련해하며 박수친사람도 있으니, 비록 지금은 꼬리 내렸더라도 부디 속으로 칼을 갈고 있기를 바래본다.

 

 

2. 법학과 학생들의 기본교양서 정도의 책이다. 금태섭은 글을 잘 쓰는 사람이다. 문장에 대한 이해력도 있고. 잘 번역된 책이다.

 

 

3. '법학과 학생들의 기본교양서' 라는 말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있다.

 

1) 마치 최선을 다하면 좀 어려워도 법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며 더 자유롭게 발전하는듯이, 그런 철학으로 서술되어 있다. 자본주의가 법에 대해 선전하고 싶은 대로 씌어 있다는 뜻이다. 실은 법은 돈많은 사람 편인걸. 법학과 학생들도 정의수호 보다는 특권?을 향한 욕망이 더 많은걸 세련되게 감추는 책

 

이 책은 저자가 미국인들로 하여금 자기네 법정이 객관적이고 사려깊으며 매우 인간적이라고 믿게 만드는데 성공한책이다.

그래도 인상적이고, 그래도 이책을 이땅에서 소개하는 것은 지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름위에서 높으신 양반끼리 논하는 법을 우리 가까이 일단 끌어내리기 위해서라도.

 

2) 검사나 변호사가 하는 '질문'은 이미 사건을 위한 편집이라는 것이 매우 재미있게 여기저기서 보여진다. 즉 진실은 누가 더 그럴듯하게 편집하는 논리를 만드느냐의 능력이라는 것이다. 진짜 정의는 변호사나 검사의 혀 위에 있지 않다고 나는 믿는다.

재판에서는 돈많이 주고 유능한 변호사를 선임해야 이길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내가 사실을 말하고 상대가 거짓을 말해도 나의 변호사가 무능하면 나는 이길수 없다는 거지.

 

법은 공정하지도 않고, 완벽하지도 않다.

 

심지어 변호사의 능력이 '논리'가아니라 인맥과 관과의 친분관계임을 인정하는 '전관예우'라는 개같은 일이 공공연한 뻔뻔스런 법정이 대한민국이다.

 

3) 혹시 이 책을 보고, 미국의 법정 드라마를 보고 그러듯이 우리의 재판도 이럴거라고 착각하면 살다가 고통을 격을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의 재판방식은 이 책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우리나라의 재판이나 법에 대해 알려면 김두식의 '헌법의 풍경'을 보시길.

 

4) 우리가 더불어사는 공동체에 다양한 '쟁점'들의 속뜻과 의미를 알 수 있다는 미덕은 매우 큰 장점이다. 잘만들어진 책이다.

 

4. 어쨌거나 나는 대한민국의 법대를 나와서 이땅의 법을 뜯어고치려고 노력하지 않는 모든 법대출신들에게 불만이 많은 사람이다. 그것들이 과거의 습관위에서 저하나 잘먹고 잘살자고 외면하고 있는 사이 많은 사람들이 억울한 일을 당하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금태섭은 어쨌든 법정이 세상을 정의롭게 바꾸는데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이다. 지금은 어떤지 궁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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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1. 산책을 즐긴다는 것은 이미 늙었다는 것이다.

줄넘기와 고무줄, 숨바꼭질을 하던 시절과

미친듯이 절실하게 사람을 그리워하며 취하던 시절이 지났다는 것이다.

목적이없이 시간약속없이 동네 한바퀴를 그저 '산책'으로 걸어돌아오는 것은,

가끔 동네 뒷산을 산책하고 딱히 살 물건 없이 시장을 구경하며 걸어오는 것이 마음편안하다는 것을 아는 나이가 되었다는 것은

이제는 더이상 젊지 않은 것이라는 걸, 어느날 동네뒷산을 달래와 산책하다 문득 알아졌다.

아, 다행이다. 마음이 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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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을 잃다. 러시아 미술


 

눈과 피의 나라 러시아 미술 - Art Travel 1
이주헌 (지은이) | 학고재

 

 

1.

러시아 혁명과 문학에 대해 안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러시아 미술에 대해서 이렇게 모를 수가 있었을까

사회주의 혁명이후 소비에트는 사적으로 소유한 그림들을 국유화해서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국립미술관으로 모으고

무료로 개방했으며, 그래서 경매에 의해 소비에트 국경 밖으로 나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었다.

