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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키상, <<나비문명>> 중

빈집님의 [워크나인잔치(12/13) 홍대 오백] 에 관련된 글.
 

워크나인 잔치에서 선물 받아온 마사키상의 따끈한 책 <<나비문명>>을 뒤적이다가...

빈집 얘기가 나와서 반가운 마음에 옮겨적습니다.

내년 봄에는 완역본이 나온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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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서 오키나와에 1만 6천명이 강제연행되어 그중 1만4천명이 죽었다는 겁니다. 그 사람들의 절망과 고통과 비탄을 생각하니 몸도 마음도 얼어붙는 느낌이었습니다. 오키나와 사람들에게도 얼마나 비참한 일이었을지, 게다가 조선에서 온 사람들은 강제로 가족이나 연인, 고향을 떠나 노예처럼 중노동을 하다 그리고 이국땅에서 무참한 죽음을 맞은 겁니다. 그 사람들의 무념을 떠올리며 나는 한국에 가자고 결심했습니다. 가지 않고 평화나 9조를 말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온 한국은 고추처럼 자극적이었습니다. 단지 1주일 머물렀는데 세계관이 완전히 바뀔 정도로 큰 경험이었습니다. 첫번째 인상은 '무섭다'입니다. 일본사람을 대하는 눈이 대충이지 않고 아주 무서웠습니다. 물론 호텔이나 번화가나 레스토랑에서는 그런 일은 없었지만 심층의식에는 일본일을 향하는 의구심이 강하게 남아 있음을 느꼈습니다.

 

...... (파고다 공원과 서대문형무소 갔던 얘기 중략) ......

 

이처럼 저의 첫 한국 여행은 엄격했고, 무거웠고, 착잡하게 시작했지만, 한국 여행 후반부터 머물기 시작한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완전히 달라서, 아주 별종의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곳에는 시내 작은 빌딩의 한 층을 빌려 유럽자전거여행에서 돌아온 커플이 중심이 되어 젊은이들이 공동생활을 하면서 여행자도 받고 있는 아주 재미있는 게스트하우스였습니다. 큰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은 거의 한글로 된 책이었지만 내가 알고 있는 것들도 많이 있고 모르는 책도 재미있어서 같은 관심, 같은 세계관, 같은 시대의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일렉이나 어쿠스틱 기타가 많이 있어서 내가 카리나나 젬베를 꺼내니 눈을 반짝이며 같이 연주해줬습니다. 우리들은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티벳 문제나 달라이라마 이야기도 나눴습니다. 환경문제나 나무 심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자연농이나 귀농에 대해서도 한참 이야기했습니다.

 

헌법9조 이야기를 했더니 잘 몰랐다고 하면서 가까이 귀를 기울이며 진지하게 들었씁니다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징병제는 절실한 문제로 평화에 관한 화제는 특히 민감했습니다. 국민투표로 일본이 평화를 선택한다면 정말 군대나 전쟁을 폐기할테니 그들에게는 꿈같은 이야기기도 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일본의 젊은이들과 전혀 차이가 없었습니다. 처음 만났고 말도 잘 통하지 않는데도 서로 눈물을 흘릴 정도로 만난 사실을 기뻐했습니다. 그것은 생각지도 못한 진심으로 기쁜 만남이었습니다.

 

탑골공원이나 서대문형무소에서 노인들의 일본에 대한 차가운 눈과는 아주 달라서 젊은이들은 같은 시대의식을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닮았다'는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같은 것'이었습니다. 생각지도 못했다고 말했습니다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인 거죠. 일본인도 다들 마찬가지 아닌가요. 오른쪽도 있고 왼쪽도 있고 열린 사람도 있고 닫힌 사람도 있습니다. 노인과 젊은이로 나눠지는 건 아닙니다.

 

앞에서 저는 국민투표로 무기를 지닐 것인지 버릴 것인지 하는 선택은 일본인인지 지구인인지에 달렸다고 했습니다. 그처럼 한국에도 한국인도 지구인도 있었습니다. 만났던 젊은이들은 지구인이었습니다.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젊은이들은 이미 하나의 지구시민으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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