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는 교육시장화와 싸우는 중

호주는 교육시장화와 전쟁중

: 호주 교원노조 부의장 안젤로 가브리엘라토(Angelo Gavrielatos)와의 대담


미국의 진보적 교육잡지 <리씽킹 스쿨> Rethinking School 이 작년 겨울에 호주 교원노조 부의장과 만나 호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교육시장화 흐름, 특히 사립학교에 대한 정부의 막대한 지원정책을 두고 대담을 나눴다. 다른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호주에서도 이른바 보수주의자들이 공교육 헐뜯기에 앞장서면서 사립학교에 대한 정부지원을 이끌어냈다. 그 결과 현재는 전체 학생들의 약 1/3 가량이 사립학교에 다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주의자들은 사립학교에 정부가 지원을 함으로써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 아이들도 질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게끔 한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가난한 아이들보다 부유한 아이들이 사립학교에 더 많이 다니고 있음이 드러났다. 보수주의자들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교육과정에까지 손을 뻗쳐 자신들의 의도대로 교육과정을 고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한 가지 특이할만한 점은 뉴사우스웨일즈주(州)에서는 노조가 무능한 교사를 보호한다는 보수주의자들의 비난에 대응하기 위해 주와 노조가 단체협약을 맺고 교원평가 절차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자질이 의심스러운 교사를 교장이나 관리자가 10주간 평가를 해서 계속 있게 할 것인지, 아니면 나가도록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절차다.

호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우리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 공교육에 대한 불신, 특히 공립학교와 교사들에 대한 불만을 조장하면서 정작 열악한 환경의 아이들로부터 교육기회를 박탈하고 소수 특권층을 보호하는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교육시장화의 요체이다. 다행히도 이에 맞서 대항하는 노조가 있다는 사실이 반갑기는 하지만, 일부 주에서 교원노조가 교원평가를 제도화함으로써 보수주의자들의 이데올로기 공세에 비껴가는 전략을 쓴 것은 자칫 위험해 보이기도 한다. 또한 교원노조가 엘리트주의 그 자체를 문제 삼지 않고 그저 기회의 평등을 주장하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인다. 일면 보수적으로 비치는 의제는 신자유주의 개혁 의제로 충분히 흡수․수렴될 수 있고, 역사가 증명하듯 자유주의 세력은 여기에 동조하기도 한다.

신년 벽두에 호주 교원노조가 던져주는 메시지는 의미심장하다. 지배계급의 공세에 대해 자유주의적인 개혁의제를 자신의 과제로 삼을 것인가, 급진적 기치로 신자유주의에 정면으로 대항할 것인가. 2007년 한국의 전교조는 또 어떻게 할까. <역자주>

 

원문보기
http://www.rethinkingschools.org/archive/21_02/aust212.shtml

Q : 호주에서 사립학교에 지원되는 정부지원금의 규모는 어느 정도 되나요?
A : 호주에서는 기본적으로 주정부가 교육에 대한 책임을 지는 동시에, 연방정부가 추가로 지원을 해줍니다. 존 하워드가 총리로 있는 동안 연방정부는 사립학교의 핵심적인 지지자 역할을 해왔습니다.

연방정부의 사립학교 지원은 극적으로 증가해서 2005~8년 동안의 재정지원계획에 따라 공립학교보다 더 많은 돈을 받게끔 되었습니다. 참고로 약 2/3 가량의 학생들이 공립학교에 다니고 있지요.

연방정부의 지원은 미국처럼 바우처 방식은 아니지만, 결과는 똑같습니다. 학생수에 따라 학교에 직접 지원하는 방식입니다.


Q : 연방정부의 사립학교 지원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A : 지난 1960년대에 사립학교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가톨릭 학교가 벌인 캠페인의 결과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가톨릭교회는 시드니 서쪽지역에 있는 자신들의 학교를 폐쇄하겠다고 협박했었는데요, 실제로 공립학교는 특별히 우수한 학생들을 당장에 다룰 수 없기 때문에 공립학교가 전체 교육체계를 망쳐놓을 것이라며 정부를 상대로 공갈을 치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정부는 사립학교에 지원을 하기 시작했고, 우선은 과학과 도서관에 돈을 지원했습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지원액이 늘어나, 이제는 정기지원(학생수에 따른 지원)이라 불리는 지점에 도달했습니다. 필요에 의해 시작된 정치적 운동이 이제는 사립학교가 공공자금을 지원받을 자격이 자동적으로 부여된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제도로 정착되었습니다. 2005 ~ 2008년 동안 연방정부는 사립학교에 대한 정기지원금의 75%를 지원할 계획입니다.