우리는 주로 소비에트 국경밖의 그림에 대해서만 알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러시아의 그림을 모르고서 러시아의 혁명과 문학을 말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다.

  



2.

이주헌의 안목과 글쓰기가 매우 뛰어나다.

다른 저작중에 '화가와 모델'을 읽어봤는데, 오히려 식상하다는 느낌이었고, 그런정도의 그림소개는 많은 편이다. '내 마음속의 그림' 이라는 책이 여러 저작중 평가를 잘 받고 있는것 같은데, 조만간 읽어봐야지.

 

음--, 가장 뛰어난 능력은 뭐냐면, 그림을 선택하는 안목, 왜 그 미술관의 많은 그림 중에 하필 그 그림을 소개하는지에 대한 설득력이 아닐까 하는데,

인간의 삶에 대해 성찰하고 극적으로 보여주는 러시아 그림들을 소개하기에 적절하게 인간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라는 느낌. 그리고 러시아의 미술관들이 그림을 배치하는 철학을 함께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느낌.

단지 그림과 공감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과 그 그림을 배치하는 미술관을 통해, 러시아를 이해하고 우리에게 적절하게 소개하는 느낌.

(2000년대에 러시아를 직접 보고 온 사람은 혀를 차겠지만...^^)

 

3.

예수 그림, '꿈', '무엇이 진리인가?'

러시아 화가들은 인류를 구원하고 빛과 영광에 휩싸여 감히 쳐다볼 엄두가 나지 않는 예수가 아니라, 너무나 인간적으로 외롭고 고독하고, 절망스러운 예수를 그렸다.

 

'무엇이 진리인가?' 의 상황을 알것 같다. 현장에서 한참 사측과 싸우고 있을때 회사 관리자는 저 그림의 빌라도 같다. 좋은옷을 입고 여유있는 태도로 나를 조롱한다. "어차피 니가 진다. 이기는 것이 정의다."

나는 장기간의 긴장과 투쟁으로 지치고 더럽고, 말할 기운조차 없이 그를 그저 쏘아보기만 할뿐. ^^

신의 아들로 태어나 인류를 구원할 특별한 운명이 미리 예정된 광채속의 '신'이 아니라 고통받고 외로워하고 절망하는 인간 예수의 그림들은,

바로 그래서 그가 위대하다고,

그래서 의연하게 삶을 살아내는 모든 인간은 위대하다고 말하는 것 같다.

 

4. '레핀'

 


 

가장 애착이 가는 화가

사진은 그의 그림중 '볼가강에서 배를 끄는 인부들' 중의 일부이다.

인부들의 얼굴을 중심으로 찍은 사진이고, 그림 전체를 보면 인부들이 큰 배를 끌기위해 상체를 앞으로 숙이고 온힘을 다해 한걸음씩 앞으로 나가는 그 지친 발걸음, 거친호흡, 깊은 주름과 한숨이 느껴진다. 온몸으로 끌어야 하는 터무니 없이 큰 배. 그들에게 삶은 늘 그랬을 것이다.

이런 소제로 그린 레핀의 그림들은 그가 이 비천한 사람들을 얼마나 애정을 갖고 그렸는지가 느껴진다. 그의 붓끝에서 안타까움과 존중의 힘이 느껴진다.

 

5. 애로틱 피카소

러시아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다른 나라 화가의 작품도 몇가지가 소개되는데, 정말 눈독을 들이게 되는 작품이 피카소의 '공위의 소녀'이다.

서른 여섯해를 살며 지금까지 본 그림중 가장 애로틱하고 섹시한 그림.

나비처럼, 풀처럼 하늘거리는 여자와 섹시하고 건장한 남자의.

아름답다.

 

 

러시아에 가서 그림앞에서 넋을 읽고 말것이다.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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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신난다! 돌아왔다!!!

1.

사실은 진즉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싶었는데,

특히 빵에서 읽은 좋은 책들을 까먹기 전에 빨리 올려야 하는데

글쎄 블로그 쓰기 화면에 사진 삽입하는 기능이 없어진 거예요.

설마, 설마 하다가

오늘에야 허성호 동지와 통화하고 해결했답니다.

저는 거의 컴맹 수준인데,

오래동안 컴을 사용안하면 얘네도 지 기능을 까먹기도 한다네

내 참.

