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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7/11 성희롱 진정 후 보복성 해고 당한 여성 근로자 “성희롱도 억울한데, 해고까지 당하다니요?”

 

성희롱 진정 후 보복성 해고 당한 여성 근로자
“성희롱도 억울한데, 해고까지 당하다니요?”
“여성가족부가 복직 책임져주길” 철야 농성 중
▲ 충남 금양물류 비정규직 여성 근로자 박모씨가 1일 여성가족부 청사 앞에서 원직 복직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성희롱 피해 사실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고 14년간 다닌 일터에서 쫓겨났습니다. 현대자동차가 진짜 글로벌 기업이냐고 묻고 싶습니다.”

1일 오전 서울 중구 여성가족부 청사 앞에서 철야 농성 중인 충남 금양물류 전 직원인 박모(46)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박씨는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내 하청업체 비정규직 근로자로, 아산공장 출고센터에서 완성차 품질 검사를 해왔다. 금양물류는 현대차 계열사인 글로비스의 사내 하청업체로 지난해 11월 폐업 후 성희롱 가해자를 포함해 직원들을 형진기업으로 고용 승계했다.

박씨는 2녀1남을 키우는 이혼녀다. 상사인 가해자들은 권력관계를 이용해 성희롱을 일삼았다. 박씨는 “비정규직, 여성, 생활고에 쫓긴 이혼녀라는 짐은 삼중고였다”며 “사내 하청업체에 다니지 않았다면, 정규직 근로자였다면 성희롱 피해를 회사에 알렸다고 해고까지 당했겠는가”라고 물었다.

박씨는 이모 소장과 정모 조장에게 2009년부터 지속적인 성희롱을 당해왔다. 이씨는 작업 중 엉덩이를 무릎으로 치거나 어깨와 팔을 주물럭거리고 “몸무게가 얼마나 나가는지 들어보면 안다”며 박씨를 덥석 들어올리기도 했다. 또 “나는 힘이 세서 팍팍 꽂으면 피가 철철 난다” 등의 성희롱을 하고 “너희 집에 가서 자고 싶다”며 하룻밤 사이에 세 차례 전화하기도 했다. 욕설과 반말은 예사였다. 친구 한모씨의 남편인 정씨는 “우리 둘이 자도 우리 둘만 입 다물면 누가 알겠느냐”고 말하고 “좋아해 사랑해”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등 성희롱을 했다.

박씨는 지난해 9월 인권위 진정 후 한 달도 안 돼 “사회 통념상 근로관계를 계속 유지하기 곤란하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하지만 인권위는 성희롱 피해를 사실로 인정하고 가해자인 소장 이씨는 600만원, 조장 정씨는 300만원을 피해자에게 지급하고 사장 임씨는 9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박씨는 해고 후 아산공장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다 현대차로부터 전치 4주의 상해를 입기도 했다. 지난 5월 서울로 올라온 후 서초경찰서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다 지난달 21일부터 여성가족부 앞에서 철야 농성 중이다.

6.6㎡(2평) 남짓한 텐트가 쳐진 농성장에는 ‘성희롱 그랜저 성희롱 소나타’ ‘평등사회 만든다는 여성가족부! 문제 해결에 당장 나서라’ ‘정몽구 회장이 나서서 피해자 원직복직 시켜라’ 등이 쓰인 피켓과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현재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등 16개 시민·노동단체들이 대책위원회를 꾸려 박씨를 지원하는 촛불집회를 벌이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 측은 “성희롱을 당하는 비정규직 여성들이 많다”며 “생리휴가를 쓰려는 여성에게 ‘바쁜데 왜 생리주기도 못 맞추느냐”며 성희롱하는 피해 사례도 있었다”고 전했다. 노조는 현대차의 불법 파견을 성희롱 사건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성교육과 관리감독 소홀 등의 법적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앞서 현대차 사내 하청업체들에 대해 불법 파견 판정을 내린 바 있다.

박씨는 “현대차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며 “성희롱 예방교육이라도 받았으면 이런 일이 벌어지진 않았을 것이다. 시민들은 힘내라며 음료수를 주고 가는데 정작 내가 기대야 할 여성부에선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백희영 장관이 직접 나서 성희롱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1142호 [사회] (2011-07-11)
박길자 / 여성신문 기자 (muse@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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