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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


 

화가의 우연한 시선 - 최영미의 서양미술 감상
최영미 (지은이) | 돌베개

 

1.

그녀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녀는 나에게 불쾌한 기억이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

 

말하자면, 내가 학교다닐때

이제 막 '사회주의'라는 말에 심장뛰며 사색을 시작했을때

그녀가 잔치는 끝났다고 선언한 것이 나는 화가 났었어.

 

그무렵 공지영의 고등어와 신경숙의 풍금이 있던 자리와 함께

이땅의 지식인 여자들이 자폐증에 걸려있다고 생각하게 만들었지.

세상 천지 착취와 빈곤에 아우성인데

오로지 저하나 상처만 싸안고 예민한척 엄살부린다고 생각했었지

 

모름지기 작가란 세상과 인간에게 열려있어야 하거늘

물론 이시대에 누군들 제정신일까마는

 

 



2.

예쁘게 편집된 책

월간지 '노블레스'에 연재한걸 모은거라네.

그래, 불쾌해.

이땅 민초들의 눈에 피눈물이 나는 시대에 잔치를 끝낼 수 있는 그녀는

귀족처럼 우아하게 서양미술을 감상하며

인생에 대해 사색하겠지.

여유있고, 깊이있게.

 

그래, 노동자계급 보다 자본가 계급이

인생에 대해 삶에 대해 세련되고 깊이있게 통찰할 시간이 많다는 것에

나는 동의한다.

 

너희는 이런 시간이 계속되길 바라겠지

먹고 살기에도 벅찬 우리는 예술을 감상할 시간도, 여유도 없다

 

그러나 니네보다 더 깊은 통찰을 나는 바란다.

루브르 박물관에 가지 않아도 나는 역사와 예술을 알고싶다.

이해하고 감상하고 싶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더이상 시비걸지 않기로함.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문체.

솔직하고 쉬운 글.

넘치지 않는 사색, 세련되고 그러나 허영은 걷어낸

권위있고 힘있는 자의 그림이 아니라

그림, 자체에 솔직한 것들을 선별해내는 안목이 그녀의 철학이겠지.

탐욕스럽지 않게.

권력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애정

 

나는 계속 불편하다.

지적이고 세련된 그녀의 사색과 성찰이

 

4. 노동자를 위한 성찰의 미술책을 만들고 싶다

우리 계급의 철학으로

 

 

***

어딘가 있는줄 알았는데, '서른 잔치는 끝났다' 그 시집이 없다.

그녀의 두번째 시집 '꿈의 페달을 밟고'가 있어서

다시 보았다.

 

'시는 내게 밥이며 연애이며 정치이며, 그 모든 것들 위에 서 있는 무엇이다. 그래서

나의 운명이 되어버린 시들이여, 세상의 벗들과 적들에게 맛있게 씹히기를......

으자자자작.'

 

작가의 '후기' 중

 

그녀와 화해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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