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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정일지2] 5월11일, 해창갯벌에서 계화도


 

아침 5시 30분에서 6시 사이에 모두들 기상.

6시 40분까지 아침 식사를 완료했습니다.

모두들 상기된 얼굴로 모여앉아, 노래와 구호를 외우고,

곧 근처 해창갯벌로 출발했습니다. 

해창갯벌에는 죽어가는 생명과, 우리가 저지른 참상을

지켜보는 듯한 장승과 솟대가 서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출정식에는, 서울대 김세균선생님이 아침 첫차로 서울에서 내려오셔서 축사를 해주시며,

저희를 배웅해주셨습니다.

그렇게 해창갯벌에서 출발, 계화도 방면으로 걸었습니다. 약 20키로. 힘차게 걸어 이내 계화도에 도착했습니다. 계화도는 부안에 있는 간척지이면서, 또 새만금 방조제사업의 가장 중앙에 위치한 땅입니다. 그 땅은 그나마 남아있는 방조제와 바다로 연결되는 문이 가까운 곳이라 오염이 가장 덜할거라고 말씀하셨지만, 계화도 갯벌의 모습 역시 처참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갯벌 곳곳에서 간간히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기도 했지만 그건 이미 살아있는 생명의 소리가 아니었죠. 동네 주민 두엇이 혹시나 해서 조개를 캐러나가기도 하는 모양입니다만...

그곳 주민들은 방조제 공사 이후, 닥쳐올 온갖 재앙을 이미 알고 있는 듯 했습니다. 방조제 바깥쪽 해수면이 더 높아서, 하루라도 비가 오면 하루종일 양수기로 비를 퍼내야 한다는데, 여름 홍수철엔 과연 어떨까요. 소수자들은 그 재앙을 피해가기도 힘들 것입니다. 새만금 방조제 사업은, 정치인들이 자신의 정책과제로 내세웠다 버렸다를 반복하면서, 가상적 괴물이 현실이 된 사건입니다. 게다가, 부안의 아름답기로 유명한 변산반도의 온갖 산들의 뒷통수를 깍아서 새만금 방조제 사업은 그렇게 계속되었답니다. 새만금 방조제 사업은 결국, 바다와 갯벌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곧 죽어버린 갯벌에서 심한 냄새가 시작될 때, 혹은 홍수나 또 다른 재앙이 와서 돌이킬 수 없을 때 그들은 개발의 망령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계화도 갯벌에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참회의 백팔배를 올렸습니다. 그리고 바닷물이 들어오는 곳까지 걸었습니다.

계화도의 넓은 갯벌에서 나와, 계화도에 있는 산에 올랐습니다. 산 위에 올라가서 계화도의 간척지와, 그 위에서도 잘 보이지도 않는 방조제의 끝을 가늠해보았습니다.

숙소인 ‘갯벌나눔터 그레’ (바로옆엔 생합다방이 있어요)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또 이내 부안터미널 근처의 집회에 참석했습니다. 평택 미군기지문제를 자기것으로 생각한 부안시민들 몇몇이서 벌써 7일째 촛불집회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핵폐기장 반대를 성공적으로 이끈 부안시민들은 평택 미군기지가 이미 평택만의 문제가 아님을 알고 있었습니다. 모든 소수자의 문제는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만물은 분명 하나일텐데, 자본은 만물로 하여금 서로를 적대하게하고, 항상 대립하게 만들지요. 우리가 만물과 하나되는 것에 앞서, 만물을 적대시하게 만드는 무수한 것들을 똑바로 바라보는 것들로부터 질문을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내일(읽는 분들은 오늘이겠군요.)은 꽤나 먼 여정입니다. 계화도에서 나와, 김제시를 거쳐 대야면까지 걷는 멀고 힘든 길입니다. 중간에 도저히 걸을 수 없는 구간을 제외하고도 35-40키로 정도의 거리입니다. 어제 걸은 거리가 얼마 안되지만 백팔배와 등산으로 모두들 힘들거에요. 컴배트 팀에게 응원해주시고, 홈키파와 에프키라 팀도 파이팅 해주시길 ^^

그럼 내일 보고를 기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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