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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게.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유쾌함을 주는 사람이고 싶다. 함께 대화하면 즐거운 사람, 소위 말해 '무거운' 이야기를 해도 그 끝이 한숨이 아닐 수 있는 사람, 얼굴 맞대고 아무 이야기 하지 않아도 부담스럽지 않은- 그런 인간이고 싶다.

 

 

늘, 늘 그렇지 못했어. 

 

지치고 질려서 눈 밑에 그늘진 다크서클을 "그렸어?" 라고 농담인 양 걱정하던 누군가에게 난 미안하단 말 못했어. 진흙탕에 빠져 발도 못빼고 움직이지 못하던 내게 차분히 조언하던 누군가에게 난 그저 짜증만 냈어. 숨쉬기도 힘들 만큼 아프다고, 인상 잔뜩 찌푸리며 건넨 "힘내" 라는 말에 고맙다고 응수해주는 누군가에게서 그런 식으로 보상받기를 늘 당연히 원해왔어.

 

사실은, 과거엔 더는 도망치고 싶어도 받아 줄 공간이 없고, 소리치고 싶어도 귀기울여 줄 사람이 없어. 그래서 더 내 존재를 지금 이 사람들에게서 끊임없이 확인받고 싶고, 이 공간이 내가 마음놓고 숨쉴 수 있는 공간이길 바래. 내가, 욕심이 많은 걸까.

 

 

종일 아무도 만나지 않고, 누구와도 소통하지 않고, 밥 한 끼 제대로 챙겨먹지 않고, 그저 한 학기 분의 잠을 몰아 자듯 누워만 있었어. 중첩되고 뒤틀어진 꿈 속에서조차 나는 지쳐가고 있었던 것 같애. 잠결에 들려오는 휴대폰 소리에 몸을 일으키려 해도, 가위에 눌린 마냥 손끝하나 까딱할 수가 없었어. 나는 그냥, 내 몸뚱아리 따위 포기해 버려도 좋다고 생각했어. 이대로 이 공간이 며칠동안만 온전히 내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부루마불을 하다가도 가끔은 무인도에 가고 싶을 때가 있는 것처럼, 나도.. 좀 쉬고 싶다고.

 

농활 갈 때까지만 지치지 말라던 그의 말에, 나는 속으로 한 쪽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는지도 몰라. 난 그렇게 약해빠지지 않았어, 무책임하지도 않아요.

 

그런데 말이지, 지금에 와서야 다리가 후들거리는 걸 느껴. 누군가 먼저 손을 내밀어 줘도, 그 손을 잡고 지탱하고 있기조차 힘이 들어. 차라리 내가 기대고 싶어.

 

 

어쩌면, 지금일까. 멍이 들고 생채기가 나도, 손톱이 부러지고 붉은 물이 들어도, 무릎을 딛고 손가락에 힘을 주어서 일어나야 할 때일까. 이제는 물어보지 않을게요. 이제는 정답 따위.. 없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잠시만, 잠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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