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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교섭 투쟁 승리로 청소노동자들의 권리 찾기를 시작하자! [사회주의자 통신 1호]

집단교섭 투쟁 승리로 청소노동자들의 권리 찾기를 시작하자!

- 공공운수 서경지부 이화여대분회 신복기 분회장을 만나다 -

 

사노위 서울지역위원회 정나위

 


 

‘따뜻한 밥 한 끼의 권리’를 시작으로, 한국 사회 청소, 경비 노동자들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지난 1월, 49일 간의 본관 점거 농성 끝에 다시 일터로 돌아올 수 있었던 홍익대 노동자들의 뒤에는, 그들의 투쟁과 노동의 가치에 관심 가지는 많은 사람들의 지지가 있었다.

그리고 최근, 홍익대 투쟁에 이어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 청소, 경비 노동자들이 ‘단결투쟁’에 나섰다. 사업장을 넘어서 한국 사회 전반에 청소 노동자들이 처한 비슷한 현실을 함께 바꾸자는 취지로 시작된 ‘집단교섭’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집단교섭을 통해 노동자들은 1. 생활임금 5,180원 쟁취 2. 휴게실 개선 3. 진짜 사장 대학 총장 직접 고용을 걸고 싸우고 있다. 물론 쉽지 않은 싸움이다. ‘청소, 경비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이고, 최저 임금 정도만 받아도 된다’는 지금 사회의 견고한 틀을 깨야 하는 싸움이기 때문이다. 집단 교섭은 지난 10월부터 3월까지 13차례나 열렸으나 모두 결렬되었고, 8일에는 800여 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총 파업을 했지만, 진짜 사장 학교 본부는 뒷짐 지고 있기만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10월부터 시작된 집단교섭 투쟁을 열심히 만들어가고 있는 공공노조 서경지부 이화여대 분회 신복기 분회장을 만나봤다.

1. 이번 투쟁의 의미는? 처음에 어땠는지?

- 서경지부에서 ‘이제는 연대 투쟁이 아니라 단결투쟁이다’라는 의미에서 집단 교섭을 처음 시작하자고 했을 때는 많이 망설였다. 이화여대의 경우, 노조를 16

만든 지 일 년도 되지 않은 상태였고, 그래서 우리 사업장 투쟁하기에도 바쁜데 다른 사업장과 같이 무언가를 한다는 게 엄두가 안 나서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서경지부와의 여러 번 논의하고 조합원들과 총회도 한 결과 집단교섭을 함께하기로 했다. 사실 우리 청소 노동자들이 각 사업장별로 교섭하고 싸운다고 해도, 서로 연대하는 건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우리 이화여대 분회가 처음 생기고 투쟁할 때 연세대, 동덕여대, 고려대 등 많은 조합원들이 함께한 게 큰 힘이 됐다. 이렇게 서경지부 내의 사업장들은 중요한 투쟁 있을 때마다 함께한다. 집단교섭을 통해 함께 교섭하고, 함께 싸운다는 게 사실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매번 교섭 때 최저 임금에서 100~200원 올리는 정도인데, 이렇게 하는 게 우리 노동자들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다주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집단교섭을 통해서 ‘생활임금’도 요구하고, 더 많은 노동자들이 뭉쳐서 싸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2. 투쟁 과정에서 느낀 점이 있다면?

- 사실 많이 힘들었다. 여러 용역업체들과 사업장이 함께 교섭을 하다 보니 교섭 자체도 길고, 장소도 우리 현장이 아니라 계속 바뀌는 부분이 있었다. 사실 교섭이라는 게 얘기 하면 풀리는 그런 게 아니지 않나. 얘기해도 안 되는 게 많으니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다른 분회와 함께 투쟁하고 교섭해서 함께하는 힘을 더 많이 느꼈다. 그리고 이대분회의 경우 파업을 이번 3월 8일에 처음 해봤는데, 이를 통해 조합원들의 힘도 많이 느꼈다. 집단 교섭을 통해 힘을 많이 모은 만큼, 좋은 결과가 빨리 나왔으면 한다.

3. 집단교섭 요구안 세 번째가 ‘총장 직접고용’이었는데 이 요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이번 집단교섭 투쟁에 요구안으로 있기는 했지만, 사실 임금 문제에 대해서 교섭에서는 주로 이야기한 것 같다. 하지만 총장 직접 고용은 매우 필요한 요구안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요구가 실현되는 게 쉽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안다. 그런데 정말 우리 청소 노동자들뿐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용역, 비정규직만 늘어나지 않나. 우리 학교 학생들도 아무리 공부하고 좋은 학교 졸업해도 대부분이 비정규직 되거나 용역 업체 소속이 되는 현실이다. 지금 사회 자체에 비정규직이 원체 많으니까. ‘청소’ 노동자들만 그런 게 아니라 지금 사회 살아가는 사람들이 전부 그런 식으로 고용이 되니 더 문제다. 사실 원청에서 편하려고 용역 쓰는 건데, 안 좋은 피해는 다 우리한테 온다. 이번 교섭 때도 회사와 이야기하다보면 회사는 조금만 어려운 문제 이야기 하면 ‘그건 학교 책임이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또 학교 본부와 면담을 하다보면 ‘그 문제는 용역 업체와 할 이야기’라고 한다. 이러다 보면 말이 와전되기도 하고, 오히려 얘기가 원점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많고 그렇다. 어려운 문제고 풀기도 쉽지 않겠지만, 길게 보고 풀어나가야 하지 않겠나 싶다.

청소, 경비 노동자들의 90% 이상이 비정규직으로 고용되고 있고, 최저임금 언저리의 임금을 받는 지금의 사회에서, 이 현실 자체를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다. 노동자들이 뭉치고 단결해도, 사측과 학교 본부는 서로 눈치 보며 책임 회피하기에 바쁘다. 3월 8일 총파업 직후인 10일 열린 13차 집단교섭에서 사측은 기존에 이야기했던 안마저 다 폐기하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4,320원 최저임금’을 이야기했다. 내가 일하는 이곳, 이 학교가 나의 고용주가 되어야 한다는 건 누가 봐도 상식적인 이야기다. 이 상식을 사회에서 지켜가기가 이렇게도 힘들다.

하지만 비정규직이 뭔지도 모르고, 용역 업체가 뭔지, 최저임금이 올해 얼만지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지냈던 노동자들이 지금 현실에 대해 저항하고 있다. 단결하고 투쟁하고 있다. 그리고 투쟁하는 노동자들은 이 과정에서 현재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고 있다. 현재 교섭 요구와 관련하여 4,320원 최저 임금에서 좀 더 개선된 수준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보장할 수 있는 수준으로의 임금 상승을 요구하고 있으며, - 물론 그나마도 최저 임금에서 고작 20% 인상된 5,180원이다 - 직고용 요구와 관련해서도 지부가 용역업체와 협상하면서, 대학 혹은 대학병원의 책임을 묻는 선언적 수준에 머물고 있고, 집단교섭 요구에 대해서도 한 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반면, 노동자들은 투쟁의 과정을 통해 투쟁의 방향이 정확히 원청, 즉 대학 혹은 대학병원이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아가고 있다. 또한 현재 제기하고 있는 상식적인 요구조차도 노동자들의 집단적 투쟁을 통해서만 쟁취할 수 있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우리라고 최저 임금만 받으라는 법 있나, 우리를 진짜 사용하고 있는 대학이 이 문제에 책임을 져라!

점점 커지고 있는 청소, 경비 노동자들의 투쟁, 단결투쟁으로 반드시 승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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