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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1/07
    [일다] 11/7 현대차 성희롱 피해자 노숙농성에 함께 하며-세상에 홀로 맞선 하청여성노동자의 싸움, 그 의미를 생각한다
    현대차 사내하청 성희롱 부당해고 피해 노동자 지원대책위
  2. 2011/11/07
    [프로메테우스] 11월 3일자 “내 싸움이 전해지는 곳마다, 힘이 되었으면”
    현대차 사내하청 성희롱 부당해고 피해 노동자 지원대책위

[일다] 11/7 현대차 성희롱 피해자 노숙농성에 함께 하며-세상에 홀로 맞선 하청여성노동자의 싸움, 그 의미를 생각한다

 

현대차 성희롱 피해자 노숙농성에 함께 하며
세상에 홀로 맞선 하청여성노동자의 싸움, 그 의미를 생각한다
<여성주의 저널 일다> 나영 
 
여성가족부 앞에서 계속되고 있는 현대차 사내하청 성희롱·부당해고 노동자의 노숙농성이 8일로 160일째를 맞이합니다. 차가운 겨울의 추위가 차츰 엄습하는 농성장에서 지원대책위원회 활동가가 보내온 편지를 싣습니다. 필자 나영님은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사무국장이며, 이 글은 농성장 일기 등이 담긴 소책자 <작은 꽃 아픔으로 피다>에도 실렸습니다. [편집자 주]
 
돈 없고, 빽 없는 여성이 혼자 살아간다는 것
 
▲ 여성가족부 앞에 설치된 농성텐트.    
처음 여성가족부 앞에 텐트를 치던 그날 밤,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집에서 급히 가져온 텐트와 마침 우리 것과 똑같이 생긴 재능지부 분들이 주신 텐트가 급히 깔아놓은 비닐 한 장 위에 덩그러니 놓였다. 세우고 말고 할 것도 없이 그냥 던지면 펴지는, 허약하기 짝이 없는 조그만 텐트 두 동. 비를 막을 수도 없었다.
 
집회를 끝내고 돌아가려는 사람들에게 휘어진 캐노피 텐트를 지붕만 빌려 세워보려 했지만 이내 경찰이 막았다. 결국 비닐 몇 장이 간신히 텐트 위에 덮이고 그날부터 언니는 그 초라한 텐트 안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투쟁이 시작된 후 종종 농성장 앞에 앉아 청계천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곳의 풍경이 참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곤 했다. '디자인 서울' 운운하기 무색하게 주변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인공의 조형물과 그 아래로 흐르는 인공의 개천.
 
관광객을 실은 버스가 쉴 새 없이 매연을 뿜으며 달려와 그 앞에 도착하면 깃발을 앞세운 무리들이 그 인공의 개천을 따라가며 사진을 찍어대고, 그 매연들 사이에서 화려한 불빛으로 치장한 관광마차를 끌고 힘들게 달려온 말들은 지친 표정으로 도착해 여성가족부 건물 앞에 서곤 했다.
 
그리고 그 ‘여성가족부’ 앞에는 14년을 일한 일터에서 성희롱 당한 사실을 알렸다는 이유만으로 해고된 ‘여성노동자’가 농성을 한다. 무엇 하나 자연스러운 것이 없는 풍경 속에서 단지 농성장과 지친 말들의 표정만이 열심히 현실을 대변하고 있었다.
 
농성장에서 언니와 함께 잤던 날, 언니는 처음으로 나에게 자신의 삶을 들려주었다. 아무리 인생이 곧 드라마라지만 그 날 언니가 들려준 이야기는 드라마 같다 못해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가부장으로 점철된 이 세상에서 돈 없고, 빽 없는 여성이 혼자 힘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희망이 절망이 되고, 삶의 의지가 고통으로 되돌아오는 매 순간을 견뎌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고통의 순간마다 언니는 좌절하는 대신 싸워왔고, 이번에도 포기하는 대신 용기를 냈다. 결국 언니가 지금 겪고 있는 일은 이 폭력적 가부장 사회가 언니에게 안겨준 고통의 정점이자, 더 이상 견딜 수만은 없는 언니가 택한 중요한 전환점인 셈이었다. 그리고 언니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이제 이 싸움은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라 폭력이 곧 권력이 되는 세상을 향한 우리 모두의 싸움이 되었다.
 
