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조각상 앞에 여덟 명의 사람들이 피켓을 들고 서 있다. 피켓에는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설악산 케이블카 취소하라' 등의 문구와 그림이 있다. 뒤로는 눈쌓인 산과 나무가 보인다.

 

눈사람 옆에 모자와 초록색 치마를 입은 남성이 '설악산 케이블카 취소하라'라고 적힌 둥근 피켓을 들고 서 있다. 눈사람의 몸에는 빨간색 조끼가 있고 '설악산 그대로'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뒤로는 낮은 나무 울타리와 나무들, 바닥에 쌓인 눈이 보인다.

 

보행자길 가장자리에 일곱 명의 사람들이  피켓을 들고 서 있다. 피켓에는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설악산 케이블카 취소하라' 등의 문구와 그림이 있다. 뒤에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취소하라'라고 적힌 커다란 현수막이 나무 사이에 걸려있다. 길 반대편 가장자리에는 눈사람의 뒷모습이 보인다. 길 양옆으로는 많은 눈이 쌓여있다.

 

뒤로는 낮은 나무 울타리와 관목, 나무들이 있고 앞쪽으로는 눈이 쌓여있는 위에 '설악산 그대로'라고 적힌 작은 피켓이 세워져있다.


2월 3일 오전에 설악산 소공원에 도착하여 최정화 선생님, 박그림 선생님과 만나 오색 케이블카 반대 피켓팅을 시작했습니다.


아침부터 소공원 주차장에는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많은 차들이 와있었습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권금성으로 향하는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옵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케이블카 반대 메시지가 달갑지 않은 듯 했습니다. 뭐하러 반대를 하냐, 나는 찬성한다 라는 말을 하며 지나가기도 했습니다. 한편 응원한다, 서명할 것이 있냐며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자연보호!" 라고 짧게 외치고 간 한 어린이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피켓팅을 마치고 우리는 두 그룹으로 나뉘어 각각 속초시 영랑호와 설악산 울산바위를 향해 움직였습니다. 


보행자 길 가장자리에 네 사람이 영랑호의 전경이 담긴 사진과 그림, '부교철거, 영랑호를 그대로'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서 있다. 오른쪽 두 사람 사이에 흰 색 강아지 한 마리가 앉아있다. 뒤로는 나즈막한 언덕과 나무들이 보이고, 나무 앞에 부교 철거를 요구하는 글이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

 

호수를 바라본 전경이다. 호수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다리와 다리 중간에 둥글고 큰 데크가 놓여있다. 호수 주변 나무는 침엽수이거나 앙상하며 일부 눈이 쌓여있는 곳도 있다.

 

설악산과 동해바다 사이에 위치한 영랑호는 6000~8000년 사이에 걸쳐 형성되었으며, 동해안에서 원형이 잘 보전된 몇 안되는 자연 석호 중 하나입니다. 민물과 바다가 만나는 풍부한 습지 생태계는 대체할 수 없는 고유한 존재이며, 오랫동안 많은 종의 보금자리가 되어왔습니다. 2021년 말, '영랑호수윗길'이라는 이름으로 호수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부교가 준공된 후 석호 생태계의 핵심을 이루는 민물과 바닷물의 순환이 방해받고 있기에, 영랑호를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은 부교 철거를 위한 행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부교 철거 필요성의 공감대를 넓히기 위한 피켓팅에 참가한 후 영랑호 부근을 천천히 걸어다녔습니다.

 

눈쌓인 깊은 산의 전경이다. 먼 곳의 산은 안개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가까운 쪽 왼편에는 눈이 쌓인 침엽수의 가지가 보인다.

 

또 다른 그룹은 케이블카 반대 메시지를 가방과 옷에 달고 울산바위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두터운 구름과 짙은 안개 속에서도 겨울 설악산은 살아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눈밭 위로는 지나간 이들의 발자국이 보였고, 딱따구리 소리가 들리는 와중에 나무 가지마다 작은 새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등산객들의 인적이 드물어지는 늦은 오후 무렵, 계곡 근처까지 내려온 몇 마리의 산양도 만났습니다. 

 

바위 위 울타리 가까이에 서있는 다섯 사람을 위쪽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각각 작은 배너를 들고 있지만 안개가 짙어 잘 보이지 않는다. 바위에는 많은 눈이 쌓여있다.

