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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의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
공룡이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공룡은 먼 옛날 중생대 시대에 살았었던 몸집이 아주 커다란 파충류들이라고 알고 있는데 오늘에 공룡이라니? 호기심을 가지고 공룡이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기 위해 청주로 향했다. 사직동 길 가에 자리하고 있는 카페 ‘이따’에서 공룡을 만났다. 우리를 맞은 공룡은 소박한 모습의 박영길 선생과 청춘의 활동가들이다. 이들로부터 공룡의 이야기와, 공부하며 마을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공부해서 용이 되어보자’는 생각과 ‘생활 교육공동체’와 ‘코뮨주의’를 지향하면서 “공룡”이라 부르고 있다. 사회교육센터 ‘일하는사람들’에서 교육 활동을 하면서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곳’(도시)에서 공동체를 이루며 같이 공부하면서, 자급적인 삶을 살아보려는 고민으로부터 시작되었다. 3년 전 새로 마련한 공간 1층에 카페를 열고, 2층에는 도서관과 교육장, 공동작업장을 만들었다. 이미 해오던 미디어 교육과 인문학 공부를 하면서 사회적 교육을 맡고, 공동작업장과 텃밭농사를 통하여 자급생활을 하며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고 하고 있다.
마을카페와 여러 활동에 6명의 활동가와 함께, 카페를 이용하고 각종 활동에 참여하는 이들은 청소년에서부터 어른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우리가 찾아간 날, 비가 조금 내려서인지 부침개를 준비하고 있었다. 부침개를 먹으면서 이야기를 듣고 있는 시간에도 이웃의 아저씨가 들어오고, 지나가던 어르신도 들어와서 활동가들과 부침개 안주에 막걸리를 마시면서 즐겁게 대화를 나눈다. 좀 있다 하얀 교복을 입은 청소녀도 들어와 음식을 먹으면서 언니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간다. 길가에 문이 열려있는 카페라, 아이나 어른이나 쉽게 마을 주민들이 들락거리면서 어울리는 공간되고 있다.
카페 앞에는 토마토 옥수수 허브 고추 호박 등 여러 작물들이 짙은 녹색을 내 품으면서 자라고 있다. 이를 보고 한 할아버지께서는 새로운 모종이 생기면 매번 가져다주신다고 한다. 작물을 키우면서 주민들과 만나게 되고, 카페에서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쉼터 역할을 하고 있다. 마을활동을 시작하면서 마을 구석구석을 걸어 마을을 파악하여 마을 이야기를 기록해 두었다고 한다. 마을의 헌집을 수리해 주기도 하는데, 앞으로 아파트의 관리사무소 같이 마을 집들을 관리해 주는 일도 하고 싶다고도 한다.
현재 1,500여 평에 이르는 밭에서 농사를 하고 있다. 도시의 청년들이 농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힘들지만, 동네 어른들에게 농사를 배우면서 시원한 자연과 막걸리를 함께 하면서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는 역할도 하고 있다. 농사지은 작물은 마을에서 나누기도 하고, 수확한 옥수수로 카페에서 파티를 하기도 한다. 수확물은 카페의 맛있는 음식이 되고, 발효를 시켜 판매 수익도 올리고 있다. 동네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용유 깡통이나, 스티로폼, 플라스틱 상자를 이용하여 흙과 퇴비를 섞어 담고 모종을 심어 상자텃밭을 만들어 나누어 주고 있다. 상자텃밭과 함께, 텃밭학교도 열어 마을에서 같이 농사공부도 하고 있다. 앞으로 3천, 5천 평에 제대로 농사를 지어 먹을거리도 자급하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마을카페 ‘이따’는 ‘(우리, 지금, 여기에) 있다’, ‘(사람과 사람을) 잇다’의 “이따”라는 의미라고 한다. 잘 꾸며진 카페의 장식의 대부분 재료들은 거리에서 주웠거나 폐자재를 사용했다. 자원을 소비하지 않으려고 했고, 한옥학교를 다닌 영길 선생과 젊은 활동가들이 힘을 모아 재활용 자재들로 꾸밀 수 있었다. 카페 탁자 위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미성년자는 커피를 주문하고 좋아하는 만화책을 읽고, 19세 이상 성인은 맥주를 주문하고 좋아하는 안주를 고른다.’ 카페에서 손님과 주인의 구분이 없으면 한다고 한다. 