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무라 토모야, <작은 집을 권하다>

- 이 나라, 이 사회에는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려 해도 꼭 거쳐야 할 최소한의 관문이 너무 많다. 보통 사람들처럼 생활하려고 들면 우선 바쁜 일상에 적합한 이동 수단과 정보 수집 도구를 확보해야 하고, 옷차림도 나름대로 갖춰야 하며, 계약이나 재산 관리 같은 골치 아픈 문제와 팍팍한 사회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각종 인간관계까지 신경 써야 한다. ...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정점에 있는 것이 바로 '집'이다. 

- 그러나 각자의 생활방식과 수준에 걸맞은 자기만의 집을 선택하고자 한다면, 어느새 우리가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된 '평균적인 집'에 대한 강박관념은 차츰 사라질 것이고, 그러다 보면 꼭 마당이 딸린 몇천만 엔짜리 단독주택을 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될 것이다. ... 결국 남들이 보기에 괜찮다고 생각할 만한 집을 구하기 위해 희생해온 그 수많은 노력과 에너지가 줄어들 것이고 지금껏 살아온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도 돌아볼 수 있을 테니, 이는 모두의 행복을 위해 결과적으로 옳은 생활방식이자 철학이 아닐까 싶다. 

- 재이 셰퍼는 자신의 설계 방식을 '뺄셈 스타일'이라 부른다. 이것도 필요하고 저것도 필요하다며 원하는 걸 자꾸 보태고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먼저 적당한 집을 상상하고 거기에서 불필요한 설비나 공간 따위를 가능한 만큼  최대한 제외해나가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뺄셈 설계에 관해 설명하면서 생텍쥐페리의 문장을 빌려 이렇게 말했다. 

"완벽한 디자인이라는 건 그 이상 더할 것이 없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제거해야 할 뭔가가 없을 때 비로소 달성되는 법입니다."

- '집은 작아도 된다'는 사고방식에는 '집에 쌓아둘 물건은 적어도 된다'는 소유욕 감퇴 현상이 깔려 있을 것이다. 

- 나는 종종 배낭 하나로만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고 생각한다. 그저 배낭 안에 적당히 필요한 것들을 넣고 아무 속박 없이 여행하듯 살고 싶다는 생각이 언제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 "너무 큰 집은 집이라기보다 채무자의 감옥입니다."

- 물건들을 눈에 보이지 않게 해놓고, 기억에서 사라질 때까지 지내다가 그것이 정말 불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처분하면 된다. 이는 실제로 물건을 버리지 않고 물건을 들여놓지도 않음으로써 '집이라는 건 작아도 되는 거구나'하고 실감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 지금과 같은 세상은 언제라고 거리로 나가면 필요한 서비스는 거의 모든 면에 있어 준비되어 있다. 개인이 반드시 소유해야 할 물건으로서의 의미가 희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상업서비스나 공공 서비스에 적당히 의존함으로써 자신의 주변은 훨씬 더 가벼워질 수가 있다.

- 지나치게 많은 설비를 갖춘, 지나치게 큰 주택밖에 팔리지 않으니 인생에서 뭘 하려고 해도 노동강도가 센 경제활동에 뛰어들어 살아가야 한다. 결국 얼마나 돈이 될지 여부가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고, 돈이 되지 않는 것은 '취미'라는 분야로 묶여 돈 되는 것을 하고 나서야 혹박한 여가로 즐기는 일이 되어버린다. 이런 현실에서 주택의 선택지가 조금만 더 늘어나도 과로나 실업 등에 의한 사회적 문제가 어느 정도 방지될 것이고, 그런 것에 대한 불안을 완화시켜줄 거라 본다. 그렇게 돼야 사람들은 좀 더 과감하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고, 개인의 인생이 보다 풍료롭게 흘러갈 수 있지 않을까. 빚 없이 구할 수 있는 수백만 엔짜리 집이 유통되기만 하더라도 아마 수많은 사람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인생을 살고 있을 거라는 상상을 하게 된다. 

- 생활을 단순하게 하기 위한 방법 두 가지. 하나는 내게 있어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의도적으로 지워나가고 필요한 것만 남기는 방법입니다. 이것은 이성이 이루어내는 업이지요. 또 하나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으로 생활을 채우고 그 외의 것들이 저절로 떨어져 나가기를 기다리는 방법입니다. 이것은 사랑이 이루어내는 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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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3 15:52 2013/12/23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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