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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정일지3] 우리의 말이 우리의 무기!

장정일기 3일차 [길 위에서]

 

5월 13일 토요일

 

 0.

  새벽 네시, 디디, 소야, 지원 서울 출발

  일곱시 정각 대야농민회 도착. 방울토마토 한박스와 초코바 무더기랑 선크림 등등 선물을 한아름 들고 감~

  다들 아침 준비로 부산한 중이었는데, 검게 탄 얼굴이 싱그러웠음.

  몇명은 방안에서 새로 피켓을 쓰고 있었고, 또 다른 사람들은 방 정리, 짐 옮기느라 정신없었고,

  서서히 숙소 앞에 나와서 대오를 정비하기 시작함.

  둥그렇게 모여서 가벼운 아침체조와 구호로 출발!

 "새만금에 생명을, 대추리에 평화를, 한미 FTA 반대한다, 투쟁!!"

 

 1.

  날씨는 화창, 바람 한점 없었음.

  지도를 든 만세가 선두, 그 뒤로 깃발을 든 성국과 현민, 그리고 영진 법사가 광선검 들고 주변을 통제함.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우리는 그저 룰루랄라 신났지만,

  지영과 희선의 절뚝거림에 약간은 불안했다.

  오십분의 행진 후 10분간 첫 휴식

  천천히 따라오던 간식 공급대는 휴식 때마다 미니호떡, 오이, 토마토, 오렌지, 초코바, 초코파이 등등을 무한대로 공급함.

  종영오빠와 세진언니에게 감사!

  감독님도 열심히 뛰어다니시며 컴배트팀을 촬영하심. 인터뷰까지 꼼꼼이 챙기셨는데, 나중에 정말 괜찮은 작품이 나올듯 기대됨.

  

  휴식이 끝날때마다 구호와 노래로 흥을 돋구웠는데

  김강이 만든 "우리의 말이 우리의 무기"가 얼마나 훌륭한 노래인지 새삼 실감.

  새만금과 군산을 지나는 동안 이 노래는 9절까지 불어남

  게다가 오늘도 하루종일 고추장은 가사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음(연구실 풍경에 사진 확인 하시라~두둥)

  그동안 컴배트의 여정과 배움이 다음의 가사에 절절이 담겨있음

 

 "새만금에 둑을 터라~ 백합조개도 함께 외친다~"

 "산을 헐어 바다 메우는~ 죽음의 행진 당장 멈춰라~"

 "개발의 망령 몰아내고~ 생명들에게 활짝 웃음을~"

 "만물 죽이는 자본이냐~ 만물 하나된 생명이냐~"

 "에프티에이 몰아내고~ 생명권을 지켜내자~"

 

 민중시인 고추장의 작사활동은 10절에서 벽에 부딪혔는데,

 "땅을 뒤엎은 농민들은~ 투쟁의 씨앗 뿌우리이네에~" 에서

 "뿌우리이네에~"부분이 어색하다는 중론!!

 함께 이 부분을 해결해보셈~

 

 2.

  어느덧 11시가 지나가자, 사람들은 배고픔을 호소하기 시작,

  그린비 식구들을 실은 자동차가 도착하자 모두 환호!

  그러나 차에서 그린비 식구들은 빈손이었고, 너무 실망한 대중들 분노를 8자 구호로 표현

  "배고파서 못걷겠다 간식을 공수하라"

  물론 그린비는 빈손이 아니었으며, 폭도들에게 초코파이 하나씩을 물려 점심시간까지 진정시킴.

  12시, 금성철새조망대에서 그린비가 준비한 럭셔리한 도시락을 맛나게 먹음! 감사함다~^-^

  밥을 먹고 함께 모여 영진 법사가 어제 쓴 글에 대해 들었음.

  차라리 재앙이 닥쳤으면 할 정도로 절망에 빠져있는 새만금 사람들 얘기를 들으면서

  이 무거운 시대에 유쾌함을 잃지 않고 싸우기 위해서는 훨씬 큰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함.

  다시 행진.

  시간이 지날 수록 몸은 무거워지고, 다들 지치기 시작함.

  그러나 여기에 질세랴~ 몽사의 선창으로 울랄라, 텔레비젼 구호를 비롯한 오만가지 구호를 외치고

  한 사람씩 나서서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

  꼼짝도 못할 것 같았는데, 노래만 부르면 다들 기운이 또 나는 게 신기했음.

  

  구름이 몰려오고, 바람이 세게 불기 시작

  계속 힘겨워하던 희선이 결국 차에 오름.

  금강 하구둑을 지나는 데, 서천지역 민노당 활동가 한 분이 동참했음.

  함께 숙소까지 행진.

 

 3.

  숙소 앞에 모여 간단히 그동안 여정에 대한 소회를 나눔.

  세진 언니 이야기가 감동적이었음.

  "소수자 되기를 할수록 더 많은 친구를 만난다!"

  소수자가 된다는 것, 내가 소수자임을 안다는 것은

  내가 만물들과 함께만 살 수 있는 존재임을 몸으로 깨닫는 것이고

  그 길에선 언제나 더 많은 친구를 만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에 공감했다.

  저녁 시간은 박문호, 황해숙 선생님과 함께 했다.

 숯불갈비, 부추김치, 우엉, 영양밥, 육개장 등등 푸짐한 음식,

 법성계과 물리학을 통해 배우는 "휴머니즘을 넘어선 공생"의 지식으로

 우리의 배와 머리를 둘 다 빵빵하게 불려주신 선생님들께 감사!

 아, 몇 마디의 애교로 언니 오빠들을 쓰러뜨린 "재연"이에게도 고마움!^^

 

 마지막은 서천 농민분들과 함께 했다.

 개발로 인한 끔찍한 환경 파괴를 지켜보면서도,

 주민들이 갖는 현실적인 기대감을 무시할 수도 없는,

 지역 활동가 분들의 고충에 대해서 들었다.

 지식인들이 서울에서 지방을 공부하기 보다는

 실질적으로 직접 지방에 와서 활동하기를 바란다는 그분들의 제안,

 "좋은 사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저 "사람"이 필요한 실정이라는 그 분들의 말씀이

 안타까웠다.

 

 4.

 한미 FTA, 대추리, 모든 소수자의 문제들이 하나로 엮이는 것 처럼

 우리의 질문들과, 그에 대한 대답 또한 어쩌면 하나로 엮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박문호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처음 발상했을 때가, 바로 깨다름에 이르른 때다."라고.

 

 우리는, 질문을 던지기 위해 걷기 시작했지만

 어쩌면 그것은 그 자체로 아주 중요한 깨달음을 안고 있을지도 모른다.

 걷기 시작할 때만 대답을 구할 수 있으리라는 것.

  

 박문호 선생님 강의 중에서 하나 더. 법성계 중에 이런 말이 있다.

 "비는 만물을 이롭게 하기 위해 허공에 가득하지만,

  중생은 자기 그릇 만큼만 받아간다."

 

 만물을 이롭게 하기 위해 허공에 가득한 비를 모두가 받을 수 있게 하는 것.

 그 흐름을 단절하는 자본을 거부하는 것.

 

 우리는 내일도 또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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