피해자를 문제의 원인으로 모는 사회에 맞서
 
성폭력의 일상성은 대부분의 사람들로 하여금 여성에 대한 남성 폭력을 지극히 자연스럽고 본능적인 것으로 여기게 만들고, 성폭력은 특별한 설명이 필요 없는 일이며, 성폭력을 없애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여기게 만든다. 그러나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성폭력을 당연한 일로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기 암시와 같은 특별한 정신 훈련을 통해서 성폭력이 실제로 발생한다거나 또는 그들 자신에게도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은 부정하려고 애쓰고 있다. 지금까지도 우리는 “바보 같은” 행동을 하지 않고, 미리 조심하기만 한다면 어떤 여성이라도 충분히 성폭력을 피해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이야기해 그리고 다시 살아나>, 수잔 브라이슨
 
농성을 하면서 언니가 들었다는 이야기 중 가장 황당하고 가슴 아픈 이야기는 지나가던 여성이 “성희롱 당한 게 뭐 자랑이라고 길에 나와서 이러고 있어”라는 말을 했다는 것이었다. 2010년 겨울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지 한 달쯤 지났을 때는,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사무실로 가해자와 부인이 함께 편지를 보낸 적도 있었다. 
 
가해자는 뻔뻔하게 직장을 계속 다니며 여전히 자신의 권력을 누리고 있지만 피해자는 세 자녀를 두고도 척박한 길 위에서 물벼락을 맞고 폭행을 당해가며 텐트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죄를 지어 놓고도 여전히 남성이기 때문에 유리한 위치에 있다.
 
그가 저지른 성희롱은 그의 권력을 이용한 여성 노동자 관리의 수단이었으며, 그래서 성희롱은 그 자체로 권력이 되었다. 저항해 봤자 잘리면 그만인 하청 기업에서 여성노동자들에게 일상적으로 가해지던 성희롱은, 그것으로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른 일들에까지 저항하지 못하게 만드는 효과적인 수단이 되어왔던 것이다.
 
하청 회사의 관리자라는 권력을 이용하여 상습적으로 성희롱을 하고 급기야 피해자를 직장에서 내쫓은 가해자는 남성 가장이라는 또 다른 사회적 권력을 이용해 이제는 아예 부인과 함께 피해자를 모든 일의 원인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일들은 우리 사회에서 당연한 일상처럼 되어버렸다. 사람들은 이제 수잔 브라이슨의 말처럼, 성희롱을 없애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여기고, 그 사실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성희롱을 당하는 여성들에게 그 탓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성희롱 당한 게 뭐가 자랑이냐” 잔인한 말을 했던 그 여성은 아마도 그 착각으로부터 자신을 일깨우는 농성장이 매우 불편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바로 그 불편함과 싸우고 있다.
 
아픔으로 핀 작은 꽃이 온 세상에 퍼질 그 날까지
 
▲ 시민들과 함께 한 촛불문화제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성희롱·부당해고 피해 여성 노동자 지원대책위'. 이게 우리 대책위의 공식 명칭이다. 이 긴 대책위 이름에 들어가는 단어들 중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이 싸움의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할 것 같아서 사람들에게 이 투쟁에 대해 이야기할 때뿐만 아니라, 블로그나 트위터에 글을 쓸 때조차도 이 이름을 그대로 전하기 위해 애썼다.
 
