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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 참가인원 계산법 [제 792 호/2008-08-01]

고개만 까딱해도 땀이 뚝뚝 떨어지는 뜨거운 태양 아래서 과학 탐정은 정신없이 사람 숫자를 세고 있다. 해운대 해수욕장에 피서객이 몇 명 왔는지 알아봐 달라는 의뢰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학 탐정은 해가 뜬 직후부터 이렇게 직접 해수욕장에 나와 들어오는 사람을 하나씩 세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인파가 급속도로 몰리고, 만 명을 넘어서자 숫자도 자꾸만 헷갈린다. 햇볕 때문에 눈앞이 자꾸 흐리고 어지럽다. 이러다간 일사병으로 쓰러질 지경이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그만두려는 찰라, 과학 탐정의 머리에 ‘반짝’하고 꾀가 떠올랐다.

“3.3㎡(1평)당 몇 명이 있는지를 세어 본 다음, 해수욕장 전체 면적을 곱하면 하나씩 세지 않아도 전체 인원수를 알 수 있어!”

과학 탐정은 신중을 기하기 위해 열심히 해수욕장을 돌아다니며 사람이 많이 모인 곳과 적게 모인 곳, 보통인 곳 등 여러 곳에서 3.3㎡당 몇 명의 사람이 들어가는지 세어 보았다. 많은 곳은 20명이 넘고, 적은 곳은 5~6명이었다. 대략 3.3㎡당 8명 정도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해운대 해수욕장 전체 면적이 58,400㎡이니까, 3.3으로 나눈 뒤 8을 곱해보자. 옳지! 지금 대략 14만 명이 있는 셈이로군. 좋았어. 이대로 알려주면 되겠군.”

임무를 빨리 완수한 과학 탐정은 고객에게 한걸음에 달려가 이 사실을 알려줬다. 하지만 고객은 고개를 저으며 냉담하게 말했다.

“탐정, 내가 원한 건 이게 아니라오. 지금 이 시간에 해수욕장에 14만 명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오늘 하루를 보자면 왔다가 가는 사람도 있고 온종일 있는 사람도 있으니 해수욕장을 찾은 전체 인원수로 보기는 어렵지 않겠소?”

과학탐정은 아차, 하고 무릎을 쳤다. 해수욕장에 있는 사람의 숫자가 계속 변한다는 지적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객은 말을 이어갔다.

“게다가 당신은 해수욕장의 면적을 58,400㎡이라고 단정하는데 내가 보기엔 아니라오. 나는 바닷가에서 평생을 살아왔지. 밀물 때냐 썰물 때냐에 따라 백사장의 면적은 굉장히 달라진다오. 3.3㎡당 같은 숫자의 사람이 있다고 해도 백사장의 면적이 달라진다면 해수욕장에 있는 사람의 총 숫자도 달라질 수밖에 없겠지.”

과학탐정은 이 의뢰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사람의 숫자도 고려해야 하고, 면적마저 바뀐다니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고민하는 과학탐정에게 고객은 쐐기를 박았다.

“그리고 당신은 백사장에 있는 사람의 숫자만을 계산하지 않았소. 바닷물에 들어가 있는 사람의 숫자도 제법 될 것 같은데.”

탐정은 솔직하게 인정했다.

“너무 어렵군요. 당신이 원하는 건 탐정 1명이 조사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해수욕장에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전부 번호표를 붙이는 방법을 써보면 어떻습니까? 그게 제일 정확할 것 같습니다만.”

“흠, 그 수많은 사람들에게 번호표를 붙이는 일이 가능하겠소? 다른 방법은 없을지 알려주시오.”

두 사람 모두 열심히 머리를 굴리며 보았지만 뾰족한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탐정이 입을 열었다.

“지난 5월부터 계속된 촛불집회에서도 이와 비슷한 문제가 있었지요. 매번 집회마다 주최 측, 경찰, 언론사의 참가자 수 계산이 달랐기 때문이죠. 5월 30일에는 경찰 추산 5천 명 대 주최 측 추산 2만으로 4배, 6월 10일은 8만 대 70만으로 9배 가까이 차이가 났고, 7월 5일 집회도 5만 대 30만으로 상당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그때도 참가자 수를 어떻게 계산할 것인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습니다.”

“나도 그 일을 알고 있어요. 경찰 측은 3.3㎡은 1평당 8명으로 계산했었죠. 하지만 이런 경찰의 촛불집회 참가 인원수 계산에도 마찬가지 문제가 있어요. 집회 참가자가 점유한 면적을 어디까지로 보느냐, 또 어떤 시간에 측정하느냐에 따라 엄청나게 인원수가 차이 나기 때문이지요. 경찰의 추산 방법으로는 집회 장소 인근의 골목 등에 있던 사람이나 왔다가 간 유동인구를 측정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촛불집회는 밤에 이뤄지니까 육안으로 식별이 어렵다는 것도 측정을 어렵게 합니다. 부산에서는 작년부터 항공 촬영을 통해 시간대별, 구역별 인원 분포를 분석해 피서객을 계산한다고 하니 촛불집회 참가자 계산보다는 훨씬 정확하겠지요.”

과학탐정은 이제까지 ‘전국 피서객 500만’, ‘월드컵 응원 인파 100만’ 등의 숫자를 듣고도 어떻게 그 숫자가 나온 것인지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이번 해수욕장 피서객 수 집계 의뢰를 받고서야 그 인원수 계산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게 되었다. 면적이 변하는 부정형의 공간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들고 나는 개체의 숫자를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는 방법은 과연 없을까?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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