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츠키  2005/09/16 12:01

이행강령 6

제국주의와 전쟁에 대한 투쟁

세계 대전의 위협으로 세계 인민의 미래와 각국의 정치생활에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곧 다가올 재앙이 인류 대다수를 깊은 시름에 잠기게 하고 있다.

제 2 인터내셔널은 아주 자신만만하게 1914년 당시의 악명 높은 사회애국주의 노선을 반복하고 있다. 왜냐하면 현재 국수주의의 선두 주자는 제 3 인터내셔널이기 때문이다. 전쟁의 위협이 구체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스탈린주의자들은 자본가 및 소자본가 평화주의자들을 훨씬 능가하여 소위 `조국 방위'를 뻔뻔스럽게 외치고 있다. 따라서 전쟁에 반대하는 투쟁은 오직 제 4 인터내셔널에게 달려있다.

이 문제에 대한 볼셰비키-레닌주의자의 노선은 1934년에 발표된 국제서기국(International Secretariat)의 테제 즉 [전쟁과 제 4 인터내셔널](War and the Fourth International)에 정식화되어 있다. 이 테제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다음 시기에는 전쟁에 대한 노선에 따라 혁명정당의 사활이 결정될 것이다. 올바른 노선은 두 가지 요소를 가지고 있다. 제국주의와 제국주의 전쟁에 대한 비타협적인 투쟁이 첫 번째 요소이고 대중의 경험에 기초한 강령을 확정하는 혁명정당의 능력이 두 번째 요소이다.  

자본가 계급과 그 하수인들은 `중립', `집단방위', `평화 수호를 위한 무장', `파시즘에 대한 투쟁' 등 추상적 언사, 비구체적 정식, 비논리적 구호 등을 통해 무엇보다 인민을 속이고 있다. 이러한 언사들은 모두 전쟁 즉 인민의 운명이 달린 문제가 제국주의자, 제국주의 사령부, 제국주의 외교, 제국주의 장군들의 손에 달려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모든 음모와 계략을 동원하여 인민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으려 한다.

파시스트 국가나 소위 부르주아 민주주의 국가나 모두 `명예', `피', `인종' 등과 같은 추상적인 언사들을 동원하여 인민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 제 4 인터내셔널은 이 언사들을 혐오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진실을 말하는 기준, 구호, 요구들을 내걸고 대중이 이 추상적 언사들의 거짓됨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군비축소?' -- 그러나 문제는 누가 누구를 무장 해제시키느냐에 있다. 전쟁을 막거나 끝장낼 수 있는 유일한 군비축소는 노동자에 의한 자본가 계급의 무장 해제 뿐이다. 그러나 이 계급을 무장 해제시키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이 스스로 무장해야 한다.  

`중립?' -- 그러나 노동계급은 일본과 중국, 독일과 소련 사이의 전쟁에서 결코 중립적인 입장을 취할 수 없다. `그렇다면 중국과 소련을 방어해야 하는가?' 물론이다!  제국주의자들은 중국과 소련의 목을 조를지언정 이 나라들을 방어하지 않는다.

`조국 방위?' -- 그러나 이 추상적인 언사의 뜻은 다름이 아니다. 자본가 계급이 자기 이윤과 약탈물을 방어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조국을 외국 자본가들로부터 방어할 용의가 있다. 다만 조건이 있다. 우리가 먼저 국내 자본가 계급의 손발을 묶어 이들의 외국 침략을 막아야 한다. 그리고 노동자와 농민이 나라의 진정한 주인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나라의 부가 극소수 자본가 계급으로부터 인민에게 이전되어야 한다. 그리고 군대가 착취자가 아닌 인민의 무기가 되어야 한다.

이 기본 사상들을 사태 발전과 대중의 의식 발전에 맞추어 좀더 구체적이고 부분적인 사상들로 나누어야 한다. 덧붙여 외교관, 교수, 언론인들의 평화주의와 목수, 농업노동자, 여성, 일용노동자들의 평화주의를 구별시켜야 한다. 전자는 제국주의를 위한 연막에 지나지 않지만 후자는 제국주의에 대한 인민의 불신을 혼란스럽게 표현한 것이다. 소농이나 노동자의 조국 방위는 자신의 가정, 가족, 친지들을 침략, 폭격, 독가스 공격으로부터 지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에 자본가 계급과 그 언론계 하수인들에게는 식민지와 시장을 점령하고 세계의 부 가운데 `자기 나라의' 몫을 약탈을 통해 늘리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본가 계급의 평화주의와 애국은 기만으로 가득 차 있다. 피억압 인민의 평화주의와 애국주의는 한편으로는 파괴적 전쟁에 대한 증오를 담고 있으며 또 한편으로는 자신의 것이라 믿는 것을 지키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필요한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이 의미들을 이용해야 한다.

