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년 7월, <민주노동과 대안> 기고글

노동운동가 김종배 추모사업회


불꽃처럼, 아니 활활 타오르는 불꽃 그 자체로 살다 가신 노동운동가 김종배동지가 우리 곁을 떠난 지 1년이 됐습니다.

김종배동지와 어떤 투쟁이든 한번이라도 같이 해본 사람이라면, 김종배동지와 어떤 이유로든 술 한잔 기울여본 사람이라면, 김종배동지와 한번이라도 이야기를 나누어본 사람이라면, 김종배동지의 눈빛에 한번이라도 눈을 맞춰 본 사람이라면 그를 잊지 못할 것입니다.

그의 실천, 그의 사상과 말씨, 그리고 그의 눈빛은 그렇게도 강렬했고, 또 소박했습니다.

그런 그가 우리 곁을 떠난 지 벌써 1년이 된 것입니다.


공공연맹에서 교육사업을 맡고 있던 김종배동지는 지난 1999년 8월27일, 영동고속도로에서 손수 승용차를 운전하여 가다 뜻하지 않은 사고로 숨을 거뒀습니다. 김종배동지는 하루 전날 강원도 진부에 있는 집에 들러 병환중인 아버님을 뵌 뒤 다음날인 27일 강릉에서 교육을 마치고 또 잇달아 잡혀있는 공공연맹의 교육담당자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급히 서울로 올라오던 길이었습니다.

우습게도 ‘노동해방’에 대한 남다른 열정이 그의 ‘육체’를 늘 피로하게 했고, 피로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고 나태하지 않았던 그의 ‘건강’한 품성이 그를 느닷없는 사고로 몰아넣은 것입니다.


무엇으로 우리가 그를 추모할 수 있겠습니까. 단지 아직 살아있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때때로 닥칠 지 모르는 안락함이나 타협의 유혹 앞에서 김종배동지를 생각하며 스스로를 다잡는 것뿐입니다.

그리고 너무도 아까운 동지가 떠났기에, 그냥 그대로 잊을 수 없기에 무엇하나 내세울 게 없는, 단지 김종배동지를 좀 더 알았던 사람들 몇몇이 모여 지난해 10월14일 추모사업회를 만들었습니다. 추모사업회는 김종배동지의 뜻을 품어 그가 생전에 온 몸을 던져 벌여왔던 사업을 이어받고자 합니다.

그것은 바로 전노협정신을 계승하는 사업입니다. 전노협 백서 완간과 노동운동사 및 전노협 관련 연구사업 등이 그것입니다. 이 밖에도 노동운동가 고 김종배동지의 뜻을 기리는 사업을 계속해서 벌여나갈 계획입니다. 물론 그 일들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추호도 고인의 뜻에 누가 되지 않도록 힘 쓸 작정입니다.

 

아직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도 하지 못한 채 김종배동지의 1주기를 맞게 된 점을 고인에게, 그리고 추모사업회에 관심을 가져주신 여러 동지들께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 추모식에서 동지들로부터 사업을 승낙받고 보다 힘있게 추진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 김종배동지는 어느 한순간에도 전국노동조합협의회가 간직했던 정신을 버리거나 놓치지 않았던 사람입니다. 바로 그 전노협 정신은 투쟁성과 계급성과 전투성일 것입니다. 오는 기일에 우리는 '김종배'라는 한 인간을 기리는 동시에, 우리가 혹여 놓쳐버리고 있는지 모를 '노동자'다운 정신을 다시 한번 가다듬고자 합니다.

 

오는 8월27일 김종배동지의 첫 기일에 동지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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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05 00:29 2005/06/05 00:29
Posted by 흐린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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