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백탑파, 소주한잔 하고 싶은


 

열녀문의 비밀 -상 - 백탑파白塔派 그 두 번째 이야기
김탁환 (지은이) | 황금가지

 

1.

역사추리소설이라는 장르는 흥미를 유발하기에 유리하다.

과거의 시간에 살았던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역사책의 어딘가에서 본 인물들과 허구의 인물이 뒤섞여

마치 눈에 보일듯이 전개되는 이야기는 재미있다.

 

장미의 이름을 보며 답답하고 어두웠을 것 같은 중세의 수도사들이

실은 우리와 같은 사람이었다는 생각을 하며 놀랐었지 

최근에는 인문주의자 단테를 탐정으로 만든 추리소설도 있고

 



2.

우리나라의 경우는 김탁환이 독보적이다.

무거운 주제와 방대한 스케일의 대하역사소설은 가끔 있지만

추리소설의 형식을 빌린 경우는 흔치않다.

추리소설은 사건과 그 해결의 인과관계가 치밀해야 설득력이 있다.

과거의 시간에 인물을 등장 시키며 추리소설을 쓴다는 것은

분명 엄두를 내는 것이 쉽지 않을 일이다.

 

백탑파를 소재로 세가지 이야기를 하겠다 했는데

그 두번째 이야기.

 

백탑파는 양반중심의 조선사대부 시대에 보기드문 지식인들이다.

주로 서얼 계층이 많고 실학을 적극 받아들인

자신들의 출신때문에 생긴 사회적인 부당함을 가슴에 간직할 수 밖에 없는

아웃사이더 지식인들.

그러나 어둡지 않았고, 위트있으며, 감상적인 면도 많은

실제 그들이 서로 나눈 서간문이나

박지원의 경우는 열하일기가 새롭게 조명되면서

후학으로서 애정과 열정을 갖을 만한 대가들이었음이 알려지고 있기도 하다.

 

3.

첫번째 이야기인 방각본 살인사건보다 일취월장 하였다.

뭐랄까. 첫번째 이야기는 마치 부채의식이 있는 사람이

쫓기듯이 쓴 느낌.

 

열녀문의 비밀은 훨씬 여유있고 적절하게 세밀하게

백탑파, 그 사람들에 대해 그려놓고 있다.

큰틀에서의 이야기전개는 시종일관 흥미진진하고

김아영의 죽음으로 인한 사건

이덕무가 규장각에서 학문으로만 이상적인 사회를 논하다

실제 부임해서 현실에서 개혁을 실험해야 하는 적성군에서의 사건

개성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사대부의 유학과 예리하게 부딪히는 야소교의 산건

세가지가 큰틀에서의 이야기 전개이고

 

이것을 아기자기하게 재미있게 연결시키는 것이

김진과 이명방의 사건해결과정이다.

 

4.

마치 셜록홈즈와 왓슨을 연상시키는 커플^^

치밀한 김진과 혈기왕성하고 정의로운 이명방이 주고받는 대화와

감정들은 따듯하고 재치있다.

 

큰틀에서의 이야기 전개에 더욱 현실감을 더해주는 것이

등장인물들의 독특한 버릇이나 개성이다.

마치 살아있는 사람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전개.

 

이번 소설은 여유가 있다.

첫번째 소설에서는 백탑파 선배들에게 가위눌린 느낌이 약간 있었다.

불운하게 시대를 살아간천재들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것이 안타까워서

그들이 얼마나 멋진 사람들이었는지

그것을 알려주려고 너무 힘을 들인느낌

그래서 인간적인 냄새가 덜해었다.

 

이번 소설은 자연스럽다.

울분을 삼키며, 그러나 세상과 사람에 대한 애정을 간직한

속깊은 지식인들의 모습이 만져질듯하다.

 

김진, 이명방, 이덕무.... 이들과 술마시고 싶어.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