 

야생지를 더이상 파괴하지 않고, 이들의 삶과 미래를 존중하며, 각자의 자리를 지켜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곧 우리의 삶을 지속해나갈 생존의 길일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국립공원 케이블카 사업을 백지화해야 합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사진:최정화, 동아시아 에코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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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5 16:58 2024/02/05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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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강원도 속초시에 위치한 영랑호에서는 호수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다리와 수면 위 데크길을 조성하는 '생태탐방로 조성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2016년, 2017년 에코토피아 캠프 때와 올림픽 개최지 답사 때 많은 도움을 주셨던 최정화 선생님과 함께 영랑호를 찾아갔습니다. 
 

영랑호는 6000~8000년 전에 형성된 호수로 동해안에서 원형을 잘 보전하고 있는 몇 안되는 자연 석호 중 하나입니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역에서 오랫동안 인간 등의 생물종이 자리를 잡고 삶을 이어왔습니다. 동해안 생물 다양성의 보고인 석호 인근에서 신석기 시대 선사 주거 유적을 발견한 사례가 수차례 있었습니다. 영랑호의 풍부한 습지 생태계는 수많은 철새와 동식물들의 보금자리가 되어왔습니다. 영랑호에서는 지금까지 희귀 철새인 바다 꿩과 아비, 천연기념물인 큰 고니•노랑부리저어새•새매•원앙,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개리•검은머리갈매기• 흰목물떼새•수리부엉이•큰기러기,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흰꼬리수리, 국내 미기록 조류인 버플헤드(Bufflehead) 등이 관찰되었고, 흰뺨검둥오리, 가마우지, 황조롱이, 수달 등이 살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여러 생물종의 보금자리이자 지역 주민의 공유지인 영랑호 생태계의 중요성을 이야기해왔으나 아직 석호에 대한 보호 및 보전 제도는 미비한 상태입니다.
 

그런 와중에 속초시는 북부권 개발과 관광 활성화를 명목으로 '생태'라는 이름을 붙힌 영랑호 개발사업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영랑호와 같은 연안습지에 대해 환경영향평가에 준하게 작용하는 '일반해양이용협의서'는 졸속으로 작성되었고, 사업 추진을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시의회 의결도 사후에 진행되었습니다. 공사는 이미 시작되었고, 이달 중으로 마무리될 예정입니다. 영랑호를 지키고자 하는 속초 시민들은 가능한 모든 방법을 통해 타당하지 않은 개발사업을 저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영랑호 일대에는 주민들이 아름다운 호수의 경관을 향유할 수 있는 모든 시설이 이미 갖춰져 있었습니다. 자유롭게 드나들며 호수를 한 바퀴 돌 수 있는 산책로, 도로, 자전거 도로 및 휴양을 위한 공간도 충분했습니다. 한 때 주변지역의 무분별한 개발로 오염되었던 영랑호는 30여년에 걸처 500억원이 넘는 사업비를 들여 수질 정화와 복원 사업을 진행하여 지금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굳이 호수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다리와 수변광장 및 조명, 수면 위의 데크길을 조성하여 서식 환경과 경관을 파괴할 이유가 없습니다.
 

인근에 위치한 또 다른 석호인 청초호의 주변을 돌아보며, 영랑호 개발사업 강행의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었습니다. 청초호의 모습은 영랑호와 사뭇 달랐습니다. 자연스러운 호수의 곡선을 잃고 매립과 개발사업으로 직선화된 네모난 호수 주변에는 고층 아파트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습니다. 그중에는 역대 강원 지역 최고의 분양가에 거래되었다는 고급 아파트 건설 현장도 있었습니다. 호수 주변의 습지는 작게 조성된 공원 구역에 흔적만이 남겨져 있었습니다. 속초시가 졸속 절차로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하며 그리고 있는 지역의 미래는 과연 무엇일까요.
 

대단위 개발사업으로 지역 주민 모두의 공용 공간이자 여러 생물종의 서식지인 자연 공간이 생태적 가치를 잃은 공원이 되거나, 특정 건물 단지 거주자를 위해 사적으로 점유되고, 특정 업체를 위해 제한된 관광지가 된 사례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당장 우리가 사는 지역의 산과 강 어디에서나 이러한 사례를 쉽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최소한의 절차적 정의마저 무시하는 개발사업은 자연 공간을 이윤 창출을 위한 도구로 활용할 뿐만 아니라, 이 장소에서 앞으로도 살아갈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종들의 권리를 침해합니다. 
 

영랑호는 모두의 공간입니다. 철마다 이 곳을 찾는 많은 철새들, 영랑호 주변에 자리를 잡고 살아가는 여러 동식물들, 이 곳에서 삶의 일부를 보내왔던 주민들 모두를 위해 영랑호를 지금 모습 그대로 지켜내야 합니다. 영랑호를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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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06 18:28 2021/10/06 1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