'현대자동차'의 '하청기업'에서 벌어진 '성희롱', 게다가 그 사실을 동료에게 알렸다는 이유만으로 '징계'와 '해고'를 당한 '여성' 노동자라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 사회의 '여성', '노동자'가 처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싸움에 함께한 지 어느 덧 일 년이 되어가는 지금, 나는 우리가 대책위 이름을 잘못 지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녀는 '피해자'가 아니라 벌써 2년째 이 엄청난 싸움을 지속해온 투쟁의 주체이고, 때문에 우리의 역할은 '피해자'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와 함께 싸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투쟁을 함께하면서 나는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를 복직시켜라" 라는 이 당연한 요구가 왜 그렇게도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것인지, 이 투쟁의 결과가 얼마나 큰 변화의 파장을 가져오게 될 지 새삼 하나하나 깨닫고 있다. 이 싸움은 '현대자동차'라는 글로벌 대기업의 무책임한 경영 윤리에 대한 고발일 뿐만 아니라, 하청 노동자를 쓰다 버리는 부품쯤으로 여기는 원청 기업들의 반인권적 행태에 대한 도전이다. 또한 성희롱, 성폭력으로 여성 노동자들을 '관리'하며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는 남성 관리직 노동자들의 문화와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남성 중심적 권력구조, 여성들을 저임금의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로 내모는 가부장 사회에 대한 폭로다.
 
고용노동부도, 여성가족부도, 민주노총도 하지 못하고 있는 이 엄청난 일을 그녀가 2년째 하고 있다. 처음에 이 '작은 꽃'은 아픔으로 피었지만 결국 그 씨앗이 온 세상에 퍼져 지금과는 다른 세상을 만들게 될 것을 알기에, 우리는 이 싸움을 끝까지 함께할 것이다. 그 날, 언니가 나에게 보여주었던 사진 속 그 모습처럼 예쁘게 차려입고 당당하고 아름다운 사진을 다시 한 번 찍었으면 좋겠다.
 
현대차 사내하청 성희롱 부당해고 피해 노동자 지원대책위 http://blog.jinbo.net/bokj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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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메테우스] 11월 3일자 “내 싸움이 전해지는 곳마다, 힘이 되었으면”

 

“내 싸움이 전해지는 곳마다, 힘이 되었으면”
[인터뷰]여성가족부 앞에서 농성 중인 현대차 사내하청 성희롱 피해 노동자
박종주 기자 메일보내기
 

지난 9월, 국회에 문서 한 건이 나돌았다.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14년간 일하다 성희롱 피해를 입은 한 비정규직 하청 여성 노동자에 관한 글이었다. 피해자를 ‘남성 편력이 심한’ 것으로 묘사하고, 해당 사건이 금속 노조의 자체 조사를 통해 성희롱이 아닌 것으로 결론 났다는 내용을 담은 이 글은, 현대자동차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를 중심으로 배포한 것이었다.

성폭력 사건 피해자를 두고 남성 편력이 심했다는 둥, 먼저 문제가 될 행동을 했다는 둥 하는 식의 2차 가해가 일어나는 것은 흔한 일이니 새삼 무어라 할 말도 없다. 오히려 흥미로운 점은, 하청 업체 직원 사이의 일이라며 책임을 회피해 오던 현대자동차가 직접 ‘해명’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결국 원청 업체가 스스로 책임을 시인한 셈이다.

피해자 이수현 씨(가명)는 현대자동차의 사내 하청 업체인 금양물류에 소속되어, 14년 동안 그랜저와 소나타 등의 검사 업무를 맡아 왔다.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남성 관리직들의 성희롱이야 애초에 흔한 일이었지만, 2008년부터 관리소장과 조장이 가한 지속적인 성희롱은 도저히 참기 힘든 수준이었다.

참다못해 2009년 4월 동료들에게 사실을 알리자, 가해자가 징계위원으로 포함된 징계위원회가 열려 이수현 씨에게 징계처분을 내렸다. 이수현 씨가 부당 징계에 항의하며 인권위원회를 찾아가자 급기야 금양물류는 해고 처분을 내리기에 이른다. 그리고 2010년 11월, 금양물류는 사장의 건강 악화를 이유로 폐업을 선고했다.