이러한 사항들을 출발점으로 제 4 인터내셔널은 대중을 적극적인 정치활동으로 끌어들이고 이들의 비판의식을 일깨운다. 그리고 자본가 계급의 계략에 맞서 이들의 승리를 강화할 수 있다면 이들의 불철저한 모든 요구들을 지지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예를 들어 제 4 인터내셔널의 미국 지부는 전쟁 선포 문제에 대한 국민투표 제의에 대해 비판적 지지를 보낸다. 어떠한 민주적 개혁도 그 자체만으로는 지배계급이 원하는 전쟁을 막을 수 없다. 이 점에 대해서 솔직히 경고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제안된 국민투표에 대해서 대중이 환상을 가지고 있더라도 이들의 국민투표에 대한 지지는 부르주아 정부와 의회에 대한 노동자와 농민의 불신을 반영한다. 대중의 환상을 지지하거나 봐주지 않으면서도 이들의 착취자에 대한 진보적 불신감을 모든 힘을 다하여 지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민투표 운동이 확산될수록 부르주아 평화주의자들은 더 빨리 이 운동에서 발을 뺄 것이다. 그리고 코민테른의 배신자들은 더욱 완전하게 타격을 입을 것이다. 그리고 제국주의자들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 관점에서 선거 연령을 18세로 낮추는 요구를 제출해야 한다. 내일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라고 요구받는 청년들은 오늘 투표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 전쟁에 반대하는 투쟁은 무엇보다도 청년을 혁명의 길로 인도하는 투쟁으로 시작되어야 한다.

모든 측면에서 전쟁 문제를 분석해야한다. 그리고 주어진 순간에 대중이 직면한 문제에 주안을 두어 이 문제를 분석해야 한다.

전쟁은 특히 군수산업에게는 막대한 이윤을 거둘 기회이다. 따라서 미국의 `60대 대자본'은 가장 투철한 애국자이며 전쟁을 부추기는 가장 주요한 세력이다. 노동자에 의한 군수산업의 통제는 전쟁을 `제조하는 자들'에 대한 투쟁의 첫걸음이다.

군수산업 이윤에 대한 세금 징수라는 개량주의자들의 구호에 대해 우리는 군수산업의 이윤 몰수와 무기상들의 재산 몰수를 구호로 내세운다. 프랑스와 같이 군수산업이 국유화된 나라에서 노동자에 의한 군수산업의 통제는 여전히 유효한 요구이다. 노동계급은 개별 자본가를 신뢰하지 않는 것과 똑같은 정도로 부르주아 정부를 신뢰할 수 없다.

부르주아 정부에게는 단 한 사람도 그리고 단 한푼도 줄 수 없다!

군비증강 사업이 아니라 유용한 공공사업을 실시하라!

헌병의 통제에서 벗어나 노동자 조직의 완전한 독립성을 쟁취하자!

제국주의 일당은 인민의 등뒤에서 모략을 꾸미는 탐욕스럽고 일말의 온정도 없는 자들이다. 이번에는 이들의 손에서 인민의 운명을 완전히 구해내야 한다.

이에 따라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비밀외교의 완전 철폐; 모든 조약과 합의는 노동자와 농민 모두에게 공개하라.

● 노동자 농민 위원회의 직접 통제하에 노동자와 농민의 군사훈련 및 무장을 실시하라.

● 노동자 조직이 선출한 근로인민을 지휘관으로 훈련시키기 위해 군사학교를 창설하라.

● 공장, 광산, 농장 등과 긴밀히 연결된 인민의 민병대로 상비군을 대체하라.

제국주의 전쟁은 부르주아 계급의 약탈 정치가 계속되고 격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전쟁에 반대하는 노동계급의 투쟁은 계급투쟁이 계속되고 격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전쟁의 시작은 상황을 변화시키고 부분적으로 계급 사이의 투쟁 수단을 변화시킨다. 그러나 그 목적과 기본 방향은 변함이 없다.

