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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독도, 독도의 생태계 [제 796 호/2008-08-11]

독도는 망망대해 동해 바다 위에 배처럼 떠있는 듯 보이는 두 개의 작은 섬이다. 주변에는 크고 작은 89개 부속 섬들이 펼쳐져 있다. 그러나, 독도는 단순히 작은 섬으로 그치지 않는다. 바닷속에서 들여다보면 독도의 높이는 2,000m가 넘는 거대한 화산체 중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바닷속에 잠겨 있는 부분까지 포함하면 독도 전체 높이는 2,300m에 이르고 상부 대지 면적이 여의도의 10배나 된다. 또 독도 주변은 차가운 물과 따뜻한 물이 서로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독도 구조 및 환경 특성 때문에 독도 주변 해양 환경 및 생태계는 동해의 다른 지역과 판이하게 차별화된다.

독도의 생태계는 크게 동·서도를 중심으로 하는 육상생태계와 그 주변의 광활한 해역을 무대로 하는 해양생태계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육상생태계를 보면, 독도를 번식지와 중간 휴식지로 이용하는 다양한 조류들과 독도를 뒤덮고 있는 식물들, 곤충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간 여러 연구팀에 의해 시기별로 각각 다르게 조사되어 다소의 차이점들이 있지만 최근의 보고에 의하면, 현재까지 독도에서 관찰된 조류는 모두 129종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많은 개체 수를 보이는 바닷새인 괭이갈매기를 비롯해 바다제비, 슴새, 매, 물수리, 고니, 흑두루미와 세계적 멸종위기종의 하나인 뿔쇠오리 등 수많은 철새들이 번식하거나 이동 중에 중간 기착지로 이용하고 있다.

독도에 서식하는 식물은 울릉도 특산식물인 섬장대를 포함, 도깨비쇠고비 등 59종으로 보고되었으며, 각종 단체들이 그간 심어온 보리장, 동백, 섬괴불, 향나무, 사철나무, 후박나무 등의 울릉도 향토수종을 포함하여 현재 약 80여 종의 식물들의 보금자리가 되어 있다. 육지에서 200km 이상 떨어져 있는 독도는 그 면적의 제한성으로 인해 자생하는 육상포유류는 없는 것으로 보고되나, 무척추동물인 곤충류는 딱정벌레 목 22종, 나비 목 17종, 파리 목 17종, 노린재 목 10종, 매미 목 10종, 벌 목 9종의 서식이 보고되었다.

한편, 육상생태계에 비하여 눈으로 쉽게 볼 수 없는 해양생태계는 크게 바닷물을 서식공간으로 살아가는 표영생태계와 해저면 혹은 암반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저서생태계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다시 크기와 생태적 지위에 따라 미생물, 동·식물 플랑크톤, 어란 및 치자어, 어류, 유용성 저서동물, 대형저서동물, 중형저서동물, 해조류 등의 범주로 나뉘어 각각의 전문가들에 의해 연구되고 있다.

최근 한국해양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독도 연안의 수산자원 생물은 어류가 총 104종이며, 무척추동물, 해조류를 포함해서 전체 137종으로 나타났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수산 생물은 혹돔, 돌돔, 벵에돔, 개볼락, 조피볼락, 볼락, 불롤락, 자리돔, 연어병치, 말쥐치, 달고기, 소라, 해삼 등이다. 이런 유용성 자원 생물 이외에도 독도의 해양생물상은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암반생태계를 중심으로 다양한 게류, 해조류, 고둥류, 절지동물류가 순차적으로 보고되었는데, 1990년대 후반에 들어 독도에 서식하는 연체동물 중에만 밝혀진 종은 총 91종이었으며, 새우류, 집게류, 게류 등의 십각류가 33종, 갯지렁이류 32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도 주변 해역은 계절별로 한류와 난류의 복합적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게 된다. 따라서 비교적 영양분이 풍부한 저층수가 잘 혼합되어 다량의 영양분을 선호하는 다양한 종류의 플랑크톤이 번성한다. 다양한 어종의 먹이가 되는 이러한 플랑크톤의 번성은 독도 주변 해역이 회유성 어종이 풍부한 어장이 되게 한다. 또한 수심 2,000m 이하의 심해에 둘러싸여 급경사를 이루는 독도의 해저면은 천해에서 심해에 이르는 광범위한 수심별 저서생물 분포 특성을 직접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국내에서의 유일한 장소이기도 하다.

이런 독특하고 다양한 서식환경은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보고된 바가 없는 생물들을 발굴할 수 있는 중요한 조건이 되기도 한다. 2006년 동계 독도 생태계 조사에서 모래 틈에 서식하는 중형저서동물 중 선형동물에 속하는 2종의 신종을 발견하여 이를 독도와 한국이라는 명칭이 포함된 종명(Prochaetosoma dokdoense n. sp., Paradraconema coreense n. sp.)으로 명명했다. 이는 곧 국제논문에 보고될 예정이다.

또한 최근 들어 각종 매스컴을 통해 알려진 대로 미생물 분야에서도 지난 2005년부터 현재까지 약 40여 종 이상의 신종 미생물 박테리아가 발견되어 독도란 이름을 붙여 국제학회에 보고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독도는 미지의 생물자원의 보고(寶庫)로 가치가 매우 높다.

새로운 생물을 찾고 생태계의 특성을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까지 유지되어 온 자연 그대로의 독도의 생태계를 보전하고 관리하는 것도 독도를 사랑하는 과학자들의 큰 바람이다. 독도를 지키자는 목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고 무분별한 개발이 이루어진다면 오히려 독도가 훼손될 수도 있다. 장기적인 판단으로 독도를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및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도록 추진하는 등의 대책을 함께 모색해 봄이 어떨까. 바로 이러한 국민들의 노력이 전 세계에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명백한 사실을 알리면서 동시에 생태계를 보전하는 현명한 독도 수호 방법일 것이다.

글 : 박찬홍(한국해양연구원 동해연구소장, 독도전문연구사업단장 겸임), 김창환(연구원), 민원기(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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