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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7/05
    누굴 탓할 것인가(4)
    백운댁

누굴 탓할 것인가

얼마전 우연히 EBS에서 오전10시에 하는 '60분 부모'를 보게 됐다.
알레르기성 비염에 대해서 나오는데 그 증세가 거의 사랑이와 일치했다.
지난 4월에 콧물감기에 걸려서 몇일 병원에 다녔는데 그게 코감기가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티비에서 나온 내용은 정말 심각했다. 비염때문에 눈 밑에 다크써클이 생기거나
부풀어올라 아이들에게 놀림받기도 하고 코가 막혀 입으로 숨을 쉬니 산소가 제대로
전해지지 못해 뇌에도 나쁜영향을 주며, 잠을 잘 못자서 발육이 안된다고도하고..
아무튼 그 심각함에 전율하며 그날 당장 소아한의원에 갔다.

 

그 전에 4월 감기때 소아과에서는 눈 밑이 부풀어오르는 것에 대해 물었더니 '알레르기성'이라고, '황사나 먼지때문에 그런 경우가 많으니 심해지면 다시 오라'고 했다.
한의원에서는 콧 속을 보니(사랑이가 난리쳐서 거의 못봤다) 상태가 중 정도 된다했다.
붙이는 침, 아로마요법(향기 쏘이는 것), 약물 세가지를 하래서 그런다고 하고 돌아왔다.

문제는 그 다음.


3일분 약을 다 먹고 난 일요일 아침에 사랑이 오른쪽 눈에 고름처럼 뭐가 흐르는 거다.
뭔지 알 수도 없고. 휴일진료하는 소아과를 갈 것인가, 항생제 디립다 부어대는 소아과 대신 한의원으로 갈 것인가 아빠와 함께 고민하다가 한의원으로 갔다.

한의원에서는 다래끼라고 하면서 항생제 역할을 하는 약을 비염약과 함께 처방했다.

3일분 약을 다 먹고 나서 가까운 소아과에 다시 갔다.
의사가 다래끼가 너무 커져서 "째야한다"고 한다. 한의원에 갔다왔다고 했더니
"걔네들 하는 거 보면 답답해서... 거길 왜 가요, 조선시대도 아니고 왜 젊은 엄마가
한의원을 가요. 나 참...안과로 가세요, 이거 째야 돼요" 이게 웬 청천벽력같은 소린가.
째다니!!!!!!

 

의사가 말한 안과를 갔다. 보더니 째야 된다고, 하루이틀된 게 아니라고...
알레르기성이라고 했다고 그랬더니 아니라고 다래끼가 너무 커졌다고...
지금 안째면 나중에 더 큰 공사 된다고...
가슴이 벌렁거렸다.

한참 망설이니 50대 후반의 여의사는 '뭐 다래끼가지고 그러냐'며
못하겠으면 아빠 데려와서 하라고 한다. 째는거 못보겠으면 아빠랑 와라 그거겠지.

 

결국 퇴근한 아빠와 다시 갔다.
분위기 감지한 예민한 사랑이는 진료실(처치실) 들어가면서부터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그만해, 안돼, 무서워 를 외치고, 엄마를 부르며 악을 썼다.
양쪽에 두개씩 난 다래끼는 너무 오래돼서 깊이 쨌단다.
몇일 치료 받아야 한단다.
한참을 간호사 둘과 엄마 아빠가 꼼짝 못하게 잡고 있다가 풀려난 사랑이.
너무나 무섭고 힘든 상황에서 아이는 아무 저항도 못했고, 그렇게 '칼'을 댔다.

 

'배려깊은 사랑'을 실천하겠노라던 엄마는 아이를 그렇게 사지에 몰아넣었다.
이건 자책은 아니다. 눈에 잡티가 들어가면 어른도 아파하고 무서워한다. 하물며
겨우 27개월된 아이 눈에 다래끼가 났다고 양쪽 눈 밑의 속꺼풀을 다 쨌는데
그 앞에서 엄마인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지.


 

알레르기성이라고, 심해지면 오라는 소아과 의사가 문제인가,
알레르기성 비염이라서 눈이 부풀어올랐다는 소아한의원 한의사가 문제인가,
굳이 생 살을 찢지 않아도 자연 치유할 능력이 있는 아이의 힘을 믿지 못한 엄마아빠의 문제인가,
조금만 문제가 있어도 재빨리 끝을 보려는 안과 의사가 문제인가.

 

대체 부모는 이런 경우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가. 우린 누굴 원망해야 하는가.
자연 치유는커녕, 항생제 남용 방지는커녕 어린 것 생고생시키면서 양방 전문가 의견에
따를 수밖에 없는 엄마는 이런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또다시 무릎이 풀린다.

 

세상이 하 수상하여 여럿이 함께 공존하는 세상을 꿈꾸는 것이 그 세상을 조금씩
실천하고 투쟁하는 것이 거의 대부분의 경우 미련하고 비현실적이고 융통성 없는
것으로 치부된다고는 하지만.
대체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예방접종 주사약에 수은, 폴리페놀과 같은 독극물이 잔뜩 들어있고 예방접종 이후
돌연사 한 아이의 수가 월등히 많다는 사실과 그럼에도 엄마는 예방접종 하루라도 늦어질까 달력에 빨간 동그라미 그려 열성으로 맞힐 수밖에 없는 이 현실.

항생제 안먹이고 모기물린데 바르는 약도 웬만하면 죽염수로 닦아주고 후시딘 대신 깨끗한 물로 닦아주고 감기기운 있어보이면 산야채 효소와 도라지 달인 물, 배중탕물을 먹이면 좋다는 등...
그게 그저 별난 엄마들이 아이에게 벌이는 시덥잖은 짓거리인지...

그동안 감기나 장염에 걸려 아이가 힘들어하면 조금만 더 참아보자,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그렇게 기다려보다가 결국 아빠의 성화-애 잡는다-로 병원가서 약을 먹었다.
한두번도 아니고 이제는 뭔가 기준을 만들어야하지 않나.


그건 그렇다치고,
눈 수술 이후 밤마다 울며 불며 엄마 엄마 찾고 소리지르는 사랑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
가슴이 찢어진다.

어른들의 줏대없음, 어른들의 편협한 시각, 어른들의 이기주의, 어른들의 반인권성,
어른들의 이윤지상주의 들 때문에 몇달간 고생한 사랑이의 몸과 마음의 상처는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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