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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

 

WHO, 세계보건기구에서는 말합니다. 세계의 모든 사람들은 건강하고 안전한 작업을 할 권리가 있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요구합니다. 일터에 의자를 놓아야 한다, 의자를 놓는 것만이 아니라 그 의자에 앉을 수 있어야 한다, 영업시간을 단축해야 한다, 주 1회 휴점을 해야한다, 그를 통해 유통서비스 노동자들의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이 요구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건강이 무엇입니까? 건강이란 단순히 질병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영적으로 온전히 행복한 상태입니다. 제가 꾸는 꿈이 아니라 세계보건기구에서 이미 이렇게 정의해 놓았습니다. 글로벌 스탠다드가 어떻다고 정부는 떠들지만 정작 우리 노동자들의 건강권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현실이 어떠합니까? 사회적으로 영적으로 온전히 행복한 상태에 대한 요구까지는 너무 멉니다. 하루 종일 서서 일하며 하지정맥류가 발생하거나 허리가 아프지 않을, 다시 말해 병을 얻지 않을 권리를 의자 놓기와 앉기를 통해 요구하고 있습니다. 남들이 쉬는 토요일과 일요일에 우리도 좀 쉬자, 사회생활이라는 걸 좀 해보자, 일요일에는 종교활동도 하고 친구나 가족들과 단란한 시간을 보내겠다는 요구에는 아직 이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일터에서 이런 요구는 가당치 않은 것일까요? 유통서비스업의 노동자라면 당연히 감내해야하는 것일까요?

 

제 동료가 캐나다에 다녀와서 해준 이야기가 있습니다. 정권이 바뀌면서 백화점이 일요일에 문을 닫더랍니다. 그러더니 토요일에도 문을 닫더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3년을 백화점은 주말에 영업하지 않았답니다. 사람들의 불평불만이 대단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백화점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내가 쉬는, 우리가 쉬는 토요일과 일요일에 쉬는 것이 ‘인간다운 삶’이라는 동의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의자는, 영업시간 단축과 주 1회 휴점의 요구는 건강하게 일할 권리의 시작, 인간다운 삶에 대한 요구입니다. 이 요구는 일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지금처럼 세상으로 터져나올 때, 그리고 유통서비스 노동자들의 건강권이 나의 권리와 다르지 않음을 공감하고 연대하는 이들의 힘으로 현실에서 가능해질 것입니다.

 

사실 우리는 소박하지만 또 소박하지 않은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고객에게 끝이 보이지 않는 친절과 가면 같은 웃음을 요구하는 기업들에게, 이윤을 주는 고객들은 신보다 위대한 존재들이라 떠드는 기업들에게, 우리의 요구는 되지도 않는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요구는 소박하지만 또 이윤을 절대선으로 삼고 있는 기업을 상대로 하는 소박하지 않은 요구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하는 이들의 건강권은 곧 생존권입니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이 생존권라는 놈은 결국 일하는 이들의, 연대하는 이들의 싸움으로 지키고 확장되어 왔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오늘의 기자회견이 또 다른 디딤돌이 되어 유통서비스 노동자들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더 나아가 사회적으로 영적으로 온전히 행복한, 그 건강이라는 것을 두 손에 쥘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함께 애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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