이런게 많아요.

8월만에 세상으로 돌아왔더니.

은행결제 시스템이나, 폰뱅킹도 그렇고, 이렇게 메시지가 나와요

"고객님은 장기간의 미사용으로 인하여 서비스가 정지되었습니다. 은행으로 방문하셔서 재신청하신후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새벽에 인터넷으로 책사고 결제하려다 이런 메시지 들리면 뚜껑열려요.

단지 8개월 사용을 안한 것 뿐인데... 우- 씨.  

 

2.

그런것이 많이요. 그 8개월의 공백동안.

우이됐든, 돌아왔고.^^

사진을  올리는 기능을 찾을 수 없다는 이유로 미뤄왔던 책들을 올려볼게요.

개봉박두!!! 기대하세요.

 

(앗! 그 사이 이미 책을 여기저기 나눠줘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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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아르테미시아




1.

최영미의 화가의 우연한 시선에는 '회화의 알레고리로서의 자화상' 이라는 그림이 나온다.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그녀에 대해 '불멸의 화가 아르테미시아'라는 민음사에서 번역한 책이 있는데

품절이라네. 유감이다.

 

아르테미시아는 중세시대의 화가다.

그녀의 아버지가 장인화가였고 아버지의 제자에게 성폭력 당했다.

당시로는 드물게 그녀는 고소하였고, 승소했다.

로마가 떠들썩 했다.

그녀는 결혼했고 이혼했다.

스스로 카이사르의 혼을 갖었다고 했다지.

 

2.

이그림을 보고 또 본다.

렘브란트의 영향을 받아 빛과 어둠의 배치로 화면이 깊다.

 

그녀는 자신을 보는 사람들이 안중에도 없다.

오로지 그림을 그리는데 열중하고 있다.

그림을 그리는 그녀위로 빛이 환하다

아, 아름다운 그녀

그림을 그리려고 상체를 숙이고

오른팔을 치켜들었다

그림에서 그녀의 고집과 열정이 뚝뚝 떨어진다

 

우리를 보지 않고 오로지 그림을 향한 저 자신감

 

 

 


 

3.

그시대의 다른 화가들 처럼

그녀는 성서에 나오는 이야기를 화두로 자주 그림을 그렸다는데

유디트 연작은 서늘하다.

 

자신의 동족을 구하려고 적진에 잠입해 아시리아 장군을 유혹하여 살해한 여인이 유디트다. 유디트에 대해 6편의 연작을 그렸다고 하는데 그중 하나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자르는 유디트'

 

칼을 쥔 손목에 힘이들어간 그녀의 표정이 단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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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


 

화가의 우연한 시선 - 최영미의 서양미술 감상
최영미 (지은이) | 돌베개

 

1.

그녀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녀는 나에게 불쾌한 기억이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

 

말하자면, 내가 학교다닐때

이제 막 '사회주의'라는 말에 심장뛰며 사색을 시작했을때

그녀가 잔치는 끝났다고 선언한 것이 나는 화가 났었어.

 

그무렵 공지영의 고등어와 신경숙의 풍금이 있던 자리와 함께

이땅의 지식인 여자들이 자폐증에 걸려있다고 생각하게 만들었지.

세상 천지 착취와 빈곤에 아우성인데

오로지 저하나 상처만 싸안고 예민한척 엄살부린다고 생각했었지

 

모름지기 작가란 세상과 인간에게 열려있어야 하거늘

물론 이시대에 누군들 제정신일까마는

 

 



2.

예쁘게 편집된 책

월간지 '노블레스'에 연재한걸 모은거라네.

그래, 불쾌해.

이땅 민초들의 눈에 피눈물이 나는 시대에 잔치를 끝낼 수 있는 그녀는

귀족처럼 우아하게 서양미술을 감상하며

인생에 대해 사색하겠지.

여유있고, 깊이있게.

 

그래, 노동자계급 보다 자본가 계급이

인생에 대해 삶에 대해 세련되고 깊이있게 통찰할 시간이 많다는 것에

나는 동의한다.

 

너희는 이런 시간이 계속되길 바라겠지

먹고 살기에도 벅찬 우리는 예술을 감상할 시간도, 여유도 없다

 

그러나 니네보다 더 깊은 통찰을 나는 바란다.

