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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5/23
    故 노무현 대통령 서거1주기
    Lavern
  2. 2010/05/19
    수요일
    Lavern
  3. 2010/05/19
    집에 있는 날
    Lavern
  4. 2010/05/18
    5.18 - 30년차 (2)
    Lavern

故 노무현 대통령 서거1주기

 

대통령님

 

여전히 우리의 대통령인 것처럼 느껴져서

전혀 어색하지 않은 호칭으로 불러 봅니다.  대통령님.

 

그 곳에서 따뜻하게, 평화롭게 잘 지내시지요?

여기, 이 꼴을 보시면서 마음은 불편하시겠지만

여기 계실 때 보다는 훨씬 훨씬 잘 지내고 계시지요? 

 

저희는 잘 못 지냅니다.

대통령님이 안 계셔서 더 그렇습니다

 

계실 때

잘 못해드려서 죄송합니다.

힘드실 때 홀로 내버려 둬서

썩을 것들이 싸잡아 대통령님을 욕할 때

더 큰 목소리로 그것들에게 반박하지 않아서, 실컷 때려주지 않아서

죄송합니다

 

할 수 있었는데 안 한 거였습니다.

전 심지어 관심도 거의 없더랬습니다.

참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저 자신이지만

숨겨봤자 소용 없는 사실이니까요.

할 수 있으면서 안 해서, 일부러 외면하고 관심을 갖지 않아서

지금 이런 꼴을 당하고 있습니다.

이런 꼴을 끊임없이 당하는 지금이 되어서야

죄송하고 또 죄송합니다. 가슴 치며 후회하고 있습니다.

 

가시고 난 후에야

벼라별 어처구니 없는 험한 꼴들을 당하고 나서야

제길 이 색히들 이렇게까지 끔찍한 놈들이었구나

대통령님이라도 계셨으면 좋았을텐데 - 지켜드리지 않아서

지금 우리에게 남은 게 하나도 없구나

이러고 있습니다

 

네, 하나도 없는 건 아니지요. 우리에겐 아직 우리 자신이 남아있습니다.

비겁하고 치사한 우리지만

이제와서라도 정신을 차려가고 있는 우리 자신이 있습니다.

대통령님, 이것만으로도 충분한 거겠지요? 

 

이제 겨우 추모제 한 번입니다.

도올 선생이 조계사 행사에서 독설 한 판 한 거 뿐입니다.

인터넷에서 익명 또는 실명으로 시끌시끌 떠드는 것 뿐입니다.

아직 갈 길은 멀겠지요. 이제 슬슬 시작하는 거겠지요.

그래도 대통령님, 이제 그 길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저는 굳이 재벌이 다 없어지고 소중상인만 남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북유럽처럼 세금 이빠이 내고 퇴직해도 월급만큼 받는 기똥찬 복지사회 따위도 잘 모르겠습니다.

전 다만,

그럴만한 이유도 없이 무고한 국민이 떼로 죽음을 당하고 그 가족들이 피눈물을 흘려대는 상황을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이용해 먹고 온 국민을 상대로 사기 비슷한 거나 치는

그런 정부는 없어야 한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다수의 국민이 궁금하다고 하면 진실을 밝혀주고

다수의 국민이 그건 아니라고 하면 아닌 줄 알고 뻘짓 하지 않는

그런 정부를 원할 뿐입니다.

대통령님, 이게 많이 원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죠?

 

어떤 사회에서라도 불만이 있고 불평이 있고 그렇겠지만

그게 경제력이나 정치 권력으로 좌우되지는 말아야지요.

소수를 위한 다수의 피해는 아니어야지요.

무엇보다 .... 무고한 사람을 다치고 죽게 하지는 말아야지요.

 

지금의 이 정부는 어찌나 교육적인지

생전 정치, 정책 따위 신경도 안 쓰고 대충 살아온 저 마저

추모콘서트 영상을 보면서 울게 합니다.

그리고 다짐하게 합니다 - 이따위 정부 다시는 들어서지 못하게 하겠다고요.

더 이상 비겁하게 생계 운운하며 입 다물고 앉아있지 않겠다고요.

