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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2/23
    [농업] 우리밀이 대안인가?

[농업] 우리밀이 대안인가?

[농업] 우리밀이 대안인가?


 밀밭 1평에서 밀 1Kg이 나는데, 밀 1Kg을 소비하면 산소 2.5Kg을 발생시키고, 이산화탄소 3Kg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우리 국민의 식습관의 변화로 인해 밀은 쌀에 이은 제2의 주식이 되었다. 그렇다면 밀의 자급률이나 단위 면적당 생산량 혹은 생산비는 어떻게 될까? 이와 관련한 정부의 통계가 있을까? 없다. 세상에서 3가지 사기가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라고는 하지만 기본적인 통계가 없기 때문에 밀농사에 대한 정책을 만들기가 어렵다. 이런 얘기를 하면 또 인력과 예산 탓을 할지도 모르지만 우리나라 1년 예산과 우리나라 공무원 수를 보면 이제는 그런 변명은 그만 둘 때가 되자 않았나 싶다.


 내가 어렸을 때만해도 우리나라에는 쌀 외에도 보리, 밀, 목화, 조, 수수등 이제는 보기 힘든 여러 가지 작물을 재배했다. 우리 할머니 세대만 해도 목화를 심어 실을 뽑아 베를 짜서 옷을 만드는 것까지 직접 다 했고, 이것이 농가의 부업이었다. 물론 지금 목화를 심자는 말은 아니다. 시대의 변화에 맞는 정책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물론 시대의 변화와 관계없는 원칙과 가치는 있지만. 이 글의 목적은 과연 밀의 자급률을 높이는 것이 우리 농업과 건강 환경에 도움이 될 수 있는가 또 가능하기는 하는가 하는 논의의 출발점을 마련하는 것이다.


 통계청의 국가통계포털 (www.kosis.kr) 을 둘러보자. 1인당 연간 양곡소비량을 찾을 수 있다. 2008년을 보면 쌀은 총 75.8Kg (매년 감소하고 있다), 서류 2.8Kg, 두류 2.3Kg, 밀가루 1.4Kg, 보리쌀 1.1Kg, 잡곡 0.5Kg으로 되어 있다. 이대로만 본다면 쌀 외에 다른 작물은 정책적 의미가 없다.


 잠시, 곡물자급률과 식량자급률의 차이를 알아보자. 우리나라에서 매년 소비하는 밀의 99%를 수입하고 1%를 자체생산한다면 밀의 곡물자급률은 1%가 된다. 그런데 매년 소비하는 밀의 98%가 빵, 과자, 라면, 국수등의 2차상품의 원료가 되고 2%만 직접 음식을 해먹는다면 밀의 식량자급률은 50%가 된다.


 통계청의 1인당 연간 양곡소비량중 밀가루소비가 1년에 1.4Kg이라는 항목은 동네 아주머니도 갸우뚱할만한 수치다. (동네 아주머니를 비하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아마도 통계청에서 통계를 낼 때 각 가정에서 직접 밀가루 형태로 구입하여 전 부쳐먹고 수제비 해먹는 양만 계산한 듯 하다. (어쩌면 밀가루 생산업체에서 자료만 받아 빈칸만 매년 채워넣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식으로 계산한다면 프랑스인의 1인단 연간 밀가루 소비도 1Kg이 안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통상 우리나라 국민의 연간 밀가루 소비량은 30-40Kg선으로 생각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소비되는 밀의 99%는 수입이니 관세청 자료를 확인하면 통관기준 연간 밀 소비량을 알 수 있지 않을까? 2009년 9월 월간 총 식품 및 산동물 수입액은 11억달러, 이중 곡식 및 곡식 가공품은 2억8천만 달러, 동물사료 수입액은 1억4천만 달러다. 연간 밀 수입액은? 글쎄, 국내 3대 제분업체 자료를 찾아봐야 될까?


