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열받게 하는 것

2011/08/20 23:31

중국 하이난성으로 여행간 두 여성이 현지 가이드에게 성희롱 및 추행을 당한 내용을 접했다. 사건 발생 후 한국 여행사 본사에 항의를 했고, 모부장이 전화를 해서 "남은 기간 편의를 봐줄테니 잘 지내고 한국에 들어와서 다시 이야기햐자"고 했단다. 그런데 막상 한국에 돌아오니 태도가 싹 돌변해서 증거있느냐..뭐 이런 식? 피해 여성들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하자 그러면 우리도 법적 대응하겠다..뭐 이런 반응.

 

아주 종종 우리는 사건 자체보다 그 이후의 상황에서 더 큰 모멸감과 분노를 느낀다. 내가 저 피해여성이라면 현지 가이드보다 본사사람들의 태도에 더 열받을 것이다. 성폭력의 경우도, 이건 내가 뭐라 판단하기 힘들지만, 성폭력 자체보다 그 폭력에 결부된 다양한 상황들이 더 절망적이지 않을까?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주눅들어야 하는 엿같은 상황같은 것 말이다.

 

미국산소고기, 천안함 등등의 경우를 보자. 이 사건들도 그 자체보다는 그 상황에서 보여준 한나라당정권과 수구언론의 태도가 정말 사람을 열받게 했지 않은가? 우리를 무슨 세살짜리 어리애 취급하는 그 모멸스러운 태도들. 뭐라고 문제제기를 하면, '너 전문가냐?' '니가 뭘 안다고 떠드냐?'는 반응들.

 

백혈병 자체보다 백혈병 발생에 대한 삼성의 태도, 성노예 자체보다 일본정권이 보이는 태도들.  결국 그들의 그런 태도는 패해자들이 과거에 겪었던 고통을 끊임없이 지금 현재의 모습으로 재생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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