 

 

대통령님

잘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도 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열심히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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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7:10AM

오늘은 트위터를 최대한 줄이고 블로그질로 연명해 볼까

그나저나 왜 Berney 아줌마는 전화를 안 하실까 7시 10분인데

... 라는 동안 전화 왔네

 

8:47AM 

트위터를 줄이고.라는 아침 댓바람 결심은 사그러들고

밀려드는 인사들을 귀찮은 듯 (속으론 좋으면서) 맞인사를 해줬다  

오늘의 할 일은 열 서너 가지 정도? 

그 중 골치아플 듯한 일은 - 한 가지 정도? 

빨리 빨리 해버려야지

일단 담배 피우고 와서

 

11:11AM

네 건 처리

잠깐 숨 돌리고

점심시간 전에 한 건 더 마무리 해야지

 

12:01PM

일은 잘 되어가고 있는데

저 무개념 대리가 점심시간 15분 전에 약속있다고 지르고 튀었다.

그래그래, 너 개념없는 거 아주 잘 알고 있다.

오죽하면 군대에서 맨날 개념 없다고 얻어맞았겠니 - 그걸 자랑처럼 떠벌리는 네 개념인데. ㅠ.ㅠ

 

난 공부해야지. 잘됐다.

 

11:54PM

오늘이 7분 남았다

 

한때는 하루가 천년 만년처럼 길기만 하더니

누워서 두 시간 세 시간을 버텨도 잠 못들더니

불과 1년 남짓한 시간 사이에

하루가 한 시간인 양 후닥닥 쫓기듯 달아나는 일상

침대가 아니어도 머리가 손 끝에만 기대어도 잠들어 버리는 나날들

 

이 걷잡을 수 없는 분주함과 몰아치는 일상이 감사하다

오늘 하루도 잘 정리하고 - 좀 일찍 자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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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있는 날

계획에 없던 갑작스러운 월차를 쓰는 날은

대부분 하루종일 집에 있는다

 

이런 날은 대부분 시간을 손가락 사이로 모래알 흘려보내듯

하릴없이 낭비한다

 

나이를 먹어갈 수록 시간의 흐름은 빠르게 느껴지는데

어쩐지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은 점점 줄어들어서

급기야 자고 일어나면 이틀쯤 지나있었으면

아니, 자고 일어났더니 환갑 할머니가 되어 있었으면

싶을 때가 가끔 있다

 

물론 때로는 하루가 30시간쯤 되면 좋겠다 싶은 때도 있지만

이건 주로 시험기간에만 느끼는 것

 

그러니까 아마 난, 당장 뭘 해내라는 쪼임을 당하지 않으면

자발적인 성취동기란 거의 생기지 않는 듯도 하다

어디서 뭐가 잘못됐길래 그 꼴이냐고 물어봤자 - 내가 어떻게 알아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짝사랑한다는 건 그냥 스토킹일 뿐이구나

짝사랑이라고 말할 수도 없지, 잘 모르니까

아마 다분히 호기심. 부분적인 호감일 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지 못하고(않고) 있는 건 왜일까

외로움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는데

그만 끊어야겠다

___ 이것이 사흘 쯤 바짝 생각에 시달리다가 털어낸 결론

 

리스트도 지우고

팔로우도 지우고

북마크도 지우고

아쉬움은 꾹 누른 채

 

난 그냥 외로운 거 뿐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많으니까 외로움 따위 발바닥에 깔아버리자

앞으로 쭈욱 끌어안고 살아야 할 외로움인데

이렇게 매 순간 새록새록 느껴선 곤란하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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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 30년차

난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다

 

외모도(일단 여자란 말이지), 성적도, 환경도, 취향도, 성격도(이건 평범보다 약간 lower)

어떤 사람들은 부러워할 지도 모르는 대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평범한 직급이지만

더 돈 많이 버는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역시 너무 평범한.