 결국 통계청에서 쓸만한 자료를 얻지 못하고 국제식량농업기구 (www.fao.org) 를 방문한다. (세상 참 좋아졌다) 생산량으로 볼 때 우리나라 농업은 쌀이 1위, 채소류가 2위다. 생산액으로는 쌀, 돼지고기, 채소, 우유, 쇠고기, 달걀의 순이다. 여기서 돼지고기 이야기를 안하고 넘어갈 수가 없다. 스스로 진보적이라고 생각한다면 삼겹살을 안 먹어야 된다. (너는 어쩌느냐고 묻지 마시라. 나는 철들고부터 콜라를 안마셨고, 지금은 술, 담배, 커피, 삼겹살 다 안 먹는다. ㅎㅎㅎ) 우리나라 돼지사육농가의 1년 소득은 여름한철 삼겹살 가격이 좌우한다. 원래 우리나라는 독일처럼 돼지를 평상시에 먹는 나라가 아니다. 평상시 당신의 식탁을 보라. 돼지고기는 김치찌개에 조금 혹은 햄이나 소세지 정도가 아닐까? 옛날에는 돼지 한 마리를 잡으면 머리부터 발까지 껍질부터 내장까지 한번에 다 먹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고도성장기에 삼겹살에 소주 문화가 대부분 국민의 중요한 외식문화로 자리잡으며 돼지고기가 우리농업의 생산량 2위에 까지 오르게 되었다. 이제는 경제성장으로 돈이 있게되자 우리나라는 유럽등지에서 삼겹살을 싹쓸이 해오고 있다. 반면에 돼지의 삼겹살 이외의 부위는 햄이나 소세지용으로 헐값에 팔려나간다. 이 과정에서 앞다리살이 삼겹살로 둔갑하고 수입산이 국산으로 둔갑하고 살코기와 비계를 붙여서 삼겹살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삼겹살 이야기는 그만하고, 국제식량농업기구 통계(faostat.fao.org)의 무역(trade) 항목에서 남한을 조회해보자. 우리는 2007년 한해동안 857만톤의 옥수수, 317만톤의 밀을 수입했다. 참고로 옥수수는 사료등의 용도로 많이 사용되기에 수입량은 1위를 차지한다. 수입액 기준으로는 옥수수, 돼지고기, 밀의 순이다. (생산액 2위인 돼지고기가 수입액 2위를 차지하는 것을 보면 외국인들은 한국인의 주식은 쌀이 아니라 돼지라고 생각할 것 같기도 하다) 이를 우리나라 인구 4800만명으로 나누면 1인당 한해동안 178Kg의 옥수수와 66Kg의 밀을 수입했다. 여기에 국내 생산분까지 더하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소비하는 곡식은 옥수수, 쌀, 밀의 순이다. 참고로 66Kg은 그동안 알려졌던 우리 국민의 연간 밀소비량보다 꽤 많은 양이다. 물론 그 중 일부는 초코파이나 신라면으로 변해 다시 국외로 나가기도 할 것이다.


 먼길을 돌아왔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밀의 중요성중 가장 중요한 지점이 바로 밀은 이제 쌀에 이은 우리의 주식이라는 점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이제는 먹지도 않는 보리에 대한 통계는 열심히 내면서 정작 밀에 대한 연구가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국내 쌀 자급률은 100-110% 사이로, 밀 자급률은 약 1%선으로 알려져 있다. 내가 고민하는 지점은 국내 쌀 자급률을 90-95%로 낮추고, 그 이상으로 밀 자급률을 높여 농업을 살릴 수는 없는가 하는 점이다.


 국내 쌀 자급률을 낮춰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매년 가을이면 으레 쌀값 폭락과 농민들의 논 갈아엎기, 벼 야적, 불태우기와 같은 우울한 뉴스를 보게된다. 그런데 쌀 소비를 늘릴 수는 없다. 불가능하다. 국민들이 안 먹는다. 이명박이 쌀라면 쌀국수 얘기하는 것은 개소리다. 대북지원은 쌀 수요를 늘릴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농산물은 생산량이나 수요량의 적은 변화에도 가격이 변화가 크다. 쌀 생산을 줄여 쌀 자급률을 100%보다 조금 낮은 수준으로 맞춘다면 쌀 가격은 자연히 올라가게 된다. 우리나라는 이제 과거처럼 저임금을 유지하기 위해 쌀가격을 안정시켜야 되는 상황이 아니다. 그동안 일방적으로 농민을 희생시켜 도시 사람들이 이득을 취해왔던 관계를 조금이나마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이제는 역전시켜야 된다. 그러면 매년 모자라는 쌀은 어떻게 해야하나? 걱정하지 말라. 쌀 의무수입물량이라는 것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소비를 하건 말건 일정한 양의 쌀을 매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한다.


