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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꾼은 힘센 선녀를 좋아해?? [제 759 호/2008-05-16]

나무꾼 : 저 두레박을 타면 내 아내를 만날 수 있다는 거지? 그래, 한번 타보자!
선녀 : 오늘따라 왜 이렇게 두레박이 무거울까? 영차 영차~
나무꾼 : 여보, 내가 왔소.
선녀 : 어머! 서방님이셨네요? 어쩐지 너무 무겁더라구요~

사슴의 달콤한 말에 따라 선녀님의 날개옷을 숨겨 도둑장가를 들었다가 한순간의 실수로 사랑하는 아내를 하늘나라에 빼앗겨 버린 ‘선녀와 나무꾼’이야기를 누구나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옛 이야기라는 게 원래 현실성이 없지만 무심코 이야기를 읽다 보면 나무꾼이 나중에 두레박을 타고 하늘나라로 올라가는 대목에서 궁금한 점이 생긴다. 나무꾼이 지상에서 하늘나라까지 두레박을 타고 올라가는 것이 가능이나 할까? 곱디고운 선녀님이 성인 남성이 탄 두레박을 끌어 올렸다는 말인데… 혹시 나무꾼과 결혼한 선녀님은 우리가 알고 있던 그런 선녀님이 아니라 하늘나라 최고의 천하장사 출신인 선녀님이지 않을까?

실제로 몇 가지 도구와 도르래를 이용한다면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닐 듯싶다.
그렇다면 도르래를 과연 어떻게 써야 할까?

도르래는 지레의 원리를 이용한 물건인데 우선 지레는 받침점, 힘점, 작용점의 세 요소가 있어야 한다. 놀이터에 없어서는 안 되는 시소를 보자. 시소가 걸쳐있는 중앙 지점이 받침점이고 내려가는 쪽이 힘점, 올라가는 쪽이 작용점이다. 이 경우 내려가는 쪽이 반대편을 위로 올리는 ‘일'을 한 셈이 된다. 지레의 원리는 우리가 전부 깨닫지 못할 만큼 많은 곳에서 활용되고 있는데, 가위나 병따개 역시 지레의 원리를 이용한다. 또한, 받침점으로부터 힘점까지의 거리가 길수록, 작용점으로 부터 받침점까지의 거리가 짧을수록 작은 힘으로 큰 물체를 움직일 수 있다. 병따개의 길이가 길수록 마개를 열기 쉬운 것은 이 때문이다.

이제 도르래의 얘기로 돌아오자. 도르래는 회전할 수 있는 바퀴의 축을 지면과 평행하게 놓고, 바퀴의 홈에 줄을 걸치는 것이 기본 구조이다. 우물에서 물을 깃는 두레박을 떠올려보자. 우물의 지붕에는 도르래가 매달려 있고 줄의 한 쪽은 두레박에 묶여있으며 나머지 한 쪽 끝은 사람이 당긴다. 이 때 도르래의 회전축이 지렛대의 받침점 역할을 한다. 물론 두레박 쪽이 지레의 작용점, 사람 쪽이 힘점이다.

두레박의 경우 사람과 두레박은 도르래를 놓고 볼 때 같은 쪽에 위치한다. 이처럼 가장 간단한 형태, 즉 바퀴의 위치가 변하지 않는 원시적인 도르래를 고정 도르래라고 한다. 하지만 고정도르래는 가운데 받침점에서 힘점과 작용점의 거리가 같기 때문에 어떠한 힘의 이득도 얻을 수 없다. 한마디로 고정도르래는 하중과 같은 크기의 힘이 필요하지만, 힘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반면에 움직도르래는 힘의 방향을 바꾸지는 못하지만, 힘의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여러 개의 도르래를 조합하고 또한 축이 고정되지 않은 움직도르래를 사용하게 되면 작은 힘으로 큰 질량을 움직일 수 있게 된다.



도르래를 통해 이런 힘의 효율적인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도르래를 이용한 탈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 자전거의 기어도 일종의 도르래를 이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으며 우리가 거의 매일 타고 다니는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도 도르래를 이용한다.

엘리베이터는 구조상 원시적인 고정 도르래로 구성되어 있다. 두레박 대신 승강차가 달려있고, 그 반대편에는 무거운 추가 달려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의 최상단 기계부에 위치한 도르래에는 모터가 연결되어 있다. 두레박과는 달리, 추는 보조적인 역할만 한다. 승강차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무게가 나가는 만큼 모터의 부하를 덜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실제 승강차를 올리고 내리는 일의 대부분은 최상층의 모터가 한다고 보면 된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고정도르래라면 일의 이득은 없다. 따라서 추가 감당할 수 없는 만큼의 일은 모터가 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 모터 또한 항상 일정한 힘만 내서는 안 된다. 승강차 부분에 올라타는 사람이나 짐의 양은 가변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엘리베이터에는 승강차에 걸리는 힘을 감지하여 그에 맞도록 힘을 조절해주는 제어부가 별도로 있어 승강차의 무게에 따라 모터의 힘과 속도를 조절하게 된다.

오늘 엘리베이터를 타고 갈 때 동료 또는 친구들에게 엘리베이터의 원리가 도르래에 있다는 것과 고정 도르래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모터를 통해 힘을 조절하는 거라고 뽐내보는 것은 어떨까?

글 : 김창규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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