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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보다 빠른 극초음속 항공기 [제 856 호/2008-12-29]

공상과학 영화나 전쟁영화를 무척 좋아하는 필자는 공중전을 하는 장면을 보면 어려서부터 항상 궁금한 것이 하나 있었다. 왜 비행기는 로켓보다 빨리 날 수 없는 걸까? 로켓으로 추진되는 미사일보다 빠른 비행기가 있다면 미사일로 격추되지 않고 신나게 날아다닐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물음이었다. 과연 그런 비행기가 있을까?

답을 먼저 얘기하자면 지난 2007년에 NASA는 마하 수 10으로 비행할 수 있는 강력한 스크램제트(scramjet) 엔진을 탑재한 무인항공기를 시험적으로 사용하여 실험 비행에 성공하였다. 1903년 라이트 형제가 인류 최초로 동력 비행에 성공한 이후, 1931년에 Whittle경이 터보제트 엔진을 발명하기 전까지, 항공기는 피스톤 엔진을 사용하여 추력을 발생시키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터보제트 엔진의 발명과 계속적인 발전에 따라 초음속 비행도 가능하게 되었으며 현재의 대부분 항공기는 터보제트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



터보제트 엔진은 공기를 흡입하여 압축 후 연소한 다음 고온 가스를 분출시켜서 터빈을 회전시키는 원리로 움직인다. 이때 배출되는 가스를 이용하여 추진력을 얻는 것이다.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우선 엔진으로 들어온 공기 속도를 감속시키는 확산기와 터빈이 함께 연결되어 회전하면서 공기의 압력을 높이는 압축기를 통과한다. 이 때 압력이 높아지면서, 연소실로 들어온 공기는 연료와 혼합․연소하여 열을 발생하며, 연소가스는 매우 높은 에너지상태로 변하게 된다. 그후 터빈을 통과하는 동안 터빈을 회전시켜 일을 발생시키며, 일차적으로 에너지 상태가 낮아진다. 연소가스는 다시 엔진의 노즐을 통과하면서 운동에너지로 변환되어 추력을 발생시키게 된다.

그러나 제트 엔진을 사용하여 얻을 수 있는 비행속도는 최대 마하 수 3 정도로 제한된다. 터보 제트 엔진을 이용할 때 비행속도가 제한되는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인데 첫째는 압축기와 터빈이 회전하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연소실에서 상대적으로 연소가 느리게 진행하기 때문에 공기의 흐름 속도가 연소 가능한 속도로 감속되어야 하기 때문이다.(대체적으로 60~70m/sec 정도임)

비행속도가 빨라질수록 터빈과 압축기의 회전도 빨라지며 회전 속도(tangential velocity)가 초음속보다 커지게 된다. 이에 따라 충격파(shock wave)가 발생하고 터빈과 압축기의 효율이 급격하게 낮아진다. 따라서 비행속도가 3 이상인 경우에는 압축기와 터빈이 더 이상 엔진에 필요 없게 되며 이렇게 압축기와 터빈 없이 작동하는 엔진을 램제트 엔진(Ramjet engine)이라 한다. 그러나 여전히 공기를 압축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게 되는데, 엔진의 입구에 충격파가 발생하도록 확산기 입구를 설계하면 충격파에 의해 공기의 압력을 높일 수 있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렘제트 엔진을 사용하여도 마하 수 5 이상의 속도로 비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것은 연소실에서 연소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느린 공기속도를 유지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엔진으로 유입된 공기를 가능한 한 매우 낮은 속도로 감속시켜 연소가 가능하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발생된 에너지의 일부분은 공기속도를 초음속으로 가속시키는 데 사용된다. 따라서 마하 수 5 이상의 비행속도로 가속하는 데 사용되는 에너지의 양이 적어져 비행속도가 제한된다.

비행속도를 마하 수 5 이상으로 하기 위해서는 연소실에서 초음속으로 공기가 흘러가면서 연소가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연소를 초음속 연소(supersonic combustion)라 하고, 램제트에 사용되면 스크램제트 엔진(Super-sonic Combustion Ramjet engine)이라 한다. 따라서 스크램제트 엔진의 핵심 기술은 연소실에서 초음속 유동을 유지하면서 공기와 연료가 혼합되고 화학반응이 발생하여 연소가 유지되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스크램제트 엔진에 대한 연구와 실험을 진행해 왔으며, 지난 2004년 NASA는 X-43A 스크램제트 엔진을 사용하여 마하 수 9.6의 비행에 성공했다. 또한 2007년 10월에는 X-43B 엔진을 사용하여 비행속도가 마하 수 10을 넘는 비행을 수행하는 데 성공했다. 1954년 최초의 초음속 전투기가 실전 배치된 지 50여 년 만의 일이다.



현재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미사일은 각각의 임무에 따라 매우 다양하지만 대부분의 추진 시스템은 고체추진로켓이며 비행속도는 마하 수 5 정도가 최대 속도이다. 우주왕복선이나 델타 로켓 등과 같은 우주발사체의 비행속도는 발사 후 가속되어 고도 100km의 상공에서 대략 마하 수 10 정도이다. 따라서 마하 수 10 정도로 비행할 수 있는 스크램제트 엔진을 장착한 극초음속(hypersonic) 항공기가 실용화되면 현재 사용하고 있는 미사일보다 더 빨리 비행할 수 있기 때문에 미사일을 사용하는 것이 무의미해 질지 모르는 일이다.

앞으로 50여 년 후 미래의 항공기와 미사일은 어떤 종류로 발전해 있을지 정말 궁금해진다. 그때의 미사일은 여전히 항공기를 격추할 수 있을 만큼 빠르게 날 수 있을지?

글 : 이창진 교수(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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