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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자 정직하자

여러가지로 복잡하고 스트레스 쌓이는 나날들

억지 웃음 짓기도 지쳤고 이제부턴 내 맘대로 하겠노라 매일 잘 때 다짐하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맘대로 짜증 내고 위안을 줄만한 친구들은 군대의 마수에 잡혀 있거나 대전에 있다.

 

꿈에서는 캐고딩 시절 과학 선생이 나와 맹장 수술을 의무적으로 무료로 해주겠다고 지랄하고

방금 적출한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시뻘건 맹장을 순대처럼 잘라내어 온갖 이물질로 가득찬 맹장 단면을 보여준다. 그걸 보고 "내 뱃속에 저런 게 있다면 이참에 꺼내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다니.

 

다들 지딴에는 최고로 잘났고 바쁘고 예민하다.

맘편히 기대고 부탁하고 얘기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 단어 선택과 표정에 구애받지 않고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남 눈치 보는 건 너무 힘든 일이다. 아침 햇살에 커피 향 그윽히 마시며 시집 읽는 분위기를 인간관계에서 찾는 사람들은 참 상대하기 버겁다, 온갖 전문 용어와 문어체적 감성을 현실에서 꺼내 풀어놓는 사람들은 피곤하다. 현실의 불확실성을 몇 가지 도식이나 형식 논리로 설명할 수 있다는 건 생구라다. 내가 한 행위나 생각을 그것을 하려는 의도만으로 어떠어떠한 과정이나 인식에 기반해있다는 식으로 레떼르 붙이려는 거 보면 정말 어이가 없다. 기성의 룰을 타파하자면서 항상 만드는 건 또 하나의 룰. 그 룰 안에 안주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단다. 그래, 언제나 사람은 유유상종이지. 자기들 그룹에 안 맞는 사람들 호박씨 까는 건 정치적으로 참 올바르신 분들도 매한가지더라.

 

고등학교에서 대학교로 넘어오면서 느낀 인간관계의 충격적인 변화를 새삼 다시 느낀다.

얌전하고 모범적이고 민감한 '똑똑하고 매너있는' 사람들, 정장 입히고 하루종일 앉혀 타자 치게 하면 딱 어울릴 사람들의 틈바구니는 지옥이다. 대학교 올라와서 같이 테니스 치고 통닭 뜯어먹을 친구 하나 못 사귄 건 정말  안타깝다. 아빠는 무릎 안 좋으셔서 이제 테니스 못 치시고, 고딩까지 껍질 벗겨지도록 휘둘렀던 라켓은 방 한 구석 모퉁이에서 썩고 있다.

 

이태원 살면서 아마추어 레슬링 배우러 다니던 시절, '그쪽' 사람들이나 많이 알아둘걸 후회막급이다. 나한테 어울릴 만한 사람들이랑 놀아야겠다 이제부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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