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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마음 읽기(1)

 

최근 교사들 사이에서는 미술심리치료가 주목받고 있다. 미술심리치료란 그림으로 사람의 심리를 파악하고, 미술활동을 통해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는 것을 말한다.

N초등학교에서는 최근 한 학생이 이른 바 일진에 들기 위해 10만원을 상납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었다. 또 다른 한 학생의 경우 지속적이고 조직적인 왕따로 인해 공격성향을 보이고 있다. 이 학교 이 모 교사는 "그림으로 볼 때 상당한 학생이 스트레스로 인해 공격성향을 나타내고 있고, 방임과 억압 등에 처한 학생들도 많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진단 일주일 후에 사건 발생

필자는 이 학교 이 모 교사의 부탁에 따라 N초등학교에서 간단한 미술심리치료 방법에 따른 진단을 실시했다. 그림을 분석한 결과 몇 명의 관찰 및 지속적인 상담이 필요한 학생이 나왔다. 그런데 사건은 의외로 빨리 터졌다. 그림 진단 후 일주일 후에 있었던 야영에서 지속적인 상담 평가를 받았던 학생이 칼을 휘두른 것이었다. 그 학생은 스트레스에 잘 대처하지 못했고, 정서표현이 미성숙했으며, 불안정하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었다.

칼 사건 이후 필자는 다른 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미술심리치료 진단을 하게 되었다. 대상 학년에서는 상담이 필요한 대상이 여럿 발견되었다. 물론 그런 평가를 받은 학생이 지금 당장 폭발하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할 우려도 있었지만, 그 보다 어떤 식으로든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하면 더욱 어려운 상황이 닥칠 수 있기 때문에 상담이 필요했다.

그 당시 필자에게는 왕따 피해자에 대한 면담 요청이 들어왔다. 피해자는 2학년 때부터 왕따 피해를 입고 있었다. 특히 3학년 때는 학급 리더격인 아이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하여 학교등교거부, 부모와 교사에 대한 불신, 공격성향 등을 보이고 있었다. 다행히 얼마 전부터 부모가 더 이상 두고봐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최근 몇 개월간 아이가 굉장히 밝아졌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작년 가해자 중 두 명으로부터 양심고백성 편지를 받게 되었다. 필자가 확인한 그 편지에는 차마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의 가해 사실이 고백되어 있었다.

갑작스런 정신과 상담과 치료는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부모님도 그런 치료보다는 천천히 아이와 신뢰를 쌓으면서 상담을 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했다. 피해자가 거주하는 지역이 상담과 치료를 받기 어려운 지역이라는 사정도 고려되었다.

 

과도한 경쟁교육의 폐해

어른들은 '우리 어린 시절에는 밥만 줘도 알아서 컸다'고 말한다. 어른들이 어렸던 시절에는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기에는 너무나 살기 빠듯한 시대였다. 그러나 지금은 어떨까. 아이들은 결코 알아서, 혼자서 자라지 않는다. 사랑과 관심 없이 알아서 자라기를 바라는 부모는 어쩌면 도둑심보를 가진 것이 아닐까.

필자에게 상담필요 진단을 받은 아이의 가정은 대부분 부모가 너무 바빠서 자녀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거나, 자녀를 너무 귀하게 키우는 경우였다. 아이는 애정결핍 상태로 사랑을 갈구하고 있었고,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경우가 많았다. 나무 그림에서는 공격성향을 보이는 경우도 많았다. 부모를 극단적으로 미워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아직까지 그 아이들을 상담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과도한 경쟁교육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생들조차 일제고사에 내몰리고, 등수에 연연하며, 주류에 속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시험지를 훔치는 중학생들은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다. 그림에서 학원으로 내몰리는 아이, 시험 압박감에 시달리는 아이들과 그들은 다르지 않다.

그 동안 정규 교사양성 커리큘럼에서 빠진 채 특수교사, 전문상담교사 양성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된 심리치료가 사회변화에 따라 전면도입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N초등학교의 박 모 교사는 "미술심리치료 같은 과정은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한다."며 교육과정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전문상담교사 뿐만 아니라,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담임도 최소한의 눈은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연재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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