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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보내는 편지

행복하게 일할 권리, 행복하게 자랄 권리

아이들과 나, 함께 행복해지고 싶은 보육노동자 충남지준비위의 신선주입니다.

(참고로 아래 나오는 꼬꼬 선생님은 어린이집에서의 저의 애칭입니다.)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지금쯤 어린이집에서 "꼬꼬선생님 어디 갔어요?"하면서 나를 찾고 있겠구나.

너희들이 아플 때, 엄마 보고 싶다며 울 때 선생님이 이렇게 말했지?

"어린이집에선 꼬꼬선생님이 엄마잖아. 선생님 보면 되지. 선생님이 안아줄께"

그 뒤로 선생님은 너희들의 친구이자 엄마가 되었지.

 

그런데 지난번엔 네가 울고 있을 때 얼른 달려가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네 친구가 아파서 업고, 졸려하는 또 한 친구를 안고 있어 얼른 달려갈 수 없었어.

지난번엔 너희들의 이야기 다 들어주지 못하고, 웃어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그땐 행사준비로 거의 매일 저녁 늦게까지 어린이집에서 일을 해 너무 피곤해 웃음이 안나왔어. 팔과 온몸이 아파 너희들을 안아줄 힘도 없었단다.

너희들 하나하나의 엄마 몫을 꼬꼬선생님엄마 혼자서 다 해내려니 선생님 손이 모자란단다.

우리 교실에 선생님엄마가 하나 더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너희들에게 선생님의 손이 더 필요할 때, 선생님이 아플 때 또 다른 선생님 엄마가 더 있다면 너희들과 눈 맞추며 이야기하고 함께 웃을 수 있을텐데 말야.

 

선생님은 지금 서울에 있는 여성가족부 앞에 서 있단다.

여성가족부가 뭐냐고? 너희들에게 설명하긴 어렵지만 너희들과 선생님들, 너희들의 부모님께 행복한 세상을 열어주어야 할 책임이 있는 곳이지.

그래서 선생님은 여성가족부에게 이야기하려고 해.

"우리 교실에 엄마를 더 보내주세요! 아이들과 함께 웃을 수 있게 어린이집에 엄마를 더 보내주세요!" 하고 말이야.

 

건강한 음식을 먹고 튼튼하게 자라야할 너희들에게 꿀꿀이 죽 따위를 먹이고

급식비로 자기 주머니를 채우는 짐승같은 원장들을 더 이상 두고 볼 수는 없구나.

넓은 공간에서 마음껏 뛰어놀며 자라야할 너희들에게 좁아터진 교실에 수십명씩 몰아넣고

너희들의 권리를 짓밟는 걸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구나.

사랑스런 너희들의 얼굴을 그저  돈으로만 바라보는 원장들을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너희들과 우리 선생님들이 어떻게 맺어진 인연인데, 타당한 이유도 없이 갈라놓고

선생님의 일자리와 권리들을 박탈하는 걸 더 이상 당하고만 살수는 없단다.

 

사랑하는 이 땅의 모든 아이들아! 선생님이 약속하마.

너희들이 어느 지역에 살건, 또 어느 보육시설에 다니건

너희들은 항상 안전하고 건강하고, 또 행복한 선생님들과 함께 행복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너희들의 행복하게 자랄 권리를 선생님들의 손으로 지켜주겠노라고.

 

 

2006년 8월 1일 광화문 여성가족부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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