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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맘>사랑받고 싶어서

 

내 안에 숨어있는 아이를 나는 아직 찾을 수가 없다.

아니, 사진 몇 컷이 떠오르긴 하지만 지금의 내 내적불행의 근원이

어디인지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미술치료를 공부하면서 내 마음 깊은 우물 속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 전에도 영성수련이라는 계기도 있었다.

너무 많은 상처를 안고 살아와서 일까, 아니면 그게 습관이 되어 내몸에

일부가 되어 굳어버린걸까. 어쩌면 나는 내 안의 아이를 떠나보낼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것은 아닐까.

 

이제 76일된 둘째 딸 해랑이는 내 팔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지금 이 시간은 신의 축복이라도 내린 듯하다.)

첫째 딸 사랑. 

오늘은 몇 가지 짜증나는 일이 있었다.

첫째, 세 내어준 집이 다시 이사가게 되어 부동산에 몇일전에 연락했는데 이사 시기를

잘못 알고 있었다. 전화안해봤으면 한달정도 지연될 뻔 했다.

둘째, 오전에 사랑이랑 자전거 타러 나갔다 들어오다가 집 앞에서 차에 치일뻔하고 엄청난

크기의 경적소리에 너무 놀랐다. 집 앞이 버스 종점이라서 그렇다.

세째, 점심을 지으려는데 물이 나오질 않는다. 1층에서 물을 쓰면 여긴 나오지 않는다.

 전화를 걸어 밥해먹으려면 물이 안나오고 애들 씻기고 있는데 물이 안나오고.. 정말 스트레스

받아서 못살겠다고 집주인 남자에게 말했다.

 

그 와중에 사랑이는 콧물이 흐르는데도 바지를 벗고 화장실에 가서 찬물로 물장난을 하고 흠뻑 젖었다.

해랑이는 잠시도 내 팔을 떠나지 않는데 줄창 울어대는 거다.

바지 입으라는 내 말이 톤이 높아지자 사랑이가 "아기 깨잖아 조용히 해"라고 소리를 꽥~~~ 지른다.

윽. 언젠가 내가 그렇게 사랑이에게 말했었나보다. 요 몇일 계속 저 말을 내게 해댄다.

나는 또 그게 참을 수가 없어서 아~~~~~악 소리를 질렀다.

작은방으로 가서 혼잣말하며 슬퍼하는 사랑이.

이때 나는 정말이지 죽고싶다. 

 

(시골로 가자! 아기들이랑 뛰어놀 시골로~, 그리고 급히 돈이 필요해져서 우리는 살던 집을 전세 내어줬다.

그리고 이 집으로 급히 이사를 왔다. 시골도 아닌것이 도시도 아닌것이 시골의 불편함과 도시(?)의 불편함이

공존하는 이곳은 그야말로 사람 살데가 아니었다.

벚꽃길(전군도로) 옆 이층집인 이곳은 게다가 조립식 건물이다.

대체 왜 이 집으로 이사올 생각을 했을까. 내 머리가 잠깐 돌았나보다.)

 

 속상해진 나는 전화올 곳도 전화걸 곳도 없어 신랑한테 전화를 했다. 이러저러해서 속상하다며

말하다가 울컥 잉잉 울어버렸다. 그걸 보고 있던 사랑이는 가위로 색연필을 자르다가 그만

손가락을 다쳤다. 검지 손이 움푹 패였다.

정신이 번쩍 든다. 그러다 또 가슴을 친다.

 

사랑이는 그렇게 자기 몸을 다치게 해서 엄마가 우는 걸 보고싶지 않았던 것 같다.

관심을 다른 곳으로 끌려고 했던 것이다.

둘째를 낳고 나서 심한 우울증과 집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나는 사랑이에게 몹쓸 짓을 많이 했다.

소리 지르고 손자국이 선명하게 엉덩이를 때리고..그러다 지치면 애 앞에서 펑펑 울고...

 

나의 내적 불행이 사랑이에게 그대로 전해지고 있는, 그래서 내 아픔보다 더 견딜 수 없는.

대체 무엇이냐. 대체 내 안에 어떤 소녀가 있어, 어떤 아이가 있어 이렇게 날

두들겨 패고 흔들어놓는 것이냐.

 

거친 말과 무시, 비난, 조롱, 폭력적인 가정에서 자라난 부모는 자기 아이에게 그

모습을 그대로 전해준단다. 폭력의 대물림이다.  그러면서 나는 부모에게 완벽한 모습으로

인정받고 싶었고 당신들하고는 달리 살아갈 것이라는 무언의 경쟁을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 가족(부모)에게서 독립하지 못하고 의존하게 되는.

그게 다 사랑받고 싶었기 때문이란다. 폭력적인 가정에서는 조건있는 사랑이 보여진단다.

나는 그래서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었나보다.

거부당할까봐 두려웠나보다. 누군가에게 의존하고 싶었나보다.

 

나는 사랑이에게서 거부당할까봐 두려운거다. 아이가 엄마를 싫어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나는 좋은 부모가 아니라고 비난받을까봐 두려운거다.

 

꺽꺽 울다가 문득 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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