이수현 씨가 처음에 취업했던 것은 금양물류가 아니면서 또한 금양물류였다. 회사 이름은 8번이나 바뀌었지만, 함께 일하는 사람도 일하는 장소도 그대로였다. 약 1년 전 문을 닫은 금양물류 역시, 사라졌지만 사라지지 않았다. 가해자를 포함해, 이수현 씨가 함께 일했던 이들은 모두 형진기업이라는 새로운 업체에 고용승계되었다.

현대자동차와 여성가족부, 그 앞의 힘없는 여성 노동자

 

△ 여성노동부 앞 농성 천막 옆에 세워져 있는 피켓. “사내하청 성희롱 피해 문제 해결, 현대차가 나서라” ⓒ 현대차 아산공장 성희롱 및 부당해고 피해 여성노동자 상경농성 지원대책위
이수현 씨가 농성을 한지 어느덧 5개월째다. 인권위원회는 회사의 잘못을 인정했지만, 강제력이 없는 인권위의 결정에 회사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심지어 법원에서도 현대차 사내 하청 노동자의 고용주는 현대차라는 취지의 판결이 나왔지만, 현대차 역시 모른 체 하기는 마찬가지다. 현대차와 금양물류 사이에는 글로비스라는 도급 업체가 있는데, 현대차에서는 책임을 글로비스에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인 현대차가 윤리와 도덕을 무시하고 성희롱 피해 당사자를 해고 시킨 것이 억울하고 분노스러워서 싸움을 결심했다”는 이수현 씨는 “투쟁을 시작한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 그 마음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마음을 밝혔다. 십수 년을 참으며 일해 왔다가 하루 아침에 해고 당했지만, “절대 참고 다른 데로 가지는 못하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에 대한 권력 관계로 인해 불이익을 당할 여성 노동자들을 생각하면, 투쟁함으로써, 알려짐으로써, 힘이 되고 싶기에 멈출 수가 없다”는 그다.

농성을 하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여성가족부 청사 앞이다. 회사와 인권위에 문제 제기를 한 데 이어 현대차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등 갖가지 노력을 해 봤지만 실질적인 힘이 되어 주는 곳은 없었다. 결국, 여성 노동자로서 마지막으로 찾은 곳이 여성가족부다. 물론 여기서도 찬밥 신세기는 매한가지. 건물 1층의 상점에서는 부러 물을 흘려 보내 농성 텐트를 적시기도 했고, 서울시로부터 농성장을 철거당하기도 했다. 여성가족부는 여전히 답이 없다.

이수현 씨는 “청계광장에서 여성가족부 후원으로 성폭력 예방 행사가 열리는 것을 농성하면서 이미 두 번이나 보았다”며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가 여성가족부 앞에서 도와달라 호소하고 있는데 이것조차 해결 못하면서 겉으로 드러나는 행사에 후원만 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필요한 데에서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관이 새로 부임했으니, 청사 문 앞에 있는 여성의 인권부터 챙기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혼자서 바라 볼 뿐이다.

직장 내 성희롱은 일상이다

기업에서 관리직 이하, 그러니까 ‘노동자’의 입지는 취약하다. 비정규직, 여성, 하청업체 소속―그 앞에 붙는 수식어가 하나씩 늘어갈수록 그 입지는 더욱 좁아진다. 차별이라는 말로도 모자랄 온갖 수모를 당하지만, 침해당한 권리를 구제받고 보상받을 길은 어디에도 주어지지 않는다.

이수현 씨는 “관리직 남성이 여성 노동자의 엉덩이를 만지는 것은 물론 발로 차는 것까지도 흔한 일”이라고 말했다. 여성을 앞에 두고 음담패설을 일삼는 것으로 모자라, 잠시 자리를 비운 여성 노동자를 두고 “○○○ 어디 갔어? 뒷물하러 갔어?”와 같은 식으로 말하며 낄낄거리는 일도 그저 일상이었다고.(‘뒷물’은 성기 부위를 씻는 것을 가리키는 말인데, 이 관리직 남성은 ‘근무 중에 성행위를 하고 뒤처리하러 간 것 아니냐’는 뉘앙스를 담아 말한 것이다.)

