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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말고 빨리 풍물이나 쳐"

제19회 인천노동문화제 관련 기사 컬쳐뉴스에서... 12월인데 9월에 한 것을 넣으려니 좀 그렇군요.


제12회 인천풍물대동굿한마당 장면.
▲ 제12회 인천풍물대동굿한마당 장면.

‘제19회 인천노동문화제’가 지난 16일(토), 17일(일) 인천 주안 (옛)시민회관쉼터공원 및 인천 시내 곳곳에서 열렸다. 이번 노동문화제는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를 주제로 비정규직 노동자, 한미FTA 문제, 이주노동자 이야기를 담은 공연과 전시, 참여프로그램 등이 펼쳐졌다. 태풍 ‘산산’의 영향으로 비가 오고 바람이 불기도 했으나, 프로그램 당 200~300여 명의 관객들이 참가, 노동문화제를 뜨겁게 달궜다.

노동문화제는 한미FTA 반대를 외치며 주안역에서 (옛)시민회관쉼터공원까지 대형 조각 인형, 카드 섹션, 선전물 등을 앞세워 행진한 ‘길거리 난장’으로 시작됐다. 또 주안역 지하상가에서는 만장극, 인형극 등이 펼쳐져 지나가는 시민들의 시선을 붙잡기도 했다.

길거리 난장에서 펼쳐진 퍼포먼스. ⓒ 인천노동문화제.

길거리 난장이 끝날 무렵, 쉼터공원에서는 신나는 문화학교 인천교사협회의 ‘문화체험마당-노동해, 놀이해, 나눔해’가 한창이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직접 공책 등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 노동의 의미를 배워갔다. 또 아이들이 난타를 배워 즉석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체험마당은 참가들이 모여 비빔밥을 만들어 먹는 것으로 끝이 났는데 그때 사용된 숟가락만 300개가 넘었다.

쉼터공원 한켠에 세워진 천막극장에서는 극단 현장의 <7조각 테트리스>가 공연됐다. 한지붕 아래 살아가는 세입자들의 모습을 그린 이 공연은 노동자들의 애환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을 그린다. 극단 현장은 노동극 전문단체로 1988년 창단 노동문제를 비롯, 환경, 교육, 문화 등을 소재로 한 다양한 작품을 공연해 왔다. 

꽃다지 공연 장면. 참가자들은 노래에 맞춰 춤을 추기도 했다.  ⓒ 인천노동문화제.


노동문화제 중간 태풍의 영향으로 세찬 비가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노래공연 ‘희망의 울림’이 시작되기 전, 비가 멈췄고 국악과 양악이 어우러진 소리지기의 공연으로 저녁무대가 시작됐다. 소리지기의 <임을 위한 행진곡>, <그날이 오면>, <아리랑>은 지나가는 이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이어 꽃다지의 공연에서는 <노래의 꿈>,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등이 연주되면서 시민들을 자리에서 일어나게 했다. 4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쉼터공원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행사 이튿 날에는 작은 공연들이 관객을 맞았다. 사회연대연금노조 풍물패 한솥의 <난타공연>, 백대현의 1인극 <외국인 신랑>, 최금예 인형극 <소녀, 이별하다>, 프로젝트 모임 소풍의 <떨어지는 꽃> 등이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프로젝트 모임 소풍의 <떨어지는 꽃> 공연 장면.

<떨어지는 꽃>은 지난 4월 17일 출입국관리소의 기습 단속을 피하다 3층 건물에서 추락해 사망한 인도네시아 출신의 이주노동자 누르 푸아드 씨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낯선 이국땅에서 차별과 고난 속에서 죽음을 선택하는 이주노동자의 이야기이다. 공동연출 및 출연을 한 곽민아는 “국경을 넘었다고 해서 목숨이 위태로울만큼의 위협을 느끼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우주에서 봤을 때 보이지도 않는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거니는 삶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오후 4시, 쉼터공원은 풍물소리로 소란해지 시작했다. 주변을 지나던 시민들을 발길을 돌려 공원에 모여들었다. ‘제12회 인천풍물대동굿한마당’이 시작된 것이다. 대동굿한마당은 길놀이로 시작했다. 풍물패는 행사장 곳곳을 돌며 이 땅이 노동자가 대우받는 땅이 되기를 소원했다.

노동문화제는 시민들과 함께 어우러진 대동굿한마당으로 막을 내렸다.

길놀이가 끝나고 오방단산굿이 펼쳐졌다. 여기서 오방신은 청룡, 주작, 백호, 현무, 황룡이 아닌 자본으로부터 소외된 장애, 이주, 비정규, 여성, 실업으로,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한판 굿으로 이들이 비참한 삶을 벗어나기를 기원했다. 대동굿한마당에 참가한 사람들은 흰 종이를 태워 부정한 것을 날려버리고 고사를 지냈다. 고사가 끝나고 참가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막걸리 판을 벌이며, 노동문화제의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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