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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장군아 물러가라! 몸짱이 나가신다~ [제 861 호/2009-01-09]

현대 사회에서는 몸을 움직일 기회가 점점 더 적어진다. 교통 기관의 발달은 물론이고, 많은 업무를 책상 위에서, 컴퓨터를 통해 처리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식생활의 서구화까지 더하고 나니 이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별도의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 되어버렸다. 따로 스포츠센터 등을 찾아다니지는 않더라도 가벼운 달리기나 정기적인 산행을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하지만 조금만 깊이 생각을 해보면 무조건 힘들게 몸을 움직인다고 해서 건강에 좋은 영향만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의 신체는 주변 환경과 밀접한 연관을 갖고 움직이도록 되어 있다. 몸 자체가 환경을 극복하고 거기에 적응해 온 진화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몸 안의 에너지를 소모하는 활동인 운동 역시 기후, 습도 등의 외부 상태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사계절의 변화가 비교적 뚜렷한 우리나라에서는 한여름과 겨울철의 운동 방법에 대해서 신경을 써야 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겨울 운동을 하면서 주의할 점을 알아보자.

겨울에는 기온이 뚝 떨어지며, 심지어는 영하 10도를 밑돌기도 한다. 이럴 경우 무릎, 어깨 등 관절부 인대와 근육이 긴장하며 수축되고 유연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몸을 격하게 움직이기에 앞서 스트레칭이나 준비 운동을 함으로서 어느 정도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최소한 10~20분가량의 스트레칭은 필수라고 봐야 할 것이다.

날씨가 추우면 이처럼 물리적인 제약, 즉 근육의 수축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몸은 하나의 거대한 화학공장이다. 이 화학공장은 기본적으로 외부로부터 에너지원을 섭취하고 일정한 화학반응을 통해 그로부터 활동하고 살아 움직이는 동력을 얻는다. 그리고 여분의 에너지원을 변형시켜 몸 안에 저장한다. 이러한 화학반응의 반응속도에 영향을 주는 물질을 촉매라고 하며, 특히 생물체 안에서 촉매 역할을 하는 단백질을 별도로 효소라고 부른다.

이 효소는 온도에 따라 반응 활성도가 크게 좌우된다. 일반적으로 효소가 가장 활발하게 작용하는 온도는 섭씨 35~45도 정도이다. 이보다 낮은 온도에서는 당연히 효소의 작용이 둔화되며, 너무 높은 온도 상에서는 효소의 단백질 구조가 변형되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겨울철에는 효소 활동성이 떨어지고 에너지의 수급이 지장을 받아 운동 능력이 떨어진다. 이 상태에서 상온일 때와 마찬가지로 운동을 시작하면 다칠 위험이 크다. 따라서 가벼운 움직임으로부터 시작해 서서히 강도를 높여가는 것이 좋다. 일종의 예열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다음으로 추운 날의 새벽 운동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새벽은 하루 중 기온이 가장 낮은 시간이다. 우리 몸이 급작스럽게 저온에 노출될 경우 팔과 다리에서 손발 끝까지 혈액을 공급해 주는 혈관, 즉 말초동맥이 수축되고 그 결과 혈압이 올라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뇌혈관 질환 등이 있는 사람은 새벽 운동을 피하고 운동 시간을 오후로 바꾸는 것이 좋다. 오후로 바꾸는 것이 어렵다면 적어도 해가 뜬 후, 즉 오전 10시 이후에 운동하는 것이 좋다.

새벽 시간을 피한다 해도 체온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안 그래도 추운 겨울에 운동을 하면서 체온을 지키지 못할 경우 심하면 저체온증을 일으킬 수도 있다. 저체온증이란 체온이 섭씨 35도 이하로 내려가는 상태를 말한다. 중심 체온이 35도 이하로 떨어지면 심장, 폐, 뇌와 같은 주요 장기들의 기능이 저하되기 시작한다. 저체온 상태가 오래 유지되면 운동장애가 일어나며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물론 일반적인 상황에서 운동을 할 경우 이처럼 치명적인 상태에 이르는 경우는 없겠지만, 특히 실외에서 도보나 달리기로 운동할 경우 신체가 더욱 빨리 냉각된다는 점을 잊지 말자. 바람이 불면 그 정도가 더욱 심해진다.

따라서 실외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적절한 옷차림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체온이 가장 많이 빠져나가는 신체부위는 머리, 목, 귀 등이므로 모자와 목도리를 챙기면 좋겠다. 가장 바깥쪽에 걸칠 옷은 바람과 냉기를 차단해주는 것으로, 피부와 직접 닿는 옷은 땀을 잘 흡수하는 것으로 고르자. 얇은 옷을 여러 겹 입으면 옷 사이의 공기가 보온을 돕지만 너무 두껍게 입는 것도 좋지 않다. 옷이 너무 많으면 운동 중에 쉽게 땀이 나고 운동 후 이 땀이 증발하면서 체온을 빼앗아가기 때문이다.

시작할 때에도 서서히 예열했듯이 운동을 끝낼 때에도 갑자기 멈추기보다는 마무리 운동으로 끝을 맺는 것이 좋다. 심하게 운동을 했다면 순간적으로 체내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에 걸릴 수 있으므로 샤워를 하거나 수건으로 얼른 땀을 닦고, 마른 옷으로 갈아입도록 해야 한다. 날씨가 춥더라도 웅크리지만 말고 꾸준한 운동으로 약해지기 쉬운 면역력을 키워 생활습관에서 오는 각종 질병들을 예방하자.

글 : 김창규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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