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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사람이 자신만을 위해 일한다면 설령 저명한 학자나 훌륭한 현자 혹은 뛰어난 시인이 되 수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결코 진정으로 완성된 위대한 인간이 될 수는 없을 터이다. 역사는 이 세상 전체를 위해 일하면서 동시에 자기 자신을 높여가는 사람을 위인으로 인정한다. 최대다수의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다준 사람을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기린다. 종교도 가르쳐준다. 모든 사람이 지향하는 이상적인 인물은 인류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 이런 생각을 섬멸할 용기가 있는 사람이 있을까?
만일 우리가 많은 사람을 위해 헌신적으로 살아가기로 삶의 방향을 설정한다면, 어떠한 시련도 우리를 굴복시킬 수 없을 것이다. 시련이란 그저 다른 사람들을 위한 잠시 동안의 희생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살아간다면, 우리는 사소하고 한정적이며 이기적인 기쁨을 향유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유하는 행복을 누리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가 죽어도 우리의 삶의 자취는 조용히, 그러나 영원히 살아남을 것이며, 타고 남은 재는 고귀한 인간들의 반짝이는 눈물로 젹셔질 것이다."
- K. Marx, <직업 선택을 앞둔 한 젊은이의 성찰> 중에서
1835년 8월 12일, 독일 모젤(Mosel) 강변 트리어(Trier)에 위치한 프리드리히 빌헬름 김나지움 졸업반 학생들은 긴장하고 있었다. 그 날은 서른 두 명의 학생들이 졸업시험 과목 중 논문 시험을 치르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변호사이자 법률 고문관인 하인리히 맑스의 아들 칼 맑스도 그 서른 두 명의 학생들 가운데 하나였다. 이제 막 17세가 된 젊은 청년이었던 그는 <직업 선택을 앞둔 한 젊은이의 성찰(Betrachtung eines Jünglings bei der Wahl eines Berufes)>이라는 제목의 인상적인 논문을 작성했다. 이 논문 가운데 묻어나는 결기는 그의 평생의 나침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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