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from 이런저런 2007/07/24 13:34

조용한

너무도 조용한 동네

너무나 조용해서 옆집에서 나즈막히 쏙닥거리는 소리도

선명하게 들린다.

 

싸우지 마라.

울지 마라.

동네 어르신들 하시는 말씀.

그 집에서 하는 소리 다 들린다고.

 

조용한 산동네에는

금전적인 여유는 별로 없지만

자신이 너무나 가난해서 이곳으로

왔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별로 없는 것 같다.

 

옆집 할머니가 특히나 그런 분이신데

옥상이며 건물 앞이며 자투리 공간만 있으면

호박 고추 토마토 상추 같은 채소를

심는 분이시다. 채소를 심고 가꾸는 일이 할머니의

소일거리이고 날씨가 너무 덥지 않을 때는 동네

할머니들과 건물 앞에 쭈루룩 나란히 앉아서

담소를 나누시기도 한다.

 

이 동네 상황을 너무나 속속들이 알고 계시기 때문에

가끔 텃세 아닌 텃세를 부리기도 하시는데

할머니의 유난히도 쳐진 볼 때문에 심술보로 오해받기도 한다.

 

조용한 곳

가끔 큰 소리로 성을 내는 사람도 있고

놀러가야 하는데 돈을 안 준다며 엄마를 들들 볶아대는

중학생 정도의 아들이 뿔뚱대는 성냄도 들린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노인은 노인대로

그나마 이곳에선 막되먹게 거스르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작은 관심으로 말을 건네고 옥상에 빨래를 널면서 건넛집 사람과

눈인사도 나누고 아직 이런 곳이 있다는 게 조금은 위안이 된다.

 

아이를 키우려면 동네의 여러 구성원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여긴 시간도둑 회색당에게 아직 시간을 빼앗기지 않은 사람들의

작은 관심이 기대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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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24 13:34 2007/07/24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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