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사회주의

from monologue 2010/06/21 22:12

화가 났다.

 

아이를 가지라면서

아이 갖은 여성을 깡그리 무시하는

저들의 태도에 화가났다.

 

네가 며칠씩 집을 비우는 시간,

조금이라도 함께 있고 싶은 나의 마음은

한 줌 담배연기보다 못한,

잿더미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래, 나는 어떤어떤 주의자가 되기엔

가진 게 너무나도 많다.

볼품 초라해도, 정신만은 풍족해야 한다며

나름 자부심은 가지며 살기 위해 애썼지만

그래도 내가 중시하는 것은 정신보다 볼품이었나 보다.

남들보다 형편없는 볼품에 부끄러워하며

조금이라도 날 그리고 널, 높이기 위해 애썼다.

 

온다고 해서

평일간 개처럼 일해 축난 몸을 이끌고 박박 청소하고 빨래 돌리고 밥하고

차비 아낀다고 그 더위에 집에서 1시간은 걸어야 하는

도서관에 가서 책 반납하고 시장 보면서 왔다 갔다 하고

반찬을 더 할까 말까 다 꺼내놨다가 오면 해먹지 하며 다시 들여놓고

된장, 하루 푹 쉬고 싶었는데 하루종일 쑈를 했다.

 

때로는 내가 네게 주는 상처에

많이 미안하기도 했었지만

그게 속박이라 생각지는 않았다.

그리고 '속박'은 그런 타이밍에 제기하는 것도 아니었다.

 

술에 취해 들려오는 언성 높은 남자들의 목소리,

당신들의 주 관심사는

어떤 조직의 누구, 어떤 조합의 사업,

어떤 쟁점에 대한 사회주의적 대안 그런 것들이다.

헌데 왜 매번 그 조직의 그 조합의 그 사회의 일원으로 끼어들수조차 없는

너희들의 마누라는 내팽겨치는 건가.

 

니가 사회주의자로 살 수 있기 위해서 온갖 노동을 해다 바치는

그 많은 여성들의 삶은 한 순간도 위하지 않으면서

자유를 찾는다고 돈 버는 건 마누라에게 맡기면서 지 혼자 이상을 갈구하고

운동한답시고 술 안주 즐길 동안 속 타는 여자들의 이야기는

떼 쓰는 어린양 보듯 무시하고 마는가.

 

너는, 왜 너 같은 인간이 속해 있는 그 집단은

여전히 변한 게 없는가.

 

정말로 변한 게 없고 변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남자들만의 사회주의,

화가 치밀어 오른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0/06/21 22:12 2010/06/21 22:12
Tag //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jframe02/trackback/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