명품따위 사 댈 경제력도 없고 별로 바라지도 않지만 어쩌다 명품 지갑이라도 선물 받으면

으아 명품이 생겨버렸다 라며 혼자 어깨를 으쓱할 정도

무시무시할 정도로 평범해서

가끔 사람 바글거리는 강남역이나 명동 쯤에 나가면

나 자신의 존재감을 나조차 잊을 만큼 극도로 평범하다

 

데모, 운동권, 광주, 5.18, 사회과학서적 이런 것들을 가깝지는 않게, 전혀 모르진 않을 정도로 경험했고

마치 사춘기처럼 그 때 그 시기에 적당히 겪고 넘어가는 것들이랄까

라며 졸업하고 취직하고 평범한 수준의 사회생활을 십 여 년째 하고 있는

 

신문도 보다말다, 보더라도 경제면, 가끔 사회면이나 문화면 위주

책은 소설류, 경영 관련, 가끔 시집 정도

게다가 기독교 - 나름 진심으로 믿는

부모님은 완전 보수, 아빠는 이북이 고향,엄마는 경상도

가끔 공정무역 커피 사먹는 게 인류를 위하는 작은 한 걸음이라고 스스로 위안하는 수준

 

그야말로 정치나 사회운동 등에는 무관심했고

그래야 한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다

신문에서 말하는 대로 살아야 한다고, 그런(?) 것에 크게 관심 가질 필요 없다고

무엇보다 정부와 현 정권에 반대하고 항의하는 따위의 짓은 하면 안 되는 거라고.

먹고 살아야 하니까. 잘 먹고 잘 살려면 그런 일 하는 건 도움은 커녕 손해가 될 뿐이라고.

 

우리 부모님은 진심 무일푼으로 시작하셨다

애 셋을 키우시면서 참 고생도 많이 하셨고

그래도 셋 다 평범한 대학 졸업 시키고 평범한 사회인으로 성장시키고

서울 시내에 작은 자가주택 하나, 서해안 바닷가에 콩알딱지 만한 마당딸린 오두막 하나까지 갖고

이제는 다 큰 자식들 고민을 취미삼아 살고 계시다.

정말 존경한다. 사랑하고

 

부모님이 살아오시면서 깨달은 건, 바른 사회 만들기나 시민운동 따위는

다 쓰잘데기 없는 것들이었으니까. 당장 내 새끼들 밥 안 굶기고 살기 급급한 당신들로서는

뜨신 밥 처먹고 할 일 들이 없어서 저런 공산당 같은 소리들이나 하는 부류였으니까.

 

대학시절, 취미처럼 사회과학 동아리를 놀러다니면서

다행인지 불행인지 책 읽는 건 좋아라 해서 동아리 세미나 때마다 적당히 잘 넘어가고

그나마 좀 나은 언어감각 덕에 가끔 날카로운 지적이나 insight를 찾기도 하다가

직장인이 된 후로는 자못 깨어있는 사회인인 양 선거 때마다 집권당이 아닌 쪽에 표를 던지면서도

'난 돈 많이 모아서 나중에 탁아소나 보육원 같은 거 차려야지'라는

참 naive한 생각들의 인생이

나의 평범한 - 다 쓰고 보니 중간 이하 수준의 - 인생이었다

 

 

어느 때 부턴가

학교 급식을 무료로 받지 못하면 밥을 굶어야 하는 학생들이 있다고

폐지를 수집해서 근근히 끼니를 이어가는 1인 노인 가구가 늘어가고 있다고

강남 사는 학생들 사교육비가 대기업 직장인 월급보다 더 들어간다고

그래서 어차피 돈 없는 집 애들은 이미 태어날 때부터 루저라고

시청앞 광장을 개선한다고

시청 청사를 다시 짓는다고

국회의원들이 해외골프여행들을 다녀왔다고

.. 라는 소식들이 자꾸 마음에 남아 걸리적 거려서

굿네이버스에 가입하고 해를 바꾸면서 지원금을 참새 눈물 만큼 늘려놓고

'조금씩 더 하면 되지, 난 뭔가 하고 있는거야' 하며 걸리적 거림을 퉁 치려 했는데

 

얘기를 나눠본 주변 모든 사람들이 어맹뿌를 흉봤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당선되고

하루의 절반을 함께 부대끼는 회사 상사라는 분들이 하나같이

어맹뿌가 당선돼야 회사가 안전한 거라고 하고

 

잘 모르지만 왠지 인간적으로 믿음이 가는 정치인으로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노무현 前 대통령이 어처구니 없이 돌아가시고

별로 지지하는지 안하는지도 생각 없던 김대중 前 대통령이

장례식에서 젊은 내가 보기에도 가슴 미어지도록 통곡을 하시더니

그러다가 얼마 되지 않아 또 돌아가시고

그 장례식에서 이희호 여사가 잔뜩 잠긴 목소리로 그 뜻을 기린다고 하시고

 

김수환 추기경님도 돌아가시고

 

노통은 어맹뿌가 죽인 셈이라는 말들이 여기 저기 들리는 동시에

이런 말 함부로 하다간 어떻게 될 지 모른다는 농담 반 진담 반의 목소리들도 들렸다.

