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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시간(mad minutes)

미친 시간 (mad minutes)

[베트남 전쟁 당시 베트남에 파병된 미군 병사들의 무료함을 달래주기 위하여 2개월에 한 번 정도 2-3분의 시간을 주어 부대 안의 목표물을 제외한 어떠한 것에도 자유로이 총격을 가하도록 허용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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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콩을 잡는 다는 명목 하에 저질러진 수많은 학살과 범죄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1966년 미국의 베트남 침공에 한국군은 외화와 차관과 무기를 받으며 지원에 나섰고, 그들은 월남군인으로 한국 경제를 부흥시켰다는 거창한 명예를 얻었다.

 

그리고 .. 전쟁 중 한국군에 의한 학살과 범죄가 드러난 것은 불과 얼마 되지 않았지만 큰 파문이 되었었다.

 

요즘 전쟁이나 평화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되는 시점이고, 일본 군 위안부 문제는 꼭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있기에, 이 "미친 시간"은 참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는 것 같다.

 

한국인 누구나 일제와 전쟁의 피해에 치를 떨고 분노할 것이다. 일정 시대를 살고, 북한에서 6.25를 피해 월남한 할머니를 통해 전쟁과 일정시대는 다시는 돌아와서는 안된다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듣고 자랐다. 그리고, 할머니를 통해, 한국은 전쟁과 제국주의의 피해자라고만 생각했었다. 적어도 몰랐을 때는.

 

고등학교 때 근현대사 시간에 배웠던 베트남 전쟁과 라이따이한(베트남 전 당시 한국군과 베트남 여성 사이의 자녀로, 한국군은 대부분 이들을 현지에 두고 왔다. 전쟁이 끝나고 이들은 대를 잇는 빈곤과 폭력에 시달리며, 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었고, 이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의 문제에 대해서는 간략하게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알고 있으면서도 회피심리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월남군인들과 그 자손들 중에서도 고엽제나 각종 질병-정신병을 포함한-을 질병을 앓고 있는 피해자들이 많기에..

 

하지만 대학에 들어오고 나서 베트남전쟁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한겨레에 의해 보도되곤 했던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이 베트남 서민들에게 저지른 끔찍한 학살과 범죄에 대해서 말이다.

전쟁은 인간을 극도로 광기로 몰아넣으며 내면의 밑바닥까지 드러내게 만든다.

그것은 한국군도 예외일 수 없었던 것이다.

 

"미친 시간"에서는 베트남 전 양민 학살의 생존자들이 나와 학살 당시의 사건과 죽은 가족들과, 한국군과 미군이 저지른 일에 대해 담담히 이야기 한다. 대부분은 빈곤하게 살고 있으며, 가족을 잃고, 몸을 다친 정신적 고통에 아직 힘들어 하고 있다-사실 이런 일을 잊을 수 있다는 일이 가능한 지 묻고 싶다-. 담담하고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 하지만 이들은 학살 당시의 끔찍한 상황에 대해 자세히 기억하고 이야기하며 한국인과 미국, 그리고 전쟁을 증오한다고 털어놓는다.

 

왜 아니랴.

하다못해 일제시대도 아니고, 독재시대의 세대도 아닌 내가 일제를 증오했고, 분노했으며, 독재시대의 탄압과 인권유린에 대해 분노하는 것은 비단 경험에 의해서만은 아니니까.

 

나는 미친시간을 보는 내내 부끄러웠다.

일제 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분노하고 당연히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내가, 한국군이 베트남전에서 저지른 학살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없었고, 넘겨버렸다는 것이 견딜 수 없었다.

 

뭐, 이야기가 잠시 샜지만.. 무튼 내가 바라는 건 진정한 평화다.

그리고 그 평화는 과거의 기억을 반성하고, 사죄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할 수 있다.

우리는 베트남 전쟁에서 저지른 학살과 범죄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죄하고, 보상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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