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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진위 건설 경로와 무기로서의 강령 [사회주의자 통신 1호]

추진위 건설 경로와 무기로서의 강령

 

사노위 서울지역위원회 이형로

 


 

1. 당 추진위 건설의 실질적 조건

 

작년 5월 출범한 사노위는, 사회주의 운동과 계급투쟁의 상황, 그리고 사노위 구성원들의 객관적 조건들에 근거하여 공동실천단계-당 추진위 -당 건설이라는 경로를 상정하고, 본격적인 당 건설 투쟁에 돌입했다. 사노위는 출범 당시 당 추진위 전환을 위해서는 1)강령, 전술, 조직의 통일 2)선진노동자에 대한 실천적 권위확보를 조건으로 내세웠었다. 하지만 이것은 공동 실천위 이전단계의 설정이다. 10개월의 공동실천 과정에서 드러난 이러저러한 문제점과 한계에 직면한 지금에 와서는 조건과 현실이 달라져서, 좀 더 명확하고 구체적인 당 추진위 전환조건과 경로를 밝혀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추진하는 당 추진위 건설의 실질적 조건은 무엇인가?

첫째, 전략 전술 모든 면에서 부르주아 국가권력에 맞서 독자적인 정치투쟁이 가능한 조직이다. 이것은 혁명조직이 아니더라도 당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조건이다. 그런데 혁명조직에서의 독자적인 정치투쟁의 가능성은 단순히 조직원의 숫자와 대중에 대한 영향력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정치투쟁은 부르주아 국가권력을 타도하고 사회주의혁명을 수행하기 위한 강고한 혁명 강령과 그 강령에 근거해 활동하는 당원들의 실천력이 담보되어야 가능하다. 그리고 정치활동의 성과는 계급의식의 성장과 계급투쟁의 방향을 혁명적으로 전환시키는데 있어서의 공헌도로 판단해야 한다. 즉, 혁명 강령에 입각해 독자적인 정치투쟁을 수행하는 조직이 혁명정당인 것이다.

둘째, 혁명적 강령, 규약이 확립된 조직이어야 한다. 혁명 강령 없는 혁명조직은 존재할 수 없으며, 혁명당과 혁명 강령은 계급의식의 정치적 표현이며,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노동자계급의 혁명투쟁에 필수불가결하다. 노동자들이 일상적 투쟁의 과정에서 얻게 된 노동자의식은 혁명적으로 진전될 수도 있지만, 투쟁의 시기가 지나면 쉽게 깨지고 일시적이며 결국 소멸해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노동자계급에게는 계급의 모든 역사적·이론적인 성과들을 온전히 담아내는 강령을 가진 조직인, 혁명 정당이 필요하다. 이 때 당은 투쟁하는 노동자 계급과 조직적으로 함께 해야만 혁명적으로 유지될 수 있고, 계급의식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항상 노동자 계급투쟁에 복무해야 한다. 또한 계급의식의 발전과 계급투쟁에 복무하기 위해서는 혁명 강령이 실천에서 무기로 작용해야하며 그 무기가 다양한 전술로 발현되어야 한다. 따라서 ‘선진노동자에 대한 실천적 권위확보’라는 것 역시 혁명 강령과 규약이 갖춰진 상태에서의 전술적 개입을 통해 가능한 것이지, 반대로 선진노동자들에 대한 권위확보가 당을 만드는 조건이 되어서는 안 된다.

셋째, 전국적인 조직망과 활동근거를 갖춘 조직이어야 하며, 모든 당원이 활동의 근간에서 직접적인 사회주의 정치활동이 가능한 조직이어야 한다. 직접적인 사회주의 정치활동은 노조나 현장조직, 노동단체를 통해서 배후 활동을 하는 것으로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진정으로 혁명정당을 건설하고 사회주의 정치활동을 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자신이 속해있는 노동단체, 활동가조직, 현장조직과 혁명정당과의 관계설정을 분명히 하고, 단절이 필요하면 과감히 끊어내고, 전환이 필요하면 과감히 혁명정당의 조직으로 끌어들이고,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면 과감히 탈퇴하여 당원으로써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다. 우리가 건설할 사회주의 현장분회는 무엇인가? 현장에서 당의 강령에 입각하여 사회주의 활동을 전개하는 단위와 조직을 의미한다. 당의 강령에 입각하지 않은 활동과 그 조직들은 사회주의 현장분회라 할 수 없으며, 따라서 현장분회의 건설과 활동은 당의 강령과 전술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넷째, 정치의 중앙인 중핵과 활동의 근간인 현장분회가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조직이어야 하며, 혁명조직의 기본인 민주적 집중제의 원칙이 관철되는 조직이어야 한다. 정치의 중앙과 기본 활동단위가 유기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중핵과 현장분회의 정치의식과 실천 활동이 최대한 균질화되어야 한다. 즉 현장분회가 각각의 현장에서 당의 대부분의 기능(선전, 선동, 조직, 투쟁)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민주적 집중제가 관철되기 위해서는 다음의 두 가지 요건들을 모두 충족시켜야 한다.

