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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10/23
    [서평] 벙어리새

[서평] 벙어리새

되는대로 아무렇게나 살고 있지만 가끔은 생각이 난다.

 

피흘리며 대열의 뒤로 빠지는 나를 보며 깜짝 놀라던 여학생의 표정도, 처음보는 남자애를 몇일씩 재워주었던 어느 노동조합에서 일한다던 누님도, 시멘트 바닥에서 신문지 한장 덮고 자던 날 더럽게도 추웠던 기억도, 흩어지기전 마지막으로 모인 강의실에서 불렀던 투쟁가 가락도.

 

언덕에서 미끄러져 생긴 흉터는 이제 찾아볼수도 없지만, 머릿속의 기억은 지워지지가 않고 가끔씩 생각난다.

 

현대사의 거친 물살의 가장자리에 잠깐 발을 담궜던 나도 이런데 그 소용돌이 한가운데를 지나온 사람들은 어떨까?

 

그들에게 오일팔 민주화운동이, 사삼항쟁이, 여순이 그리고 일제가 엊그제처럼 생생하다해도 이상할 것은 없을 것 같다.

 

이 책의 지은이인 류춘도님에게 한국전쟁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고문끝에 폐인이된 친구의 얼굴을, 죽기 직전의 자신을 구해준 미군 상사의 얼굴을 그리고 수많은 다른 얼굴들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태평양전쟁과 한국전쟁은 당사국 민중들에게는 너무 큰 고통을 안겨주었다. 조선은 말할 것도 없고 일본민중들의 삶도 크게 다르진 않았다. 우리뿐 아니라 미군이나 인민해방군의 고통과 희생도 말로 다 할 수 없다. 내가 있는 이 땅 아래엔 너무도 큰 한이 묻혀있는 것 같다.

 

물론 지금은 그 때와 같은 굶주림과 가난 극단적인 야만은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그 때의 그 한이 아직도, 혹은 새로운 한이 커나가는 것 같다. 자살공격을 하는 이들이, 외국인 노동자들의 고통이, 휴전선의 존재가, 구조조정과 실업이 다음세대에서는 책에서나 볼 수 있는 역사가 되었으면 한다.

 

만천원/류춘도/당대/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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