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안개가 집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아니, 어제 밤부터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어제는 커튼을 꼭꼭 여미고 방구석에 우두커니 쪼그리고 있었기 때문에 안개의 등장 시간을 추측할 도리가 없다.
12층에서 내려다볼 때는 저 아래 있는 땅 위에 솜이 깔린 듯 보이지 않다가,
1층으로 내려오면 안개는 다시 멀리 달아나 있기 마련인데,
오늘은 12층에서 땅으로 내려오고, 또 기차를 타고 달리는 내내 주위를 안개가 휘감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것이 편할 때도 있네.
안개 너머 무엇이 있는지 보이지 않아 답답하거나 두려울 때도 있었지만,
그냥 내 주위를 다 감싸버리니, 그것이 도리어 포근하고 좋네.
이러다 문득 길 끝까지 선명해서 그 길 끝에 높이 솟은 산봉우리까지 보이면, 또 그게 좋을 때도 있듯이...
어쨌든 내가 심상한 상태는 아닌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