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에 해당되는 글 3건

  1. 설악산 그대로 2021/10/08
  2. 모두를 위해 영랑호를 그대로 2021/10/06
  3. 2021 에코토피아 주말 / Ecotopia Weekend 2021/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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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길로만 다니던 우리들은 박그림 선생님과 누리솔님의 안내를 쫓아 처음으로 설악산 안에 들어가보았습니다. 우리를 처음 맞이한 것은 아프리카돼지열병 차단을 위해 설치되었다는 철망이었습니다. 설악산 전역에 설치된 이 철망으로 인해 산양 등의 야생동물들은 이동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곧 본격적인 가을 등산철이 시작되면 설악산의 몸살도 함께 시작된다고 합니다. 종종 등산객들이 산에 편의 시설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왜 대피소에 샤워실은 없는지, 등산로에 가로등은 없는지 묻곤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국립공원은 유원지가 아니며, 산과 숲은 그 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는 이들의 공간입니다. 우리가 그 경계를 넘어 들어갈 때에는 그 장소를 존중하는 태도를 취해야 마땅합니다. 설악산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케이블카 사업이 완전히 철회되어야 합니다.
 

국립공원이자 천연기념물인 설악산에서 이루어지는 개발사업에 대한 권한을 가진 문화재청은 책임을 다하지 못했지만, 그나마 지방환경청에서는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부동의 의견을 내놓고 다시 보완할 것을 통보했습니다. 하지만 양양군은 설악산이나 해당 사업과 직접적인 관련도 없는 정부부처에 행정심판 등의 요청을 반복하며 사업을 계속 추진하려 합니다. 강원도 역시 케이블카 설치의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으며, 중앙정부도 '그린 뉴딜'을 내세운 산악관광 활성화를 추진하며 사실상 케이블카 사업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주고 있습니다. 
 

신선대에서 바라본 설악산은 아름다웠고, 미끄러운 돌 위를 걷는 것은 힘들고 무서웠습니다. 산 바로 아래에는 리조트와 골프장이 있었고, 멀리 해안가에 영랑호와 청초호가 보였습니다. 90년대 중반에 환경 파괴 우려와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허가를 얻은 리조트 시설은 최근까지도 증축과 신축을 반복하며 사업 영역을 넓혀오고 있습니다. 울산바위를 바라보며 골프를 치는 누군가는, 그 옆 대청봉으로 케이블카가 설치되는 것을 당연하게 기대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설악산이 오르기 힘든 곳으로, 산양을 포함한 여러 생명들의 터전으로, 먼 미래에도 지금 모습 그대로 남아있기를 바랍니다. 설악산 그대로!
 

(사진 : 박그림, 동아시아 에코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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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08 12:38 2021/10/08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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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강원도 속초시에 위치한 영랑호에서는 호수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다리와 수면 위 데크길을 조성하는 '생태탐방로 조성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2016년, 2017년 에코토피아 캠프 때와 올림픽 개최지 답사 때 많은 도움을 주셨던 최정화 선생님과 함께 영랑호를 찾아갔습니다. 
 

영랑호는 6000~8000년 전에 형성된 호수로 동해안에서 원형을 잘 보전하고 있는 몇 안되는 자연 석호 중 하나입니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역에서 오랫동안 인간 등의 생물종이 자리를 잡고 삶을 이어왔습니다. 동해안 생물 다양성의 보고인 석호 인근에서 신석기 시대 선사 주거 유적을 발견한 사례가 수차례 있었습니다. 영랑호의 풍부한 습지 생태계는 수많은 철새와 동식물들의 보금자리가 되어왔습니다. 영랑호에서는 지금까지 희귀 철새인 바다 꿩과 아비, 천연기념물인 큰 고니•노랑부리저어새•새매•원앙,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개리•검은머리갈매기• 흰목물떼새•수리부엉이•큰기러기,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흰꼬리수리, 국내 미기록 조류인 버플헤드(Bufflehead) 등이 관찰되었고, 흰뺨검둥오리, 가마우지, 황조롱이, 수달 등이 살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여러 생물종의 보금자리이자 지역 주민의 공유지인 영랑호 생태계의 중요성을 이야기해왔으나 아직 석호에 대한 보호 및 보전 제도는 미비한 상태입니다.
 

그런 와중에 속초시는 북부권 개발과 관광 활성화를 명목으로 '생태'라는 이름을 붙힌 영랑호 개발사업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영랑호와 같은 연안습지에 대해 환경영향평가에 준하게 작용하는 '일반해양이용협의서'는 졸속으로 작성되었고, 사업 추진을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시의회 의결도 사후에 진행되었습니다. 공사는 이미 시작되었고, 이달 중으로 마무리될 예정입니다. 영랑호를 지키고자 하는 속초 시민들은 가능한 모든 방법을 통해 타당하지 않은 개발사업을 저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영랑호 일대에는 주민들이 아름다운 호수의 경관을 향유할 수 있는 모든 시설이 이미 갖춰져 있었습니다. 자유롭게 드나들며 호수를 한 바퀴 돌 수 있는 산책로, 도로, 자전거 도로 및 휴양을 위한 공간도 충분했습니다. 한 때 주변지역의 무분별한 개발로 오염되었던 영랑호는 30여년에 걸처 500억원이 넘는 사업비를 들여 수질 정화와 복원 사업을 진행하여 지금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굳이 호수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다리와 수변광장 및 조명, 수면 위의 데크길을 조성하여 서식 환경과 경관을 파괴할 이유가 없습니다.
 

인근에 위치한 또 다른 석호인 청초호의 주변을 돌아보며, 영랑호 개발사업 강행의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었습니다. 청초호의 모습은 영랑호와 사뭇 달랐습니다. 자연스러운 호수의 곡선을 잃고 매립과 개발사업으로 직선화된 네모난 호수 주변에는 고층 아파트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습니다. 그중에는 역대 강원 지역 최고의 분양가에 거래되었다는 고급 아파트 건설 현장도 있었습니다. 호수 주변의 습지는 작게 조성된 공원 구역에 흔적만이 남겨져 있었습니다. 속초시가 졸속 절차로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하며 그리고 있는 지역의 미래는 과연 무엇일까요.
 

대단위 개발사업으로 지역 주민 모두의 공용 공간이자 여러 생물종의 서식지인 자연 공간이 생태적 가치를 잃은 공원이 되거나, 특정 건물 단지 거주자를 위해 사적으로 점유되고, 특정 업체를 위해 제한된 관광지가 된 사례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당장 우리가 사는 지역의 산과 강 어디에서나 이러한 사례를 쉽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최소한의 절차적 정의마저 무시하는 개발사업은 자연 공간을 이윤 창출을 위한 도구로 활용할 뿐만 아니라, 이 장소에서 앞으로도 살아갈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종들의 권리를 침해합니다. 
 

영랑호는 모두의 공간입니다. 철마다 이 곳을 찾는 많은 철새들, 영랑호 주변에 자리를 잡고 살아가는 여러 동식물들, 이 곳에서 삶의 일부를 보내왔던 주민들 모두를 위해 영랑호를 지금 모습 그대로 지켜내야 합니다. 영랑호를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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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06 18:28 2021/10/06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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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에코토피아 주말 / Ecotopia Weekend : 10월 2일~24일]
올해 10월 주말 동안 에코토피아는 그동안 캠프를 열었거나 함께 연대했던 장소들에서 시간을 보내려 합니다. 지금까지의 변화와 현 상황을 함께 살피고 생각하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하고 서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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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01 11:14 2021/10/01 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