1) 조직 내부의 혁명의식이 완전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조직원 전체의 정치의식이 최대한 균질화되어야 한다. 균질성이 높은 조직일수록 획일화되지 않은 조직으로서 각자의 정치적 견해를 밝히고 사상투쟁을 벌이는데 있어 가장 광범위하고 제한 없는 토론을 보장한다.

2) 이와 동시에 조직의 강력한 결집력과 행동일치를 보장해야 한다. 특히, 다수가 채택한 결정에 대해 전 조직원과 조직의 모든 체계는 책임 있게 수행해야 한다.

다섯째, 사회주의 세력을 혁명적으로 재조직화하고, 전투적 노동자들의 자기조직화의 과제를 제시하는 것의 중심에 서있는 조직이어야 한다. 혁명정당은 사민주의 정당들처럼 대중에게 인기를 얻고 대중들을 투쟁에 동원하는 것이 아니라, 혁명 강령에 입각해 계급과 계급의식을 바꾸어 내는 것이 임무이다. 계급과 계급의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자신들을 스스로 조직하고 자신들의 연대와 의식으로만 자본주의를 극복할 수 있다는 과제를 강력하게 제시하고 확산시켜야 한다. 그리고 아직도 분열되어 있고 혁명정당 건설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사회주의자들에게 혁명정당의 건설 경로를 제시하고, 혁명 강령을 제안하고, 그들이 함께할 수 있는 명료한 기준을 제시하여, 혁명적 사회주의자와 전투적 노동자계급의 자기조직화 과업의 중심에 서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의 사노위의 상태와 조건은 어떠한가? 형식적으로는 이미 전국적인 조직망을 갖추었고, 독자적 정치투쟁이 가능하며, 혁명적 사회주의 진영 재편의 중심에 서있는 것은 맞다. 그렇다면 이미 위의 다섯 가지 요건 가운데 첫째, 셋째, 다섯째 요건은 갖추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사노위가 아직 혁명적 강령과 강령에 입각한 실천을 조직할 수 있는 당적 조직 구조를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그런데 앞서 세 가지 요건은 강령과 당적 조직구조가 갖춰지지 않는다면, 정치 없는 정치투쟁, 실천 없는 전국적 조직, 실체 없는 혁명적 재편의 중심이 되고 만다.

따라서 사노위의 남은 기간 혁명 강령 건설과 당적 조직구조를 갖추는데 사활을 걸어야 하며, 이것만이 사노위의 공동실천단계를 실패로 만들지 않고, 조직의 질적인 전환을 이루어내 당 추진위를 힘 있게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2. 당과 강령

 

당의 성격은 당의 이름이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당에서 내걸은 강령과 실천력이 규정해 준다. 우리가 만들려는 강령은 한마디로 사회주의 혁명 강령이다. 우리의 강령은 역사와 생산과 권력의 주체인 노동자계급의 해방을 위해, 자본주의 체제를 근본적으로 철폐하고 사회주의 혁명을 실현시키는 강령이며, 그 원칙에서 벗어난 어떠한 반자본주의 강령도, 반신자유주의 강령도, 반제국주의 강령도 허용할 수 없다. 이 강령은 프롤레타리아계급에 대한 착취체제인 자본주의체제의 본질과 현 쇠퇴시기의 본질을 밝혀내고, 사회주의 혁명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설명하고, 프롤레타리아 독재-공산주의 사회로의 이행 등 혁명의 전 과정에 대한 혁명적 원칙을 정립하고, 노동자계급에게 사회주의 혁명, 세계혁명의 전망을 제시하여, 현실의 계급투쟁에서 자본가계급에 맞서 싸울 수 있는 무기로서의 역할을 하는 강령이다.

지난 1월 사노위 2차 총회에서는 3개의 강령 초초안이 제출되었고, 현재는 본격적으로 조직 내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사노위는 출범 시에 강령이전의 낮은 단계로서 11개 정치원칙을 기준으로 삼아, 사회주의 혁명당 건설과 거리가 먼 사민주의, 스탈린주의, 민족주의자들은 배제한 상태에서, 한국 사회주의 운동의 다수 경향들을 포괄하면서 출발했다. 이에 따라 다양한 정치노선과 써클들이 참여(일부 써클 불참)했고, 벌써 10개월을 경과하며 공동실천 과정을 마감해가고 있다. 이것은 사노위가 써클 구도에서는 다수를 포함하지 못했지만, 정치경향 속에서는 가장 풍부한 다수의 경향을 참여시키며, 당 건설 운동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우리가 건설하고 채택할 강령은 조직원 숫자의 다수가 선호하는 강령이 아닌, 정치적 경향의 다수를 포괄하고 일치시키는 강령이어야 한다. 이런 원칙만이 진정한 강령 투쟁과 강령건설을 보장할 것이며, 이 과정을 거쳐 건설된 강령이 당 추진위에서 채택되어야 한다. 강력한 정치조직은 통합지도부의 건설이 아닌 강령적 통일, 강령적 행동일치에 있다. 강령의 수준을 낮추어 통일을 꾀하는 것은 혁명적 전통과 현실의 혁명적 사회주의운동을 버리는 일이다. 그리고 강령은 원칙에 동의해야하는 것이지, 강령의 세세한 문구 하나하나는 계급투쟁의 발전과 함께 끊임없이 건설되어야 하는 과제이다. 실천을 강제하는 것은 강령의 명료한 원칙과 그에 입각한 풍부한 전술과 지침이지, 강령의 친절함과 좋은 글귀가 아니기 때문이다.