이곳을 찾은 청소년들은 라면을 끓여 먹고, 아무나 와서 음식을 해 먹을 수도 있다. 커피는 생두를 볶아 내려 마시고, 상업적인 맥주를 보다는 만들어서 마시고, 다른 술들도 담가 두었다가 카페에서 마시고 있다. 커피 맥주, 술 담그기, 요리 같은 워크샵도 열어 누구나 쉽게 만들어 먹고 마실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도서관에서는 책을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고, 책을 통해서 사람들이 소통하고 관계 맺는 공간이기도 하다. 인문학 공부를 통하여 사람들이 주체적으로 살아가는데 보탬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작업장에 동네 컴퓨터를 무료수리해 주는 ‘슬기통 마을’이 있는데, 중고 컴퓨터를 수거해서 수리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직까지 ‘쓸모’가 있는 물건들이 버려지고 있는데,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바꾸어 주는 것이다. 또 비영리단체/활동가를 위한 무료 IT 지원 서비스센터의 협력으로 대전/청주지역의 사회단체에 정보교육을 위한 노트북 대여도 하고 있다. 소득의 차이가 정보 격차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미디어 교육을 통하여 청소년들에게 카메라를 잡게 하고, 편집하여 작품을 만들고 있다. 미디어 교육으로 양성된 영상 활동은 공룡이나 지역 활동뿐만 아니라, 4대강사업 청소노동자 희망버스 쌍차 등의 이슈를 가지고 전국의 영상 활동가들과 네트워크 활동을 하고 있다. 앞으로 영상 활동의 결실로 마을 구석구석 탐방한 자료를 모아 마을다큐를 만들고, 텃밭농사 다큐도 만들어 이 영상이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도시에서도 마을공동체를 이루며, 자본과 멀리하고 자급하면서 살아가는 공룡들의 모습들이 전국으로 퍼져 나가는 그날도.
공룡에는 잔치도 열고 여행도 다니는 재미있는 일도 많다. ‘자체발광 공연모임’에서는 자체적으로 기타를 배우고 드럼을 배워, 노래하고 춤을 추면서 즐겁게 공연을 하면서 손님들을 초대해서 함께 잔치판을 벌린다. 소리 때문에 드럼과 악기 연습에 어려움이 있지만, 공연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흥겨워하고, 감동해서 악기를 배워 나가면서 자체발광은 더욱 빛을 밝혀나가고 있다. 활동을 하면서 지치고 안주하면 안 되기에,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넓은 바다를 바라보면서, 청주에서 긴 시간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나누고, 다른 지역의 활동을 돌아보면서 새로운 힘을 불어 넣는다.
‘마을에 들어가서 마을과 함께해야 하지만, 마을에 갇히지 않으려고 한다.’ 마을 밖의 일도 공동체의 연장선에 있다고 보고 무관심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지난해 많은 사람들이 뜨거운 마음으로 함께했던 희망버스에 푸짐한 먹을거리를 정성껏 준비해서 다녀왔다. “준비해간 묵밥과 연잎밥, 부침개, 공룡 수제 맥주 등등을 다 풀고나니 어느새 날이 밝아왔습니다. 쉬지 않고 부침개 부치신 진선님, 분리수거 철저하게 관리하신 창희님 수고 많으셨구요. 오뎅탕 5000인분 준비했다가 경찰에 다 빼앗긴 오뎅탕 팀, 새벽부터 불 지펴 따끈한 아침밥 지어서 나눈 평화바람 팀 분들께도 수고하셨다는 인사를 전합니다~!!” 쌍차에도 고갈비를 준비해가고, 광화문 한 복판에서 떡메를 쳐서 인절미를 대접하기도 했다. 어디를 가든, 무슨 일을 하던 그냥 참여하기보다는 재미있으면서도 필요한 활동을 즐겁게 해보려고 한다고 한다. 작은 지역단위에서 힘든 점도 있기에, 지역의 일과 균형을 맞추어 나가야 하겠다고 한다.
공룡은 조직화를 하려고 하지 않았기에 대표도 없다. 그들은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성급하지 않으면서 지속적으로, 해야 하고, 하고 싶으며,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눈치 보지 않고 일을 벌여 나가고 있다. 카페에 젊은이들의 행동이 어색하고 청소년들이 드나들고 희망버스를 다녀온다고 해도, 이제는 주민들도 이상스럽게 바라보지 않는다. 공룡이라는 이름에서 호기심을 나타내듯 그들은 자신의 방식대로 자신들이 살아가고 있는 마을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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