루브르 박물관에 가지 않아도 나는 역사와 예술을 알고싶다.

이해하고 감상하고 싶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더이상 시비걸지 않기로함.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문체.

솔직하고 쉬운 글.

넘치지 않는 사색, 세련되고 그러나 허영은 걷어낸

권위있고 힘있는 자의 그림이 아니라

그림, 자체에 솔직한 것들을 선별해내는 안목이 그녀의 철학이겠지.

탐욕스럽지 않게.

권력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애정

 

나는 계속 불편하다.

지적이고 세련된 그녀의 사색과 성찰이

 

4. 노동자를 위한 성찰의 미술책을 만들고 싶다

우리 계급의 철학으로

 

 

***

어딘가 있는줄 알았는데, '서른 잔치는 끝났다' 그 시집이 없다.

그녀의 두번째 시집 '꿈의 페달을 밟고'가 있어서

다시 보았다.

 

'시는 내게 밥이며 연애이며 정치이며, 그 모든 것들 위에 서 있는 무엇이다. 그래서

나의 운명이 되어버린 시들이여, 세상의 벗들과 적들에게 맛있게 씹히기를......

으자자자작.'

 

작가의 '후기' 중

 

그녀와 화해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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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한 중독성


 

사형수의 지문  법의학 스릴러 | 원제 Cruel & Unusual
퍼트리샤 콘웰 (지은이), 홍성영 (옮긴이) | 노블하우스

 

1.

고등학교때 나는 수학과 영어시간에 수업을 들은 기억이 없다.

수학이나 영어시간이면 만화책을 읽든지 '하이틴 로맨스'류의 책을 읽었다.

아마도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들은 우리의 딴짓을 알았을 것이다.

 

대학에서 선배와의 이야기 도중 하이틴 로맨스가 화제에 오른적이 있다.

아마도 그 가볍고 어처구니없이 천편일률적인 신데렐라 이야기가

그 선배는 혐오스럽다고 했던 것 같다.

 

"선배, 하이틴 로맨스는 책이 아니야. 생필품이야."

 

물론 대학에 입학한 이후 나에게 하이틴 로맨스라는 생필품은

더이상 효용가치가 없어졌지만

그시절,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인생의 목표였음에도

'학교수업'에서 소외되어 멍청하게 시간을 보내야 했던 많은 우리들은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아도 읽을 수 있는 그런 드라마에 익숙해졌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대부분의 드라마는 하이틴로맨스 수준이다.

드라마 또한 생필품이다.

 

 




 

법의관 1 - 법의관 스카페타 시리즈 | 원제 Postmortem (1990)
퍼트리샤 콘웰 (지은이), 유소영 (옮긴이) | 노블하우스

 

 

2.

흔히 스카페타 씨리즈라고 불리는 퍼트리샤 콘웰의 법의학 시리즈들.

 

'케이 스카페타'

매력적인 여성, 똑독하고 날씬하고 예쁘고

짙은 감색과 회색의 정장을 즐겨입고 최고급 차를 몰고다니는

성공한 법의학 의사

 

그러니까 드라마 같은 구조다.

개성적인 캐릭터의 사람들

거기에 법의학이라는 전혀 보통 사람들이 알지못하는 지식과

추리소설 자체의 사건발생과 극적인 진행이 관건인데

 

재밌다.

한번 손에 들면 내일이 시험인데도 불구하고 책장을 넘겨야 하는 중독성

 

불길하다.

반드시 봐야하는 주말드라마는 있는게 좋은 것인지

없는게 좋은 것인지 알지 못한다.

 

불길한 중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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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연애, 결혼 - 유쾌하게 말하기


 

다른 남자를 만나면 모든 것이 달라진다 |

원제 Beim naechsten Mann wird alles anders

에바 헬러 (지은이), 김인순 (옮긴이) | 열린책들

 

 

1.

아! 나도 정말 이렇게 가볍고 유쾌하게 사랑과 연애에 대해

그리고 결혼에 대해 말하고 싶어.

 

미혼이든 기혼이든 섹스를 즐긴다고 절대 자랑할 수 없는 문화가 갑갑해

결혼에 대해 말할때는 내 삶의 나머지 인생을 거는 도박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 싫어.

