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가 되자 온 객실에 불이 켜지며 갑자기 분주해진다. 대부분 승객들이 청두에 내리는 모양이다. 대강 씻고 짐을 챙기고 차분히 앉아 기다린다. 

 

엊그제 라싸에서 기차를 탄 지 40시간 만에 청두에 내린다. 2박 3일만에 밟아보는 땅이다.

아침에 비라도 온 듯 땅이 젖어있고 안개인지 구름인지 희뿌연 공기가 땅과 하늘을 감싸고 있다. 젊은 부부와 작별인사를 나누고 우리는 무후사로 간다. 무후사와 인접해 있는 진리(锦里)는 마치 인사동처럼 옛날 건물과 장식으로 꾸며놓고 기념품이며 먹을거리 등을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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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후사는 삼국지 스토리를 그대로 재현해 놓은 듯 했다. 이곳의 주인공은 단연 제갈량. 무후사의 이름도 제갈량의 호인 충무후(忠武侯)에서 따왔다. 제갈량 외에 무후사의 또 다른 주인공은 그가 모신 유비일 것 같지만 사실 관우다. 의리와 용맹함으로 오늘날에 신격화되어 있는 관우는 무후사 곳곳에 많은 흔적을 남기고 있다. 심지어는 ‘트랜스포머 관우’도 있다. 서울 동대문 근처에 있는 ‘동묘’도 관우를 모신 사당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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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후사를 나와 바로 길 건너편에 있는 가게에서 ‘단단면’과 ‘훠궈’를 먹었다. 처음 보는데다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니 미리 사진으로 본다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어떤 재료가 들어가는지 그 이름만 가지고는 눈으로 보고 입에 넣어보기 전에는 안다고 할 수 없다. 음식의 이름과 맛은 역시 몸으로 배우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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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 있게 공항에 도착했다. 이제부터는 기다리는 게 일이다. 책도 눈에 안 들어오고 지나는 사람들을 쳐다본다. 장소가 바뀌어서일까. 티벳에선 시간의 리듬이 몸에 맞춘 듯 여유롭게 흘러갔는데,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는 시간의 리듬은 더디기만 할 뿐 지루하기 짝이 없다. 티벳의 시간 리듬이 금세 도시의 시간 리듬으로 변해버렸다. 티벳의 약발이 벌써 다한 건가. 고산증까지 앓아가며 티벳에 적응하려 몸부림치던 게 불과 며칠 전인데 벌써 도시에 적응하겠다고 근질거리는 내 몸이 너무 간사하다. 조만간 또 티벳으로 가야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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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14 21:51 2012/02/14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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