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 나는 유독 주위에 시를 쓴다는 친구들을 많이 보았는데, 사실 나는 그 친구들을 그렇게 좋게 생각했던 것 같지 않다. 아마 니들이 쓰는 시가 시냐, 는 식의 빈정거림에는 약간의 질투심도 섞여 있었을 것이다. 지금 그 친구들이 시인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지금 생각하면 그 친구들에게 미안하다. 나는 그들이 쓴 시를 진지하게 읽어준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 중에서도 굉장한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아주 우연히 같은 대학에서 만났다. 지금도 시를 쓰느냐고 물었더니, 그 친구는 무슨 소리하느냐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그 친구를 심하게 질투한 적도 있었는데, 확실히 그 친구의 시는 어딘지 학생다운 티가 전혀 나지 않는 그런 시였다고 기억한다. 주민등록증을 만들기 위해 동사무소에 가서 열손가락 지문을 찍는 행위를 냉소적으로 비웃는 내용이었다.

나는 그렇게 반항적이지도, 세상 물정에 영특한 아이도 아니었기 때문에 주민등록증을 만들기 위해 동사무소에 가는 걸 약간 귀찮아하는 정도였다. 같은 반 친구들 중에는 자기도 드디어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았다는 사실을 굉장히 자랑스럽게 상각하는 아이도 있었다. 요즘 아이들도 예외는 아닌 모양이다. 태어나자마자 평생 따라다닐 주민번호를 부여받고 일정한 나이가 되면 사진과 오른 쪽 엄지손가락 지문이 들어간 주민등록증을 발급받는다. 별 대수롭지 않게, 더러는 호기심에, 또 더러는 자부심으로 한 국가의 일원이 되었다는 인정을 받아들인다. 너무나 당연한 과정이고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 때문에 별 다른 생각 없이 그저 그런 갑다고 생각한다. 생각한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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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9 13:01 2012/01/09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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