이런 식의 일상적이고 무차별적인 성폭력 속에서 때로 싸우며(관리직 남성들에 맞서 바른 말을 하는 이수현 씨에는 ‘선생’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었다.), 또 때로 참으며 10년이 넘는 세월을 견뎌 오던 이수현 씨는 관리직 남성들로부터 “사랑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받거나, “너희 집에서 자고 싶다”는 말을 수시로 들으며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되고 말았다.

소장은 뒤에서 다가와 이수현 씨의 겨드랑이에 손을 넣고 몸을 들어올리기도 했고, 또 다른 가해자인 조장은 사건이 공론화 되자 “다른 사람한테는 뽀뽀도 했는데 왜 너만 난리냐”며 오히려 화를 내기도 했다.

이수현 씨가 14년을 일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전까지는 별 일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다. 참을 수밖에 없었고, 아직은 참을 수 있었기 때문일 뿐이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을 한 곳에서 일하면서, 직접 당하고 또 목격한 성폭력은 셀 수 없이 많다.

“내 싸움이 전해지는 곳곳마다,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힘이 되었으면”

이수현 씨가 사건을 공론화하고 결국 부당하게 해고 당하자 한 동료는 “참지 그랬냐”며 안타까워했다. 참는 것 이외에는 딱히, 하청 업체 소속의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가 생활을 유지할 길이 없는 현실 때문이다. 현대자동차와 여성가족부가 외면하는 것으로 모자라, 함께 일하고 함께 당한 동료들조차 쉽사리 힘을 보태지 못하는 투쟁을 하고 있지만, 이수현 씨는 외롭지 않다.

 

△ 행인들이 농성 천막 옆에 전시 되어 있는 피켓 문구를 유심히 읽고 있다.
ⓒ 프로메테우스 박종주
“힘이 없다고 해서 이런 걸로 해고당하는데, 투쟁함으로써, 알려짐으로써 힘이 될 수 있기에 멈출 수가 없다”는 이수현 씨는 “같이 해주시는 분들이 많아 싸울 수 있다”며 “노조들에서 연대를 오는 것은 물론이고, 행인들 역시 후원금이나 음료 등을 주며 응원해 준다”고 말했다. 기자가 취재를 간 날에서 페미니스트 단체인 ‘붉은 몫소리’ 회원들이 도시락을 싸 와 이수현 씨와 담소를 나누고 있었고, 전자 회사 노동조합에서 활동했다는 일본인 관광객들도 영문 플래카드를 보고는 찾아와 한참을 이야기 하고 갔다.

 

이수현 씨는 “워낙 내가 힘이 없다 보니 1년 넘도록 풀리지 않고 있다”면서도 “(상대 기업이)조그마한 데였다면 오히려 빨리 해결됐을지도 모르지만 상대가 워낙 크다 보니 시간이 걸리는 것 뿐이지 결국은 이길 것”이라며, “길고 힘든 싸움이지만 그런 점(대기업을 상대로 싸워 하나의 본보기를 남길 수 있다는 점)에 대한 보람이 오히려 크다”고 말했다.

“내 싸움이 전해지는 곳곳마다,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힘이 되었으면 한다”며, 곳곳에서 차별 받고 있는 여성 노동자들에게 “힘 내라고, 포기 않고 싸워 권리를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다”는 이수현 씨는 갈수록 추워지는 가운데 농성장에서 겨울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요즘은 스티머 대용으로 써서 농성장의 찬 기운을 누그러뜨릴 압력솥을 후원해 줄 사람을 수소문 하는 중이다.

추운 길바닥에서 자기 힘들기도 하고, 연대 오는 이들을 춥게 재우는 것이 미안해 난방 용품을 찾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겨울을 마저 이곳에서 날 생각은 없다. “침낭에 핫팩 두어 개를 넣고 자면 아직은 할 만해요, 추워지면 문제지”라며 웃으면서도 “눈이 오기 전에 현대자동차가 정신 차리고 문제를 해결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강단지게 말하는 이수현 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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