 

 

3. 당 추진위 건설을 향한 중대한 결정과 2가지 과제

 

사노위는 이제 남은 3개월 안에 중대한 결정을 해야 하며, 동시에 당 건설 경로에서 피할 수 없는 역사적 과업을 안게 되었다.

첫째, 단일 강령이 만들어지고 강령이 승인된다하더라도, 조직원들의 강령적 실천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강령도 당 건설도 껍데기에 불과할 것이다. 따라서 강령의 승인은 강령의 내용에 대한 동의만이 아니라, 강령을 실천적으로 결의하고 강령에 입각해 활동할 진정한 당원의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어야 한다. 강령과 규약을 승인하는 순간, 현재의 사노위보다 2~3배 이상의 정치의식 상승과 활동력이 필요할 것이며, 강령적 실천과 규약 준수가 조직의 모든 규율을 담보해줄 것이다. 당 추진위는 이렇게 강력한 강령적 실천이 담보된다면 즉각 결성되어야 한다. 이것은 단일 강령이 아닐 경우, 각각의 강령 안중에서 실천이 담보되는 강령만이 당 추진위의 강령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둘째, 강령제출과 함께 당 추진위 건설을 외부의 사회주의자와 노동자계급에게 공개적이고 공세적으로 제안하여, 당 추진위 건설을 실물화시키고 기정사실화해야 한다. 이것은 강령 초초안 단계를 넘어 강령초안이 제출되는 시점에서 모든 강령초안에 제한 없이 적용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강령초안이 나오는 시점에서는 단일안의 경우에도 외부확장을 위해 필요하고, 복수안일 경우에도 외부확장이 당 추진위 건설의 척도라서 사활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당 추진위의 상과 경로는 분명해졌다. 단일 강령 안 건설, 강령의 실천적 승인과 조직의 질적 상승, 강령을 통한 외부로의 확장, 당 추진위의 건설이라는 역사적 과업이 우리 앞에 놓여있다. 물론 복수의 강령 안이 나와서 사노위 모든 성원이 당 추진위로 가기 여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당 추진위 건설의 제약이 될 수는 없다. 시간이 필요한 동지들에게는 당 추진위 참여를 준비하는 예비조직을 상정할 수 있다.

혁명정당과 혁명강령이 필요한 동지들! 강력한 실천력을 담보한 혁명적 강령을 무기로 삼아, 당 추진위 건설의 불길을 끝없이 확장시켜, 이 땅의 혁명적 사회주의자들과 가장 전투적 노동자계급이 동지들과 함께 혁명정당에 녹아들어가게 만들자!

 

 

 

**사회주의 혁명정당을 건설은 강령을 중심으로 강령, 조직, 전술적 통일성을 구현해내는 부단한 투쟁의 과정이다. 이 투쟁의 과정은 계급투쟁 및 혁명운동역사에 대한 이해와 최신의 성과까지 포함하는 과학적 방법론에 근거하여 현실적 과제를 도출해 내는 과정이며, 강령에 대한 태도와 이해, 그리고 나아가 정치활동의 내용과 방식을 둘러싸고 첨예한 논쟁으로 드러난다.

사노위는 강령, 조직, 전술적 통일을 통해 사회주의노동자정당 추진위 건설로 나아갈 임무를 가지고 출범했다. 추진위 전환을 앞두고 사노위는 남구현, 장혜경, 신현원의 3인 안과 오세철, 양효식, 김강산, 이형로, 백종성의 5인안, 그리고 최기영, 이원기의 2인안, 이렇게 총 3개의 초초안 (각각의 안들은 사노위 홈페이지 swc. jinbo.net에서 확인할 수 있다)을 제출하고 있으며, 각 안들을 두고 치열한 내부토론을 진행하고 있다.서로 다른 역사와 경향, 이론적 내용을 토대로 존재하던 사회주의 써클들의 시대를 종식시키고, 노동자 계급의 미래를 대변하는 사회주의 혁명정당을 건설해야할 임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초초안을 제출한 동지들이 현재 쟁점이 되고 있다고 판단하거나, 자신의 안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내용을 싣고 있다. 다음 호부터는 강령토론 과정에서 제출된 주요 쟁점들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논쟁을 다루고자 한다. 사회주의 강령의 토론이 사노위의 내부적인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를 타도하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려는 사회주의자들의 공동의 관심사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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