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는 1836년 이래 베를린에서 공부했지만, 박사학위 논문은 그가 결코 다닌 적 없는, 그리고 박사학위 취득 절차를 위해서도 방문한 적 없는 예나 대학에 제출했다. 마르크스는 ‘출석하지 않고’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 마르크스가 베를린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기를 원치 않았다고, 헤겔주의가 프로이센에서 왕위 교체 후에는 더 이상 인기가 없었고, 마르크스가 ‘헤겔에게로 방향이 맞추어진 박사학위 논문에 적대적으로 대했을 교수들’에 부딪쳤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거듭하여 추측되었다.

 

[...] 이런 숙고는 별로 설득력이 없다. 1841년 연초에 철학부의 구성에는 아직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고, 마르크스는 헤겔의 후계자인 가블러에게 매달릴 수 있었을 터인데, 이는 브루노 바우어가 1840년 3월에 이미 그에게 제안한 것이었다.

 

[...] 정치적 고려 사항보다 더 그럴듯하게 보이는 것은 예나에 유리하고 베를린에게는 불리한 순전히 실무적인 이유들이다. 예나에서는 박사학위 취득 수수료가 베를린에서보다 훨씬 더 낮았다. 그리고 마르크스에게는 돈이 조금밖에 없었다. 또 하나의 이유는 베를린의 시험조건들에서 찾을 수 있었다. 마르크스는 그의 박사학위 논문을 라틴어로 번역해야 했을 것이다. 구술시험 또한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라틴어로 행해졌을 것이고, 어느 정도 준비 기간을 요했을 것이다. 마르크스가 박사학위 논문을 원래 계획했던 것보다 상당히 늦게 완성한 후에, 계속 시험을 더 준비하고 싶지 않았을 개연성이 있다. 그의 가족과 예니도 마찬가지로 안달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 예나 대학 철학부에서는 다른 몇 곳의 독일 대학들에서도 그런 것처럼, 구술시험 없이 “출석하지 않고” 박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었다. 물론 예나에서는 그 때에 “철학박사” 칭호만 받았고, 더 가치가 높은 “철학박사 및 자유 기예 석사” 칭호는 받지 못했는데, 마르크스는 이 칭호를 받으려고 애썼던 것으로 보인다. “출석 없는” 박사학위 취득은 원래 이미 직장 생활 중이거나 이미 학문적 작품을 내놓았고 사후적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기를 원하는 후보자들을 위한 것이었다. 18세기 말경에 무엇보다도 군소 대학들이 자금 궁핍에 처하게 되면서, “불출석” 박사학위 취득은 점점 더 교수들의 소득원이 되었다. 큰 대학들의 일부 저명한 교수들은 논외로 하고, 대부분의 교수들은 단지 비교적 적은 봉급만 받았다. 그래서 그들은 ‘작은 대학들에서는 별로 수가 많지 않은 자기 학생들’의 강의료와 박사학위 취득 수수료에 의존했다. “불출석” 박사학위 취득 건수와 함께 오용도 늘어나서, 19세기에는 이런 취득 유형은 불신이 커 점점 더 페지되어 갔다.

 

[...] 4월 6일에 박사학위 논문과 부속 문서, 증명 서류, 이력서를 철학부 학부장 카를 프리드리히 바흐만에게 보냈는데, 4월 15일에 벌써 박사학위증이 발급되었다. 4월 13일에 바흐만은 학부 동료 교수들에게 “트리어 출신의 카를 하인리히 마르크스 씨라는 아주 품위 있는 후보생”을 소개하며, 그의 저작은 “아주 많은 정신과 예리한 감각 그리고 독서량을 보여서, 나는 그 후보생이 탁월한 것으로 평가받을 자격을 갖춘 것으로 본다”고 문서를 써 보냈다. [...] 철학부 구성원들이 4월 13일에 마르크스의 저작물을 상세히 검증했을 개연성은 없으며, 그들은 물론 학부장의 판단을 신뢰했을 것이다.

 

[...] 슈미트는 바흐만의 평가, “탁월한 것으로 평가받을 자격을 갖추었다”는 것은 [마르크스의 박사학위 논문이 – 인용자] 이례적으로 양호하다는 것을 참조하도록 한다. 1841년 여름 학기의 다른 박사학위 논문들은 “규정을 충족시킨다”거나 “자격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 바흐만이 논문 심사 시에 무엇보다도 학부가 명맥히 미달하는 저작을 수용함으로써 비난을 받을 것에 유의했다고 가정할 수 있다.

 

- Heinrich, Michael. 2025. 『카를 마르크스와 근대 사회의 탄생: 마르크스의 생애와 저술 1권: 1818-1841』. 이승무 옮김. 21세기문화원. pp, 603-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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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24 17:35 2025/01/24 17: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