제국주의 부르주아는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따라서 임박한 전쟁의 근본 성격은 제국주의 전쟁이다. 따라서 전세계 노동계급의 기본 노선은 제국주의와 제국주의 전쟁 반대이다. 이 기본 노선은 `진짜 적은 국내에 있다', 또는 `제국주의 조국의 패배는 차선책이다'로 표현된다.

그러나 세계의 모든 나라가 제국주의 나라인 것은 아니다. 이와 반대로 대다수 나라들은 제국주의의 피해 당사자이다. 식민지 또는 반식민지 나라들의 일부는 틀림없이 전쟁을 제국주의 사슬에서 벗어나는 수단으로 삼을 것이다. 이들의 전쟁은 제국주의 전쟁이 아니라 반(反)제국주의 해방전쟁이 될 것이다. 피억압 국가들이 억압 국가들에 대항하여 전쟁을 벌일 때 세계 노동계급은 피억압국가들을 도울 의무가 있다. 같은 의무가 소련에도 적용된다. 전쟁 전이나 전쟁 중에 노동자 정부가 들어선 나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노동자국가나 식민지 나라에 대한 전쟁에서 모든 제국주의 정부가 패배하는 것은 차선책이다.

그러나 제국주의 국가의 노동자들은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나라를 도울 때 자기 나라의 정부를 통할 수는 없다. 특정 시점에서 두 나라의 외교적 군사적 관계가 어떻든 마찬가지이다. 만약 정부들이 일시적인 그리고 상황의 성격상 신뢰할 수 없는 동맹관계에 있다면 제국주의 나라의 노동계급은 자국 정부에 대해서 계속 저항하고 나름의 방식 즉 국제 계급투쟁의 방식으로 비(非)제국주의 `동맹국'을 지지한다. (배신적인 제국주의 동맹국들에 대한 반대 선동 뿐 아니라 식민지의 노동자정부를 지지하는 선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전자의 경우에는 불매운동, 파업을 벌여야 하며 후자의 경우에는 거꾸로 불매운동과 파업을 거부해야 한다.)

전쟁 중에 식민지 국가나 소련을 지지할 경우에도 노동계급은 식민지의 부르주아 정부나 소련의 스탈린주의 정부와 연대하지 않는다. 이와 반대로 이들로부터 완전한 정치적 독립성을 유지한다. 정당하고 진보적인 전쟁을 지원하는 것을 통해 혁명적 노동계급은 식민지와 소련 노동자들의 공감을 획득한다. 그리고 제 4 인터내셔널의 권위와 영향력을 강화시킨다. 더욱이 이를 통해 제 4 인터내셔널은 식민지 부르주아 정부나 소련 반동 관료집단 타도를 위한 노동자 투쟁에 대한 지원 능력을 증대시킨다.

전쟁의 시작 단계에서 제 4 인터내셔널 지부들은 고립감을 느낄 것이다. 이것은 불가피하다. 모든 전쟁에서 대중은 상황을 모른 채 자국 정부의 편을 들게 마련이다. 이때 국제주의자들은 소위 여론에 거역해야 한다. 그러나 새 전쟁의 파괴와 참상은 첫 몇 달만에 제 1차 세계대전의 피비린내 나는 공포를 훨씬 능가할 것이다. 이 결과 대중의 각성, 불만, 반란은 급격히 증대될 것이다. 그리고 제 4 인터내셔널 지부들은 혁명적 물결의 선두에 서게 될 것이다. 또한 이행 요구들의 유효성과 현실성은 크게 발휘될 것이다. 이 결과 노동계급의 정치권력 장악 문제가 크게 대두될 것이다.

자본주의는 인류를 소진시키거나 피의 강물 속에 익사시키기 전에 먼저 민족적 인종적 증오심으로 세계의 공기를 더럽힐 것이다. 유태인 반대는 오늘날 자본주의의 단말마적 고통이 드러내는 악성 발작의 하나이다.

유태인 반대와 같은 인종적 편견과 모든 종류의 민족적 거만과 국수주의의 근원을 비타협적으로 폭로하는 것은 제 4 인터내셔널 모든 지부의 일상활동에 속한다. 이것은 제국주의와 전쟁을 반대하는 투쟁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우리의 기본 구호는 항상 다음과 같다: 세계의 노동자들이여, 단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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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16 12:01 2005/09/1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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