그렇지 않다고 가족의 가치를 강변하는 결혼한 자들과의 말싸움도 하기 싫어

 



2.

독일 또한 우리사회와 별반 다를게 없구만

결혼에 대해 위선적인 다양한 사람들,

보수적인 시각들과 씩씩한 마초, 느끼한 미초

백마탄 왕자님을 기다리는 신데렐라(그녀는 보잘것 없는 재투성이 아가씨다)

왕자를 위해 기꺼이 식모가 되는 신데렐라

잘난척하는 지식인 여성을 상대로

잘난척하며 혼외정사를 즐기는 좌파 영화학 교수

재밌다

 

우리와 다른 것은 이런 위선을 이만큼 비틀어서 배꼽잡고 웃을 여유가

그녀에게 있다는 것이다

68역명을 거친 그들의 사회가 획득한 지혜이고 여유이다.

부러워라, 부러워라

 

3.

독일에서는 지식인의 기본적인 이미지가 좌파구나.

이를테면 '레닌처럼 수염을 기르고' ^^

 

공산당 선언에 대한 언급과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을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헐렁한듯한 로맨틱코메디에 태연하게 삽입하다니

마치 점심식사 메뉴를 설명하듯,

아침에 마주친 동료와 안부인사를 나누듯이

 

4.

블랑크 클라인이라는 작중인물은 대학강사인데

아내는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중이므로

18개월된 아들을 처음 시작하는 강의실로 데리고 온다.

그리고 그는

'개이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는 사실'에서부터 강의한다.

 

음 ..... 멋지군!

 

5.

매우 솔직하면서도 차갑지 않고  

따듯한 시선으로 사람들을 읽는 다는 것이 에바헬러의 장점이다

기꺼이 에바헬러를 더 읽어봐야 겠다.

1946년에  태어난 그녀는 색채학 전문가래

다른 소설도 있고 색채학전문가로의 저작도 번역되어 있다.

 

음... 멋지군^^

 

 

6.

가족

 

돈을 아끼기 위해서 결혼하고

결혼을 위해서 결혼하고

현실에서 계속 아니라는 것이 확인되는데도

낭만적인 사랑과 결혼을 꿈꾸고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 곧, 미래가 생기는 것

내 삶은 뭐야, 곧 아이의 삶과 미래지

 

나는 우리 부모님에게 그런 아이였다네

우리 부모님은 이제 나에게 그런 부모가 될때가 되었다고 말하지

 

나는 언제쯤 이런방식의 자의식으로 부터 놓여나서

편안하고 자유롭고 즐겁게

사랑과 연애와 결혼과 가족을 말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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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지 못한 슬픈 전설


 

나는 전설이다 - 밀리언셀러 클럽 018 | 원제 I am Legend (1954)
리처드 매드슨 (지은이), 조영학 (옮긴이) | 황금가지

1.

sf 환타지 공포소설계의 최고 장인 (그랜드 마스터)으로 인정받는 사람이

1954년에 발표한 책이다.

1926년 생이니까 28살때

......

허, 참!

나이도 어린것이 미래에 대한 상상을 이런 방식으로 하다니

 

2.

1954년에 발표했는데

첫장이 1976년 1월이다.

즉 리처드 매드슨이 28살때 20여년 후의 인류를 혹은 미국을 배경으로 했다.

 

타인을 배려하지 않을 뿐아니라 가볍고

전쟁으로 피를 흘리며 인간만 망가뜨리는게 아니라

환경오염으로 지구를 병들게 하는

혹은 그런 이유가 없다해도

전혀 가치 있을 이유가 또한 없으므로

인간은 모두 죽어도(야) 좋다고 생각하는 듯 해

 

이 사람이 실제로 1970년대에는 어떻게 생각하며 글을 썼는지 매우 궁금하다.

리터드 매드슨의 다른 책이 번역된 것은 없음

일찌감치 유명한 저자가 되어 여러영화의 원작을 쓴 그는

여든이 넘은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을 한다는데.

 

 

3.

매우 깔끔하고 쿨한 문체

이만하면 번역도 깔끔하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흡혈귀 소설'이라는 평가가 있는데

외로움에 대한 글인듯도 하고

더이상 사전 배경을 알고 책을 읽으면 재미없다.

