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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연행자모임 - 성명] 자본이 사람을 죽였다.-2009.01.23

* [촛불연행자모임 - 성명] 자본이 사람을 죽였다. [1]
* Normalizer * 번호 2213291 | 2009.01.23 * 조회 47

[촛불연행자모임 성명]

자본이 사람을 죽였다. 자본 권력의 독점을 끝장내자!
  

2009 년 1월 20일, 이명박 정권의 자본만능주의는 이 땅에 참극을 불렀다. 용산4구역 철거민들이 자신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농성에 임하다가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건설 자본과 정치 권력의 주구가 된 경찰의 폭압적 진압이 이 사건의 직접적인 원인이지만, 실제로는 자본 만능주의를 신봉하는 이명박이 이 참사를 만들었다. 

반 평생을 용산에서 거주하고 장사를 하며 살아갔던 세입자들은 부동산 광풍속에 잊혀졌고 재개발로 인해 버려졌다. 하루아침에 생계 터전을 잃게 생긴 용산4구역 철거민들은 1년이 넘도록 용산구청과 삼성물산, 대림, 포스코 등 시행사들을 대상으로 시위를 벌이며 실질적인 대책마련을 요구했으나, 그들의 답변은 철거민들이 생계를 이어나가기도 힘들 정도의 액수로 보상하겠다는 것 뿐이었다. 그리고는 용역 깡패와 경찰을 동원하여 강제 철거를 진행해 왔고 결국 참사까지 이어져 온 것이다. 

지금은 2009년이다. 철거민 등 도시 하층민의 애환을 그린 소설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이 출판된 지 30년 하고도 1년이 더 지난 시기이다. 30년 동안 강산은 세 번 바뀌었는데, 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야만적인 폭력은 달라진 게 없는가? 

우리는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왜냐면 이 참사는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 이웃의 일이기 때문이다. 내 일이 될 지도 모른다. 자기 자신과 가족의 생존이 좌우되는 문제를 지닌 이들에게 무슨 선택권이 있었을까? 

자본과 권력이 소수에 의해 독점되었을 때 이 사회가 얼마나 천박해 질 수 있는지 이 참사는 보여준다. 소수가 독점한 자본은 인간을 윤택하게 하는 도구가 아니라 인간을 죽이는 도구라는 것이 증명되었다. 또한 수 년째 지속되고 있는 신자유주의가 획책한 부동산 광풍과 자본 만능화에 휩쓸려 이에 직, 간접적으로 관여하고 묵시적으로 지지했던 사람들, 철거민의 투쟁 따위는 자신들의 보유한 토지의 가격 상승에 장애가 되는 것 쯤이라고 생각한 많은 토지 소유자들, '보상금 더 받으려고 저러는 거야' 라고 별 생각없이 내뱉었던 수 많은 사람들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사람보다 자본을 숭배하고, 남들은 어찌 되든 자기 자신과 자신의 가족만 돈 잘벌고 잘 살면 된다는 그 구역질나는 한국사회의 이기심이 오늘의 이명박과 자본 만능주의, 그리고 공안정국을 만드는 데 일조하지 않았던가? 

건설 자본을 독점한 소수 재벌 기업들, 이들과 유착한 정치 권력, 그리고 재벌 권력에 세뇌된 많은 사람들의 이기심과 무관심은 철거민들의 입지를 좁게 만들었고, 기어이 용산 참사가 일어났다. 사람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자본이 도리어 사람을 죽인 것이다. 도대체 사람들이 함께 사는 이 땅에서 자본이 사람을 죽이는 작태가 벌어질 수 있는 것인가? 

우리는 대오 각성하여야 한다. 사람보다 자본이 우선시되는 사회에 저항하지 않고 무감각한 상태로 살다가는 얼마든지 그 자본에 의해 목숨마저 잃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가진 자들도 얼마든지 자본에 의해 뒤통수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한다면 이 사태는 반복될 것이다. 

우리는 뉴타운과 재개발 정책을 기획하고 강행한 이명박의 죄를 밝히고 벌하여야 한다. 이명박 본인이 서울시장에 취임하자마자 추진했던 뉴타운과 재개발 정책으로 인해 많은 철거민들이 발생했다. 건설 재벌과 권력자, 재개발조합은 자본을 등에 업고 철거민들에게 최저 생계비용도 될 수 없는 쥐꼬리만한 액수를 들먹이며 '이거나 먹고 떨어져' 라 말하고 있다. 

무소불위의 권력과 자본을 등에 업은 그들은 철거민들을 인간으로도 보지 않는다. 철거민도 사람일 지언대, 돈에 눈이 먼 나머지 인간에 대한 예의나 배려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만약 조금의 예의나 배려라도 있었다면 법으로도 금지된 겨울 강제철거를 진행할 수 없고, 경찰 특공대와 살수차로 이들을 죽음으로 몰지 않았을 것이다. 

이 사태의 가장 큰 책임자는 두말할 것 없이 대통령직에 앉아 있는 이명박이다. 그가 서울시장 시절에 기획, 추진한 뉴타운 정책과 밀어붙이기식 재개발은 수 많은 철거민들을 거리로 몰았다. 난곡의 전운이 아직도 가라앉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용산이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사람이 죽었는데도 정신을 차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참사 다음날인 21일에는 청와대 국정기획수석비서관 산하에 지역발전비서관을 신설하여 4대 강 죽이기를 강행할 뜻을 밝혔다. 서울에서 벌어진 이런 참사를 전국적으로 확대시킬 생각인가?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영문도 모른 채 자신의 집과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길거리에 나앉아야 하는가? 아직도 개발독재와 자본광풍이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자가 대통령에 앉아있는 꼴이 말이 되는가? 명백한 정권의 잘못임이 드러났거늘, 그것을 인정할 생각은 하지 않고 희생당한 민초들의 잘못이라 치부하려 드는가? 

개발독재와 자본광풍을 일부러 추진하는 것이라면 민초의 역적이므로 당연히 물러나야 하고,

이런 사태가 올 지 모르고 아직도 정신 못차리는 것이라면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데는 너무 멍청한 자이므로 당연히 물러나야 한다. 

이제 이명박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결단은 빠를 수록 좋다.

일선 경찰들의 문책 쯤으로 엎지른 물을 쓸어담겠다는 우는 범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뼈를 깎는 반성과 그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 그리고 결단이 없을 경우 민초의 분노는 횃불이 되어 청와대로 향할 것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우리는 민초들이 세상의 주인이 되는 그 날을 위해 주저하지 않고 전진할 것이다. 

끊임없는 투쟁으로 자본 권력의 독점을 끝장내자! 

 
2009.1.22
- 촛불연행자모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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