Q : 연방정부의 지원 결과 사립학교 체제는 성장을 했습니까?

A : 30년 전만 해도 사립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15%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 수가 두 배가 되어, 전국적으로 대략 32%의 학생들이 사립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연방정부가 재정지원을 한 결과 점점 더 많은 학생들을 사립학교에 몰아넣으려는 보수주의자들의 꿈이 재촉되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게다가 공공자금으로 말이죠.


Q : 사립학교가 역할을 잘 하고 있다면, 정부의 지원을 받을만하지 않나요?

A : 예, 말로는 그렇죠. 그런데 현실은 모든 학생들, 특히 특별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아이들, 원주민 아이들이나 가난한 아이들을 교육해야 하는 어떤 의무나 책임감도 없는 사립학교에 학생들과 돈이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것이죠.

이 때문에 공립학교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물론 공립학교에 문제가 있고, 이는 세계적으로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양질의 공공제도의 목적을 지지합니다. 그 목적을 채택하는데 실패한 정부는 최고급의 공립학교제도를 제공할 수 없거나 꺼려한다고 말합니다.

우리의 입장은 명확합니다. 정부의 역할은 모두에게 열려있는, 무상, 보통 공립학교제도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Q : 사립학교는 특별한 어려움에 처해있는 아이들의 필요를 충족시켜주고 있나요?

A : 이론적으론 사립학교는 이들을 위해 봉사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만,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현실을 보죠. 이 아이들의 80% 이상이 공립학교에 다니고 있는데요, 이는 공립학교에 다니는 학생 비율(68%)보다 훨씬 높습니다. 즉 사립학교는 이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자기 학교에 다니지 말 것을 종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죠. 공립학교 학생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원주민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립학교는 극적으로 증가했지만 학교운영에 돈이 많이 드는 변두리나 고립된 지역에는 아직도 사립학교가 별로 없습니다.


Q : 사립학교들은 정부지원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에게 수업료를 부담시키나요?

A : 물론이죠. 예전에 그들이 주장했던 것 중 하나는 노동계급에게도 교육기회를 주기 위해서 정부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죠. 연구에 의하면 고소득층 학생의 50% 이하가 공립학교에 다니는 반면, 저소득층 학생은 78% 정도가 공립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결국 정부의 사립학교 지원은 사립학교의 접근성을 높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엘리트주의를 강화시켰죠.

게다가 많은 사립학교들이, 특히 더 많은 혜택을 받는 학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수업료를 올렸습니다. 최근 <시드니 모닝 해럴드>는 일부 사립학교의 수업료가 올해에는 2천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끔찍하죠.


Q : 정부지원을 받는 사립학교는 회계를 공개해야 합니까?

A : 아뇨, 그게 큰 문제입니다. 우리는 사립학교가 공공자금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부의 역할은 가능한 한 최상의 공공제도를 위해 지원하는 것입니다. 즉 사립학교가 더 많은 책무를 다 하도록 해야 합니다.


Q : 호주에서는 미국보다 교육사유화 움직임이 25년 정도 앞서는 것 같네요.

A : 불행하게도 호주가 이 분야에서는 최첨단을 달리고 있죠.


Q : 미국을 위해서 호주의 경험에서 얻은 교훈을 말씀해주신다면?

A : 우리는 항상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봐야 합니다. 40년 동안 우리는 어떤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가? 우리는 사회적으로 결속력있고, 관용적이며, 민주적인 사회를 원하는가? 아니면 파벌적이고, 갈등적이며, 분리주의적인 사회를 원하는가?

제가 보기엔, 사립학교는 주의 지원을 받는 분리주의의 좋은 예입니다. 사립학교에서 인종, 민족, 계급, 종교에 따른 분리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상황은 악화되어 최근 연방정부는 모든 학교에 목사를 두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런던 폭파사고가 일어난 지 일 년 쯤 후에 언론에서 ‘토착민’ 테러리스트를 다룰 때, 호주인들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왜 정부는 이슬람 학교에 재정지원을 할까?” 우리는 논쟁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정부가 어느 종교에 지원하는지 구별할 수 없을 거란 점도 분명히 했죠. 이슬람 학교와 가톨릭 학교, 그리스정교 학교의 토대를 구분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관점에서 보자면 심각한 종교적 편견에 빠져들기 때문이죠.

정부재정지원은 공립학교에 한정되어야 한다는 것이 유일하고도 유효한 답입니다.