 그렇다면 왜 밀의 자급률을 높여야 하는가? 첫째 국내에 엄청난 수요가 있고, 그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일부만 우리밀로 대체하더라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꼴지를 하고 있으면 성적이 올라갈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둘째 우리밀은 대부분 겨울밀인데, 이는 쌀 농사를 끝낸 후 2모작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렇기 때문에 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농지 확보가 필요가 없고 농가 소득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이제는 밀의 자급률을 높이는 것이 가능한가 하는 얘기와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수단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하는 얘기다. 밀의 추가 재배는 어렵지 않기에 관건은 우리밀의 수요를 늘리는 것이다. 나같은 놈들만 먹어서는 소용이 없을테니 대중적인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안전성, 맛, 가격의 세가지 요소를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외에 밀은 대개 통밀이나 밀가루 형태보다는 빵, 라면, 과자, 국수등의 형태로 소비되는 양이 많기에 경쟁력 있는 우리밀 제품의 출시가 필요하다.


 먼저 우리밀의 가격인데 현재 우리밀은 수입밀의 1.8배 가량의 가격에 팔린다고 한다. 쌀은 소비자가 직접 구입하기 때문에 이 정도의 가격차이라면 수요가 당연히 없다. 하지만 밀은 다른 제품의 형태로 팔리고 각 제품의 원가중 밀가격은 적은 부분을 차지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소비자가 느끼는 가격차는 원료의 가격차보다 적을 수가 있다. 물론 이 가격차이를 줄이기 위한 정책적 노력도 필요하다. 유용한 대안은 쌀 재배 농민이 밀로 전환하는 경우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일본에서 시행중이라 한다)


 다음은 우리밀의 안전성이다. 우리밀은 통상 겨울밀이기에 해충의 피해가 적어 건강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수입밀 역시 봄밀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며 봄밀과 겨울밀이 섞여 있기에 우리밀만의 장점이라고 할 수는 없다. 우리밀의 안정성은 다른 부분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밀을 수입하는 경우 통밀을 수입하는 것보다 통밀을 깎아 제분한 밀가루 형태로 수입하는 것이 부피가 적기에 운송비가 적게 든다. 그런데 통밀 상태에서는 조건만 좋으면 1-2년도 보관할 수 있지만 밀가루 상태에서는 보관이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밀가루 상태로 빻은 후 배에 실려 우리나라에 올 때까지 보관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과정을 거칠 것이 분명하다. 이와 같은 부분에서 우리밀의 상대적인 안전성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다음으로 우리밀의 최종선택을 좌우하는 각각의 상품의 개발 여부이다. 거의 없어져 가던 우리밀이 그 명맥이라도 유지하게 된 것은 우리밀 살리기 운동본부, 우리밀농협 (www.우리밀농협.kr), 주식회사 우리밀 (www.woorimil.co.kr)의 역할이 컸다. 즉, 우리밀 농협은 우리밀의 생산과 수매등의 역할을 담당하고, 주식회사 우리밀은 우리밀을 사용한 제품을 생산해왔다. 그런데 사실 우리밀 관련 상품은 일반 소비자들이 구매하기에는 무리가 있었고, 특히 우리밀 빵은 상품 특성상 판매되는 곳이 생협등의 매장을 제외하고는 찾기가 어려웠다. 어떤 곳에서는 우리밀 짜장면집도 있다지만, 동네 빵집이나 중국집에서 우리밀을 쓴다고 하면 당장은 믿기가 어려울 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밀의 소비를 늘리기 위해서는 롯데나 농심, 빠리바게뜨나 뚜레쥬르의 결단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빠리바게뜨에 가면 2000원하는 우리밀 식빵이나 한 개 900원하는 우리밀 크림빵이 있는데 (다른 우리밀 빵도 여러 가지 있다), 가격이나 맛에서 수입곡물로 만든 빵과 큰 차이가 없다. (뚜레쥬르 우리밀우리쌀식빵은 3500원) 동네 빵집에는 미안하지만 당장은 빠리바게뜨에서 우리밀 빵을 자꾸 사서 더 많은 우리밀 빵을 가져다 놓게 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직접적으로 가능한 방법은 물론 논을 사서 쌀농사를 포기하고 밀농사를 하는 것인데, 당장 실천하기는 좀 어렵다. 뜻있는 사람들이 농업법인을 설립하는 등의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생각해볼 수는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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