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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_희영의후기

[희영]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내 주변의 사람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세상을 변혁한다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다시 생각할 수 있었던 자리


희영


두 번째 중구난방 토론회가 8월 19일에 열렸다. (*2006년)


첫 번째와 같은 인원이 모여 진행되었다. “돌 속에 갇힌 말”을 먼저 보고 나루 감독에게 질문도 하고 자신의 느낌을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돌 속에 갇힌 말”은 1999년에 제작이 시작되어 2004년에 완성되었고 1987년 12월 구로구청 부정투표함 사건에 대한 항의 농성을 다룬 작품이다.

이 영화는 “87년 이후 오랫동안 구로구청역 앞에서 내릴 수 없었다”는 자막으로 시작된다. 12월 16일 오전, 투표가 끝나지 않은 시간에 투표함이 트럭으로 이동되는 것을 아주머니가 발견하면서 시작된 농성은 18일 새벽, 경찰의 무참한 진압으로 5000명이상이 연행되고 1038명이 구속되었다. 이 삼일동안의 일들을 그 당시 구로구청 안에서 싸웠던 사람들과 밖에 있었던 사람까지 여러 명의 사람들의 인터뷰로 영화는 진행된다.


우리는 구로항쟁의 몇 가지 의문점과 그 당시 상황들을 경험자의 입을 통해서 듣게 된다. 그러나 각자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의문점은 다르게 얘기된다.

나루 감독이 구로항쟁을 겪으면서 들었던 생각 - 조직은 어떠해야 하는지, 조직과 개인의 관계, 인간에 대한 예의가 우선이어야 한다는 생각들은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18일 새벽 진압이 있기 전날 밤에 몇몇의 지도부들이 빠져나간 상황에서 국가폭력과 맨 몸으로 맞설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이 가졌을 생각들. 이틀을 같이 투쟁했던, 동지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에 대한 배신감이 영화를 보는 나에게도 느껴졌다. 그러면서 지도부가 어떻게 투쟁을 지도했을지 알 것 같았다. 함께 싸우고 있으면서도 싸우고 있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하지 못하는 지도부.

여전히 우리 내부에 존재하는 가부장성, 위계질서, 군대식 문화에 대해 돌아보게 했다. 3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가 견지해야 할 문화를 아주 극명하게 보여준 일이 아니었나 싶다.


또한 이 영화는 역사 속에서 구로항쟁의 의미를 부각하기 보다는 개인의 상처에 대해 얘기한다. 이십년이 다 된 이 사건으로 인해 아직도 폐쇄된 공간, 계단을 혼자서 오르지 못하는 사람들의 상처를 얘기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대의를 위해 개인은 희생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열심히 투쟁하는 ‘나’이지만 집으로 돌아가면 가족에게 희생을 요구하는 권위적인 ‘나’로 돌아간다.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자신의 노동이 타인의 노동으로 전이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일상의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은 나 혼자 도를 닦는 것이 아니라 나를 포함한 내 주변의 것들이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 내가 속해 있는 현장이나 활동공간에서 그동안 당연시 여겼던 모든 것들을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내 주변의 사람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세상을 변혁한다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만 더 이상 조직의 이름으로 개인이 희생되지 않고 한 조직의 일원인 나로서, 한 사람 한 사람이 동지로서 관계가 다시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옳다고 말하는 세상은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고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고 그것을 실천하는 속에서 만들어질 것이다.


중구난방 토론회가 인제 두 번 진행되었지만 내 자신과 내 활동을 되돌아 볼 수 있어 좋았다. 중구난방이라는 말 그대로 자신의 얘기를 솔직하고 편안하게 할 수 있어 더 좋았다. 앞으로 이런 자리를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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