Q : 노조가 무능한 교사를 보호하기 때문에 공립학교의 성적을 떨어뜨린다는 비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 보수주의자들은 사립학교로 돈을 몰아주려는 자신들의 정치적인 목적을 추진하기 위해서 공교육의 불신을 조장하는 시도를 계속 해왔습니다. 이 전략은 당연히 계획적이었죠.

공교육의 불신을 어떻게 조장했느냐면, 우선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고 주장을 합니다. 물론 어떤 연구결과나 통계자료를 제시하지도 않지요. 그 다음엔 이 저급한 교육은 노조가 무능한 교사들을 보호해주기 때문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런 주장들은 순전히 거짓말이기 때문에 이에 맞서 싸우는 것은 언제나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거짓말에 맞서 어떻게 싸울까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제 고향인 뉴사우스웨일즈에서는 주정부와의 단체협약의 일환으로 능력이 의심스러운 교사 문제를 처리하는 절차를 마련했습니다. 이 절차는 몇 가지 요인에 의해 자극을 받았는데요, 학부모의 불만, 학생의 불만, 동료교사나 교장의 염려가 바로 그것입니다. 절차에 따르면, 해당 교사는 교장이나 부교장 또는 비슷한 위치의 다른 사람에게 10주 동안 평가를 받습니다. 그들은 해당 교사와 그의 수업, 교육과정, 학급활동을 관찰합니다. 10주 후에 교사의 성과가 개선된 것으로 판단되면, 모든 것이 만족스럽게 끝납니다. 그런데 10주 후에도 여전히 불만족스럽다면 퇴출될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노조가 무능한 교사를 보호한다고 말하지만, 아닙니다. 우리는 정당한 절차를 보호하고 있을 뿐입니다.


Q : 사립학교에 대한 정부의 지원정책 이후, 뒤따라올 보수적 정책의제는 무엇입니까?

A : 보수주의자들의 다음 목적은 자신들이 ‘국가공통교육과정’이라 부르는 것을 강제함으로써 가르치는 내용을 통제하는 것입니다. 최근에 보수주의자들은 주별로 만들어진 현행 교육과정이 좌파 이데올로기에 의해 습격당했다고 주장하는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작년 10월초 교육부장관은 현행 교육과정의 주제가 ‘마오쩌둥으로부터 직수입’ 되었다고 주장할 정도로 극단적입니다.

또 보수주의자들은 학업성취도가 떨어지고 있다며,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비판적 분석능력을 가르치기 때문에 아이들을 세뇌시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역사에 관해서 보자면, 그들은 이제 더 이상 역사가 설명적이고 구조화된 방식으로 가르쳐지지 않고 의문으로 남겨진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여러분들도 잘 알다시피 역사란 항상 논쟁적이며, 해석의 여지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눈에는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그들은 ‘공식적’인 역사를 가르치기 원합니다. 그들이 ‘공식적’ 역사를 운운할 때면, 전체주의와 파시즘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것처럼 느껴져요.


Q : 희망적인 나라나 그런 싸움을 하고 있는 곳이 있나요?

A : 분명히 있죠, 남미를 보세요. 우리가 10년 전만 해도 예측하지 못했지만 일정한 수준의 의식과 정치적 동기가 있어요. 특히 선거를 통해 집권한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칠레를 보면 말이죠.

호주를 보면 제가 느끼기에 대중들은 정부가 너무하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호주의 국내, 대외 정책은 공포, 속임수, 외국 혐오증, 인종주의에 의해 좌우되어 왔습니다. 하워드 정부가 부시 정부의 일원처럼 활약했던 이라크 전쟁이 그 한 예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아마 호주사람들은 정부가 지나치다고 말할 것입니다. 저는 급진적이거나 진보적인 사람들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전 다만 평균적인 사람들을 얘기하죠. 그게 사실 희망적이죠.


Q : 이라크에 대해서 말인데요, 호주교원노조는 부시의 전쟁을 지원하는 하워드 정부를 비판하는 활동을 상당히 두드러지게 해왔습니다. 그런데 그게 노조를 둘러싼 정치적 문제를 유발하지는 않았나요?

A : 우리는 호주 정부의 행위가 국제적 공동체의 관점에서 보자면 한 국가에 해당하는 우리 교원노조를 죽이려는 것으로 간주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정부가 조장하는 공포와 외국 혐오증을 비판하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최우선에 놓을 것입니다. 그리고 큰소리로, 떳떳하게 활동을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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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3 17:11 2008/02/13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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