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엄마

2007/08/02 11:09

엄마가 서울 올라오신지 닷새째인 어제까지

엄마한테 한번도 가지 못했다.

집에 들어가지 못하거나, 새벽이거나, 아무튼 그랬다.

 

어제, 엄마한테 전화가 왔을 때,

드디어 "오늘은 들어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어찌어찌 하다보니, 새벽3시가 넘어버렸다.

새벽3시30분쯤 집엘 들어가니,

엄마가 주무시고 계신다.

 

예전같으면 딸각 문소리만 나도 일어나셨을 우리 엄마.

난 엄마가 평소 잠귀가 무척 밝다는 걸 알고 있기에

조심조심 씻고, 옷을 갈아입고,,,

그런데, 이상하다.

엄마는 여전히 주무신다.

 

엄마 옆에 누우면 엄마가 깨실까봐 작은방에 누웠는데,

평소 취침시간이 아닌지라 당췌 잠이 안온다.

1시간 넘게 뒤척이는데, 모기까지 지랄이다.

큰방에 누워계신 엄마 곁에 슬쩍 누웠다.

엄마는 여전히 주무신다.

 

엄마를 안아보았다.

엄마는 여전히 주무신다.

문득 섧다.

엄마가 늙으셨나... 이젠 잠귀가 예전같지 않으신가...

엄마가 깨어나실까봐 조마조마했던 마음이,

이젠 내 부스럭거림에 엄마가 깨어나주셨으면 하는 생각으로 변하고 말았다.

엄마를 껴안아도 보고, 불러도 보고...

엄마는 계속 주무셨다.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고 있는데, 아침에 엄마가 묻는다.

"언제 들어왔냐? 야! 도둑고양이!" 하며 웃으신다.

엄마 올라오신지 엿새만에 새벽녘에 들어와 자빠져 자는 딸에게

엄마는 이제 싫은 소리도 안하시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7/08/02 11:09 2007/08/02 11:09
Posted by 흐린날
태그

트랙백 보낼 주소 : http://blog.jinbo.net/grayflag/trackback/141

댓글을 달아주세요


BLOG main image
by 흐린날

공지사항

카테고리

전체 (276)
일기장 (149)
기행문 (20)
좋아하는 글들 (47)
기고글들 (13)
내가찍은 세상 (45)
내가 쓴 기사 (1)
울엄니 작품 (2)

글 보관함

Total : 251400
Today : 241 Yesterday : 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