..... 어떻게 될 지 모른다니, 지금은 2010년이라구. 그게 어떻게 농담이 되나.라는 당황스러움.

 

앞인지 뒤인지 모르겠지만 - 국민요정 최진실에 이어 최진영도 자살해 버리고

그래서 또 가슴이 미어지게 아팠는데

 

정말 모두가 말도 안 된다는 4대강 사업이 시작되고

그로 인한 폐해들이 속속 작은 뉴스로 노출되는 중에

한 쪽에서는 아는 사람의 건설회사가 그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달뜬 소식을 받았다.

왜 아무도 이제라도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거나

우려되는 모든 이슈들을 다시 꼼꼼히 살펴보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보이지 않을까

라며 생각만 하고 넘어가 버리는 나의 일상.

나도 밥 벌어먹고 살기 바쁘니까. 회사 일 하고 집에 오면 피곤하니까. 라는 핑계

 

그러다가 천안함 사건이 일어났다

 

희생자 중에 아는 사람은 커녕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도 없건만

며칠을 울었다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를 갈며 분노했다

삶 전체를 걸었던 나의 헌신과 노력을 콧등으로 비웃으며 끝없이 바람 피워대던 인간과

결국 남남이 된 후에조차 복수 따위는 생각도 못했던 나약한 내가

죽을 때까지 잊지 않겠다고, 어떻게든 반드시 갚아 주겠다고 몸서리를 쳤다

정확히 복수의 대상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누구더라도. 라며

 

그리고 5.18이 되었고

김우재 박사가 트위터에 올려 주신 강풀 작가의 만화를 다시 봤다.

http://clien.career.co.kr/cs2/bbs/board.php?bo_table=image&wr_id=3101951

그리고 동아리 때 필독서였던 '현상과 본질'을 떠올리게 하는 

프로게이머 승부조작 관련 기사를 읽었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10100518102804&Section=08&page=0 

 

이거 혹시, 다 내 탓 아닌가

나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지금껏 이 꼴들을 만들어 온 건가

그렇네. 그렇겠네.

 

저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고, 저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면 안되는 거라고

누구도 끝까지 설득해 본 적 없고 세상에 강하게 외쳐본 적도 없는

나 같은 '먹고 살기'에 급급한, '나 한 사람 더 잘 먹고 잘 살기'에만 집중한 나 같은 사람들이

아니 내가

5.18을 그냥 그렇게 넘겨 버리고

밥 굶는 애들을 지나쳐 버리고

기초생활비로만 근근히 연명하는 독거 노인들을 외면해 버리고

노통을 죽이고 사람들이 자살하게 만들고

새파랗게 어린 프로게이머가 돈 한 푼 더 가져보겠다고 승부조작을 하게 하고

천안함 사태까지 만들어 버린 거

 

이건 아닌데

내가 원한 예쁘게 사는 인생이 이런 건 아닌데

손이 거칠어 지고 발 뒤꿈치가 거칠어져 맨날 스타킹 줄이 나가도

마음 아름답게, 눈동자가 아름답게,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세상을 만드는 데

눈에 보이지 않는 도움이라도 더하며 예쁘게 살고 싶었던 건데

뒤에서 투덜거리고 입만 나불거리는 게 아니었는데

 

가슴이 또 미어진다. 미안해서 눈물이 난다.

미안해

미안합니다

정말 너무 미안합니다

 

.......... 하지만

여전히 이런 글 따위 익명의 블로그를 만들어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생계형 직장인으로서

뭘 할 수 있나

누가 볼까 두려워 떼창 트윗 한 번 맘놓고 RT 하지 못하면서

어딜 가든 밥 굶고 살겠냐는 큰 소리 칠 능력도 없는

회사에 인생 다 저당 잡혀놓고 전전긍긍하는 내가

지금 이 상황에 대체 뭘 할 수 있나

뭘 ... 하면 좋을까

 

누가 좀 알려주세요. 뭘 할 수 있을지. 뭘 해야 하는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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