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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말이 현실이 되는 집 - 빈집

말이 현실이 되는 - 빈집

 

집 쓰임에 대한 혁명을 꿈꾸는 곳이 있다. 이름하야 ‘빈집’. 정해진 주인이 없고, 누구나 와서 원하는 만큼 머물 수 있으며, 각자가 꿈꾸는 상상을 펼칠 수 있는 곳. 애초 이 공간에 대한 꿈은 ‘손님들의 집’이었지만 머무는 사람들이 어떻게 만들어 가는지에 따라 새롭게 만들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주인은 없지만 ‘장기투숙객’이라 불리는 열 명 남짓한 젊은이들이 빈집과 두 번째 빈집인 ‘윗집’에 나눠 살고 있다.

 

지난해 2월부터 빈집을 꾸려온 ‘아규’ 님은 “빈집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들고 남이 자유롭고, 함께 사는 동안 집이라는 공간 안에서 뭔가를 생산하며 같이 일하는 곳을 상상했어요.”라며 이제 조금씩 자리 잡기 시작한 빈집을 소개했다.

  

흔히 대도시에서 집이란, 여러 채 가진 이들에게는 사고파는 물건쯤으로 여겨지고, 없는 이에게는 소유욕이 투영된 대상으로 비춰진다. 장기투숙객 ‘지음’ 님은 그런 점에서 여럿이서 집을 함께 나누어 쓰는 것 자체가 빈집의 가장 생태적인 활동이라고 말한다. “대개 두 명이 사는 살림살이면 예닐곱 명은 거뜬히 같이 살 수 있어요.”라며 혼자 살면 음식 남기는 일도 많고, 각자 옷장이나 세탁기, 냉장고를 모두 갖춰놓아야 하는데 함께 살면 이런 불필요한 소비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더불어 빈집 안에서 생산할 수 있는 것들도 하나씩 늘려갔다. ‘먹을 게 없으니 뭐라도 키워먹자’에서 시작한 옥상텃밭은 음식물 쓰레기를 거름으로 쓸 수 있게 지렁이도 키우고, 생태화장실을 마련해 빈집 안에서 모든 것이 순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가는 첫걸음이 됐다. 필요한 물건은 직접 만들어 쓰자는 취지로 열린 목공교실에서 의자나 책장 같은 가구를 손수 만들고, 제작이 힘든 것들은 동네를 돌아다니며 버려진 물건 가운데 쓸 만한 것들을 가져와 고쳐서 쓰고 있다. 노는 데도 돈이 드는 요즘 같아서는 돈 들이지 않고 잘 노는 것도 중요하다며 함께 노래하며 즐겁게 어울릴 수 있는 작은 밴드 활동도 하고, 술빚기 모둠을 만들어 막걸리와 맥주를 직접 담가 먹는다.

  

이처럼 하나를 시작하고 나니, 그 뒤에 엮인 여러 가지 일들이 줄줄이 딸려왔다. 어떤 이는 이런 빈집을 두고 “빈말이 현실이 되는 곳이다.”라고 소개한다. 누구나 머릿속으로는 생각하지만, 아무나 쉽게 실천하지 못하는 일들. 빈집에서는 누군가 슬쩍 한 마디 던지면, 여기저기서 의견이 쏟아지고 서로 힘을 보태 처음해보는 일이라도 일단 부딪히면서 길을 만들어 간다.

  

유쾌하고 발랄한 이들의 도전은 계속된다. 지음 님은 지난해 10월부터 자전거를 이용한 퀵서비스를 하고 있다. 빈집이 서울의 한복판에 있다는 점을 활용해 큰돈 들이지 않고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일을 찾은 것이다. 아직 시범운영 기간이라 손님이 많진 않지만 오히려 그이는 “되도록 퀵서비스를 많이 이용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조금만 더 여유를 갖고 준비하면 급하게 물건을 보내야 할 일은 없을 거예요.”라며 사람들이 퀵서비스를 부르는 대신 우체국을 이용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가서 일을 처리해 불필요한 소비와 에너지 사용이 줄어들길 바란다.

 

끝으로 빈집 식구들에게 ‘초록세대’라는 화두를 던졌다. 신세대라는 말만큼 생소하고 우리 얘기가 아닌 것 같다며 뜬금없다고 하는 이도 있고, 실천은 부족하지만 관심이 많아진 것은 분명하다는 얘기도 나왔다. 또 지금 세대가 소비문화에 너무 깊이 물든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도 들려왔다. “요즘 친구들은 한 달에 3백만 원은 받아야 잘 사는 거라고 생각해요. 사실 빈집에서 우리처럼 살면 한 달에 5십만 원이면 충분해요. 그 동안 이렇게 대안의 삶이 있는 줄 모르고 있었던 거죠. 그런 면에서 우리가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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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요, 살림이에요

먼저, 이글은 지난 12월 빈집 인터뷰를 정리한 것으로 1월호 <작아>에 담으려 했으나

초록세대라는 주제와 어울리지 않아 다른 연재 꼭지를 새로 만들어 담자고 했던 글이에요.

하지만 이 마저도 사정이 생겨 담지 못하게 되어 이렇게 블로그에 남겨요.

아.... 빈집 식구들께 미안해요... 특히 아규랑 말랴한테...

암튼..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놀러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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