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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하는 섹슈얼리티

한국인권뉴스

 

마르크스 "나는 추남이지만 아무리 아름다운 여자라도 살 수 있다"

[편 집 부]

(시몬 드 보부아르) “처에게도 창부에게도 성행위는 한 가지 의무이다. 전자는 오직 한 남자와 종신 계약을 맺으며, 후자는 돈을 지불하는 여러 손님과 일시 계약을 맺는다. 전자는 한 남자에 의해 다른 남자로부터 보호를 받으며, 후자는 모두에 의해 각각의 배타적 속박에서 옹호를 받는다.”


[책소개] 노동하는 섹슈얼리티


5.성매매와 자본주의적 일부다처제

오구라 도시마루

카를 마르크스는 『경제학ㆍ철학 수고』에서 “매음은 노동자가 보편적으로 몸을 파는 행위의 어떤 특별한 표현에 지나지 않으며.. 우리가 무엇이며 무엇을 할 수 있는가는 결코 우리의 개성에 의해 규정되지 않는다. 나는 추남이지만 아무리 아름다운 여자라도 살 수 있다. 따라서 나는 추남이 아니다.. 화폐 소유자인 나(남자)에게는 화폐의 권력이 바로 개성을 결정한다”고 자본주의에서 시장경제의 왜곡을 적확히 지적했다.

.. 애정을 동반하지 않는 성적인 욕망, 출산을 예정하지 않은 성적인 욕망을 처리하는 시스템은 시장이 담당한다. 그것이 바로 성매매이다. 성매매는 혼인 제도와 상관없이 그 외부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성매매는 근대 사회에서 연애결혼이라는 혼인 제도의 부차적인 하위 조직이며, 노동력의 일상적 재생산을 위해 성적인 욕망을 충족시키는 시스템이다.

포르투나티 "가사 노동과 성매매는 노동력 재생산 노동 조건"

이러한 성매매의제도화를 냉정하게 평가하면, 자본주의 아래서 가족제도는 좁은 의미에서는 일부일처제이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일부다처제로 볼 수 있다. 성매매는 넓은 의미에서 혼인제도 안에 포함된다. 포르투나티가 가사 노동과 더불어 성매매를 노동력 재생산 노동의 조건으로 제시했듯이, 이러한 관점이 전혀 당치 않다고는 할 수 없다. 또 보부아르(Beauvoir, Simon de)의 다음과 같은 지적을 인용할 수 있다.

“처에게도 창부에게도 성행위는 한 가지 의무이다. 전자는 오직 한 남자와 종신 계약을 맺으며, 후자는 돈을 지불하는 여러 손님과 일시 계약을 맺는다. 전자는 한 남자에 의해 다른 남자로부터 보호를 받으며, 후자는 모두에 의해 각각의 배타적 속박에서 옹호를 받는다.”

이는 여성의 관점에서 처도 성매매 여성도 똑같이 노동으로서 성행위를 한다는 공통성을 지적한 것인데, 공통성은 이뿐만이 아니다. 남성에게도 처도 성매매 여성도 성적 욕망 충족을 위한 행위의 대상이며, 금전을 동반한 계약 행위라는 점에서도 공통된다.

다른 점은 처는 출산과 육아를 통해 세대 재생산을 담당하고, 그 때문에 법적 보호를 받으며, 가족을 구성해서 영속적으로 섹슈얼리티와 관계없는 인간관계를 구축한다는 점이다. 이 부분은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필요로 하는 것이다. 연애와 성적인 욕망이 동일시되어 어서 혼인제도 안으로 들어가라는 재촉을 받는 개개인은, 자본주의의 의도와 충첩되면서도 이와 일치하지는 않는 동기를 갖는다.

자본주의는 가족제도(일부일처제)로 '여자 교환' 시스템 숨긴다

성 상품화로 다양한 형태의 성적 욕망을 부단히 환기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은, 이렇게 해서 공식적으로는 일부일처제라는 가족제도를 내세우면서 그 배후에 성적인 욕망을 충족시키는 특수한 ‘여자 교환’ 시스템을 숨기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남성의 은유가 되는 자본과 남성들 사이에서 거래되는 은밀한 계약이다.

.. 일부다처제는 모든 남성이 선택할 수 있는 혼인제도가 아니다. 그렇지만 이 사회에서 무시할 수 없는 수의 남성이 선택하는 혼인제도이다. 성매매 시스템은 처 여러명을 남성에게 할당하는 일부다처제와는 달리, 여러 불특정한 여성이 시장에 의해서 그때마다 일시적으로 불특정한 남성의 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성매매 시스템은 근대 자본주의의 ‘평등’ 이념을 실현한다고 하겠다.

나는 성매매를 장려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성매매 노동을 선택한 여성들이 그 직업에서 발을 빼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사실상의 일부다처제 구조 아래서는 모든 여성이 이 구조에서 해방될 리 없기 때문이다. 이는 자본주의 시스템 아래서는 남녀를 불문하고 임금 노동과 실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자본의 착취를 벗어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오구라 도시마루]
1951년생, 도야마(富山)대학 교원. 주요 논저로 <지배의 경제학>, , <문화충돌>, <일하는 또는 일하지 않는 페미니즘> 등이 있다.

*한국인권뉴스는 우리사회의 성담론의 지평을 넓히고, 성노동자운동의 당위성을 알리기 위하여, "성매매는 곧 성노동"이라는 입장에서 "단속"에 대한 저항을 기본으로 엮은 책 "노동하는 섹슈얼리티"(삼인 간)를 시리즈로 발췌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성매매 종사자들의 기본적 인권은 이들을 노동자로 간주하여 취업의 자유(물론 그만둘 자유도 포함해서)와 거주나 이동의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지켜지며, 또한 성매매를 성노예제로 보면 결국 성매매라는 직업과 성매매 종사자에게 찍힌 낙인(stigma)을 해소할 수 없다는 관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 본지는 이 책 한국어판에서 'prostitution'을 성매매로, prostitute'를 성매매 종사자로 번역한 것을 그대로 옮겼다. 편집자) [한국인권뉴스]


※ 이 자료는 한국양성평등연대(평등연대)가 제공합니다. 평등연대는 전근대적 가부장제와 부르주아적 급진여성주의를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시민네트워크입니다. http://cafe.daum.net/gendersolidar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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