 

단순히 킬링타임용 이라고 하기에는 아까운

젊은이다운 패기와 상상력이 있고

젊은이답지 않은 인간에 대한 성찰도 있다.

 

4.

1950년대는 미국이 극단적인 레드컴플렉스를 의도적으로 양산하는 집단에의해

광범위한 마녀사냥이 이루어지던 시기이다.

 

그러게

인간이 흡혈귀보다 낳은게 뭐가 있겠어

서로 피빨아먹고 살려고 아우성인걸

1954년에도1976년에도 2006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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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탑파, 소주한잔 하고 싶은


 

열녀문의 비밀 -상 - 백탑파白塔派 그 두 번째 이야기
김탁환 (지은이) | 황금가지

 

1.

역사추리소설이라는 장르는 흥미를 유발하기에 유리하다.

과거의 시간에 살았던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역사책의 어딘가에서 본 인물들과 허구의 인물이 뒤섞여

마치 눈에 보일듯이 전개되는 이야기는 재미있다.

 

장미의 이름을 보며 답답하고 어두웠을 것 같은 중세의 수도사들이

실은 우리와 같은 사람이었다는 생각을 하며 놀랐었지 

최근에는 인문주의자 단테를 탐정으로 만든 추리소설도 있고

 



2.

우리나라의 경우는 김탁환이 독보적이다.

무거운 주제와 방대한 스케일의 대하역사소설은 가끔 있지만

추리소설의 형식을 빌린 경우는 흔치않다.

추리소설은 사건과 그 해결의 인과관계가 치밀해야 설득력이 있다.

과거의 시간에 인물을 등장 시키며 추리소설을 쓴다는 것은

분명 엄두를 내는 것이 쉽지 않을 일이다.

 

백탑파를 소재로 세가지 이야기를 하겠다 했는데

그 두번째 이야기.

 

백탑파는 양반중심의 조선사대부 시대에 보기드문 지식인들이다.

주로 서얼 계층이 많고 실학을 적극 받아들인

자신들의 출신때문에 생긴 사회적인 부당함을 가슴에 간직할 수 밖에 없는

아웃사이더 지식인들.

그러나 어둡지 않았고, 위트있으며, 감상적인 면도 많은

실제 그들이 서로 나눈 서간문이나

박지원의 경우는 열하일기가 새롭게 조명되면서

후학으로서 애정과 열정을 갖을 만한 대가들이었음이 알려지고 있기도 하다.

 

3.

첫번째 이야기인 방각본 살인사건보다 일취월장 하였다.

뭐랄까. 첫번째 이야기는 마치 부채의식이 있는 사람이

쫓기듯이 쓴 느낌.

 

열녀문의 비밀은 훨씬 여유있고 적절하게 세밀하게

백탑파, 그 사람들에 대해 그려놓고 있다.

큰틀에서의 이야기전개는 시종일관 흥미진진하고

김아영의 죽음으로 인한 사건

이덕무가 규장각에서 학문으로만 이상적인 사회를 논하다

실제 부임해서 현실에서 개혁을 실험해야 하는 적성군에서의 사건

개성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사대부의 유학과 예리하게 부딪히는 야소교의 산건

세가지가 큰틀에서의 이야기 전개이고

 

이것을 아기자기하게 재미있게 연결시키는 것이

김진과 이명방의 사건해결과정이다.

 

4.

마치 셜록홈즈와 왓슨을 연상시키는 커플^^

치밀한 김진과 혈기왕성하고 정의로운 이명방이 주고받는 대화와

감정들은 따듯하고 재치있다.

 

큰틀에서의 이야기 전개에 더욱 현실감을 더해주는 것이

등장인물들의 독특한 버릇이나 개성이다.

마치 살아있는 사람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전개.

 

이번 소설은 여유가 있다.

첫번째 소설에서는 백탑파 선배들에게 가위눌린 느낌이 약간 있었다.

불운하게 시대를 살아간천재들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것이 안타까워서

그들이 얼마나 멋진 사람들이었는지

그것을 알려주려고 너무 힘을 들인느낌

그래서 인간적인 냄새가 덜해었다.

 

이번 소설은 자연스럽다.

울분을 삼키며, 그러나 세상과 사람에 대한 애정을 간직한

속깊은 지식인들의 모습이 만져질듯하다.

 

김진, 이명방, 이덕무.... 이들과 술마시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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